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반에 입양됐던 나탈리 세희 큐로 씨(사진 위)와 생후 5개월에 입양됐던 크리스 포리에 씨(사진 아래).
주류·한인사회 어디에도 끼지 못해
친부모 찾기는 ‘잃어버린 나’ 찾기
워싱턴 지역 한인 입양인 3명
이달말 생모 만나러 한국 방문
그들의 물음은 ‘나는 누구이며, 왜 이 땅에 있는가’ 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여전히 많은 아기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달 11일 제14회 입양의 날에 맞춰 발표한 2018년 입양 통계에 의하면 국내외로 681명이 입양됐다. 국외입양은 303명(전체 입양의 44.5%)이었고, 이들 가운데 미국으로의 입양이 188명(62%)으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매년 워싱턴 지역으로 50~60여 가정에 한국 아기들이 입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0여년간 총 5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입양아 중 20여만명(40%)이 한국출신이다.
미국인 양부모들은 ‘가슴으로 낳은 입양자녀’를 애지중지 잘 키우는 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입양아들이 커가면서 친부모를 그리워하고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얼굴모습과 외모가 판이하게 다른 미국인 양부모들에게서 자라며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며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인이 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문으로 정체성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 입양인과 양부모를 위한 코리안 컬처 스쿨, 코리아 브릿지 투어 프로그램, 라이스 캠프(Rice Camp)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 패밀리스(Asia Families) 3명의 한인입양인이 이달 말 친부모와의 상봉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패밀리 멤버 중에 지난 3월 말 한국에 가서 친엄마를 만나고 온 크리스 포리에 씨와 지난 2017년 생모와 만난 나탈리 세희 큐로 씨의 얘기를 통해 입양인들의 정체성 찾기에 대해 들어본다.
◆나탈리 세희 큐로
(신세희, 21, 메릴랜드 실버스프링 거주)
4살 반 때 메릴랜드 지역의 행복한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성장했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칼리지를 마치고 올 가을 메릴랜드 대학 가운데 한곳으로 편입해 학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 2017년 서울에 나가 꿈에도 그리워하던 생모를 만났다.
그의 어머니는 미혼모로 부천에서 세희 씨를 낳아 네 살 반 때까지 서울에서 길렀다. 그러나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세희 씨를 입양보내게 됐다.
세희 씨는 “한인 입양인으로서, 특별히 나의 첫 생의 4년 반을 살았던 한국으로 간다는 것은 항상 나의 꿈이었다. 친모를 만나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게 됐다. 어머니는 단 한시도 나를 잊어본 적이 없었고 매일 밤마다 기도했다고 했다. 친모를 만나며 그동안의 그리움과 원망이 눈 녹듯 녹아 없어지고 내 마음에 축복과 감사, 사랑, 이런 단어들이 가득찼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가기가 너무 버거웠던 친모가 자신의 딸이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눈물의 입양을 보냈던 것을 알게 된 것.
생모와 만난 이후 이번 봄학기에 몽고메리 칼리지에서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며 한국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시아 패밀리스 자원봉사자로 어린 후배 입양인들을 이끌고 있다.
세희 씨는 “뒤돌아보면 하나님께 큰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느낀다. 낳아준 어머니와 많은 사랑으로 키워 준 양부모 등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방문은 나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둘러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내 유년시절에 걸었던 거리를 다시 걸으며 항상 나의 첫 고향이라고 불렀던 한국에서의 새 추억이 내 삶을 빛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포리에
(28·매사추세츠 보스턴 거주)
생후 5개월의 어린 나이에 서울서 입양된 크리스씨는 한국에서의 기억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크리스 씨는 항상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사랑이 넘치는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지만 그는 어렸을 때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단절돼 있다고 느꼈다.
크리스씨는 “아마도 피부색이 완전히 다른 가족과 다른 친구들과의 인종적 배경의 차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라면서 10대를 넘어 성인이 될 때까지, 많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나 자신도 항상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씨는 “하지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친부모가 누군지 모른다는 거였다. 자신을 찾는데 연관 지을 수 있는 과거가 내게는 없었다. 내가 즐겨 하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 정체성을 찾는 것과 관련 있다. 개인 트레이너로서 다른 사람들이 이상적인 몸매를 만드는 것을 돕고, 온라인 비디오 컨텐츠를 편집하고 제작한다”면서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그 시작은 나의 입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항상 내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가 지난 3월 말 애타게 찾던 친모와 상봉했다. 친모를 만난 후 힘들게 살고 있는 친모에 대해 이해하게 됐으며 ‘마음 속에 뚫렸던 구멍이 메워진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크리스 씨는 이달 말 아시아 패밀리스 모국방문단의 자원봉사자로 다시 한국에 간다. 동병상련의 어린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도록 도와주고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눠 주기 위해서다.
크리스씨는 자신이 입양된 가정의 백인 형과도 무척 우애가 깊어 볼리비아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하다가 흔적도 없이 행방불명된 형 월터 포리에를 추모하기 위해 올해부터 장학금을 마련, 입양인에게 장학금도 전하고 있다.
<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