▶ 올해 들어 18명이나 살해 당해
▶ 노숙자 몰려 폭력에 무방비 노출, 대선후보들 인권문제로 이슈화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지역 노숙자 텐트들 사이로 흑인 여성 노숙자가 보인다. 흑인 성전환 여성들이 어려운 형편에다 가족들에게도 외면을 당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들이 증오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
미국에서 흑인 성전환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성전환과 흑인이란 소수자의 굴레를 이중으로 껴안고 있는 이들이 증오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피살된 흑인 성전환 여성들은 확인된 것만 3명이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17세 청소년이 총에 맞아 숨졌고, 플로리다주 클루이스턴에서 비 러브 슬레이터라는 이름의 23세 흑인 여성이 차 안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두 사건 모두 범인은 오리무중인데, 슬레이터는 살해 당하기 전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하고 해치기 위해 뒤쫓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사건 당일에는 친구에게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지난 13일에는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한 흑인 성전환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경찰은 과거 이 여성과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하고 있다.
미국 동성애자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HRC)’에 따르면 올 들어 살해된 성전환자는 19명으로 이중 18명이 흑인 성전환 여성들이다. 지난해도 29명의 성전환자가 폭력 사건으로 숨졌는데 80% 가량이 흑인이었다.
범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긴 하지만 일부는 옛 남자친구 등 지인에 의해서, 또 일부는 성전환 혐오자들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HR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보도되지 않은 사건에다 가족들이 피해자의 성 정체성을 숨기는 경향을 감안하면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와 구조적인 차별로 인해 범죄에 대한 이들의 취약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흑인 성전환 여성들이 증오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해 홈리스(노숙인) 신세로 거리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상태에서 가족이란 보호망도 없다 보니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위험한 폭력의 세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흑인 성전환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이들의 인권 문제를 대선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성향이 소수자들에 대한 증오 범죄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은 20일 동성애 문제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올해 피살된 흑인 성전환 여성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뒤 “이제 미국 대통령이 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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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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