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0 여개 고객사 둔 글로벌 1위 RPA 업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3억달러 투자해 주목
▶ 지난해 8월 한국지사 설립, 국내시장 공략
업계 최초로 ‘봇스토어’ (BotStore) 구축
이영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한국 지사장.
“기존 정보통신기술(ICT)이 기업 업무의 20%를 자동화 했습니다. 이제부턴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지능형 소프트웨어 ‘봇(Bot)’이 업무의 80%를 자동화할 겁니다. 사람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봇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65만 개가 가동되고 있어요. 앞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겁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이영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한국 지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이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3억달러를 투자해 주목을 받았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단순업무를 자동화해 대신 처리해주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를 ‘봇’이라고 한다)이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봇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이 때문에 수익을 개선하려는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RPA가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에 창의적 업무에 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해외에선 금융과 보험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RPA가 적용돼 그 효과를 증명했다. 이후 유통,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기업들이 RPA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RPA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지난해 8월 한국 지사를 설립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영수 지사장이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 지사장은 오랜 기간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국IBM 영업팀에서 시작해 델 EMC(Dell EMC)에서 세일즈 매니저와 백업 및 복구 시스템(BRS) 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델 EMC 재임 기간 백업·복구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에 기여한 바 있다. 뛰어난 성과를 보인 그는 IT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바이올린 시스템’(Violin Systems), ‘카미나리오(Kaminario)’에서 한국 지사장을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총괄 사장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이영수 지사장은 말한다.
“한국 지사장을 맡아 달라고 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새롭게 뜨고 있는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래서 지난해 7월부터 혼자 지사 설립 업무를 시작했죠. 지금은 올해 3월 말까지 한국 지사 직원을 25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한국 지사 임직원은 20여 명이다.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고객 석세스 매니저(Customer Success Manager, CSM)’라는 직책을 두고 있다. ERP와 DB 등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담당해본 인력으로 구성된 CSM은 고객과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다. 고객사 문제를 파악해 본사에 알려주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역할을 수행한다.
“고객이 우리와 관계를 맺으면 CSM이 밀착 관리를 해드립니다. 구축한 RPA를 사용하기 위한 임직원 트레이닝 외에도 필요할 경우 워크숍도 진행하죠. 경쟁사에서 저희 CSM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부분입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RPA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로는 가장 많은 전 세계 1,1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절반이 오토메이션애니웨어 고객일 정도다. 오라클이나 SAP 등 기존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도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RPA를 자사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한국 지사를 설립한 지 다섯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내 고객사 50여 곳을 확보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RPA는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와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라는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인력들을 보다 전문성 있는 업무분야에 재배치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제조업 1위 기업도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솔루션을 전사 플랫폼으로 선정해 적용했습니다. 저희는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업계로 RPA를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 지사장은 올해 한국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계속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구축한 RPA를 전사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한국내 컨설팅·IT 서비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RPA는 단순 솔루션 구매만으로 구축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기업 내 부서별로 RPA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컨설팅, 맞춤형 서비스 등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죠. 고객도 RPA를 알아야 스스로 혁신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사가 역량 강화를 통해 저희 고객에게 가이드를 줄 수도 있고요. 저희는 RPA에 익숙한 전문 인력이 배출되도록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대비하려면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니까요”
RPA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쟁 기업도 시장에 속속 나오고 있다.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경쟁우위를 지키기 위해 확장성과 인공지능(AI) 접목 등 앞선 기술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2003년 설립 이후 15년간 연구개발(R&D)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독보적인 RPA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영수 지사장은 오토메이션애니웨어가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할 수 있는, 완벽한 RPA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 업체”라고 강조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이용자가 원하는 RPA 기능을 직접 구매하는 ‘봇스토어(BotStore)’를 구축하기도 했다. 봇스토어는 기업이나 개인이 봇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앱(애플리케이션) 스토어’다. 2018년 5월 개설 이후 6만5,000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 앱 스토어를 방문했다.
“SAP, 오라클, IBM, 구글 등도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봇을 만들어 봇스토어에 업로드를 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이 저희 스토어를 방문해 이 같은 다양한 봇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죠.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구글플레이 같은 마켓플레이스로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RPA의 강점은 뛰어난 확장성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르는 사람도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봇을 봇스토어에서 여러 개 구매해 레고 블록처럼 짜 맞추면 쉽게 RPA를 구축할 수 있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프로그래밍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영수 지사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AI를 RPA에 접목해 만든, 사람처럼 문서를 이해하는 ‘아이큐봇’이란 제품도 있습니다.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인지하기 어려운 것을 사람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출시한지 4년 됐는데 최근에는 한국어 버전도 나왔어요. 아이큐봇이 한국어 학습을 완료하면 한국 고객도 새로운 기능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RPA는 정형화된 데이터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쌓여 있는 데이터의 80%는 뒤죽박죽 복잡하게 섞여있다. 버전6까지 나온 아이큐봇은 이 80%에 달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버는 택시 한 대 없이 공유차량 사업을 하고 에어비앤비는 호텔방 하나 없이 숙박산업을 혁신했죠.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사람보다 더 일을 잘하는 ‘디지털 워커(봇)’를 전 세계에 두고 있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만 개의 봇을 운영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단일 기업으론 전 세계 최대 (봇)고용주가 될 겁니다. 디지털 워커가 공급되면 될수록 사람은 더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될 거고요. 이처럼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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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제헌·사진 차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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