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 있어야,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 성공 가능
▶ 문재인정부, 서울답방 조바심 버리고 외교안보팀 쇄신 균형외교 되찾아야

신기욱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이 27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 소장은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선제적인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기자>
“북한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가 신속하게 선행되어야만 북미간 교착 상태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반도에 찾아온 역사적인 이 기회를 또 다시 놓쳐서는 안 된다”
27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신기욱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은 북미간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해법을 쥐고 있는 것은 북한이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선행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변화도 촉구했다. 북한에만 몰입된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외교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어 대대적인 외교안보팀 쇄신으로 균형외교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화해 분위기를 선도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인정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현재의 외교 안보팀으로는 균형외교를 펼칠 수 없다”고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 쇄신을 강조했다.
격변이 예상되는 2019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신기욱 소장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미북 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두고 미북이 줄다리기를 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성과 아닌가?
▲맞다. 잇따른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고조됐던 긴장이 화해 분위기가 바뀐 성과가 있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을 링위로 끌어내 대화의 장을 만든 것도 큰 성과다. 이제 트럼프나 김정은 누구도 현재의 판을 깨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제 그 이상 더 큰 진전을 이뤄야 할 때다.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과감한 결단으로 선제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서울답방만으로는 북한이 기대하는 경제협력 확대 조치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미북이 교착 상태를 해소해야 서울 답방도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재촉하기 보다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에 조급해하는 모습이다.
▲남북미 관계에서 현재 가장 조바심을 내고 있는 쪽은 문재인 정부다. 남북관계에 몰입하다시피 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서울 답방 카드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가시적 성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미북 관계는 속도를 낼 수 없고, 경협에서도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북한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미 정계에서는 비핵화 없는 남북, 북미 관계 진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내가 만난 학자나 유력 정치인들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성과도 없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있다. 드러나진 않지만 한미 관계가 현재 그리 매끄럽지 못한 면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북한 문제에만 몰입하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에 문제가 있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이제 북한 ‘외골수 외교’를 탈피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는 삐걱대고 있고, 중국과도 매끄럽지 못하다. 북한만 바라보는 ‘외골수 외교’로는 북한 문제를 풀 수 없다. 미·중·일을 모두 아우르는 고차원 외교방정식을 풀 수 있어야 한다.
-외교안보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외골수 외교를 균형외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과 개편이 절실하다. 외교부 장관에서부터 미·중·일·러 4대국 대사,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까지 큰 폭의 쇄신이 필요하다. 현 4강대사는 모두 대선캠프 출신들로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힘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지 언어능력 미흡, 전문성 결여, 주재국가의 인적 네크워크 부족 등 한계를 노출했다. 외교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해 주요 국가 핵심인사들과의 인적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교안보팀 쇄신은 왜 중요한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는 올해 대북정책을 제외하곤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외교안보팀을 재정비해서 균형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한국처럼 대외관계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교는 안보 뿐 아니라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적 고려보다는 전문성 위주로 새롭게 팀을 정비하여 2019년에는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한미 관계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가?
▲한미관계는 안정적인 듯 했지만, 아슬아슬했고,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다. 큰 이견은 없어 보였지만 한국이 앞서간다는 볼멘소리가 워싱턴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보다는 오히려 북한입장에 서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방위금 분담이나 주한 미군의 지위에 관해서도 양국간 의견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평점 B 이상 주기 어렵다.
-중국과는 대북 문제에서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나?
▲중국과는 사드 문제를 봉합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새로운 전략적 외교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중간 무역갈등은 한국 경제상황 악화로 이어지고 있지만 대책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을 만나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고 있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일관계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보인다. 평점을 준다면 C-정도 밖에 안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위안부 협정의 사실상 파기되고 징용배상 판결로 상당기간 냉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마땅한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내 전문가나 지식인층은 ‘한국 맘대로 하라’는 식의 냉소적 기류가 강하다. 친한파 인사들 조차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인 접근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거사 보다 미래지향적인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은 한반도 정세를 전망한다면?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북미 2차 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답방이 예정되어 있어 2019년은 한반도평화에 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신기욱 소장 약력
- 현 스탠포드 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
- 현 스탠포드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스탠포드 대학교 한국학 프로그램 설립
- UCLA 사회학과 교수 역임
- 워싱턴 대학교 사회학 박사
<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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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신기욱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우끼네
김정은의 참수만이 답이다.
비핵화?시간 낭비이다.김정은은 한국에 안온다.결단을 못 내린다. 매번 같은말만 하는 말장난이지만 끈기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