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소 거리를 두고 마주한 황금빛 머리에 악동의 미소를 짓는 ‘아메리칸 골든 보이’ 로버트 레드포드는 81세 나이답지 않게 젊어보였다. 아직도 미남이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고 그의 모습에선 황금빛 조락의 기운이 감돌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해주었다. 실화인 ‘노인과 총’(The Old Man & the Gun)에서 7순에 은행을 터는 포레스터 터커로 나온 레드포드와의 인터뷰가 9월 9일 토론토 국제영화제 기간 중 페어몬트 로열 요크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레드포드의 연기생활 은퇴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그의 이런 소문에 대한 대답은 다소 애매모호했다. 레드포드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면서 약간 냉소적인 농담과 함께 질문에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베테런 스타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레드포드는 이 영화로 제76회 골든 글로브 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가 정말로 배우로서의 은퇴작인가.
‘결코 다시는 안 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21세 때부터 연기를 했으니 참으로 긴 세월이다. 그러나 난 멈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갈 길이 길다. 연기생활을 멈춘다기보다 앞으로 감독이나 제작자로서 계속해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당신의 ‘버켓 리스트’(죽기 전에 하고픈 일들)는 무엇인가.
그런 것 없다. 나는 너무 멀리 앞을 생각하는 대신 현재 순간에 사는 것을 믿는다. 특히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현재 순간에 살면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가를 즐기는 당신에게 그 것은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난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에 매달렸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 마음은 늘 창 밖을 통해 다른 세상을 동경했다. 그림 중에서도 스케치에 심취했다. 그러나 그 땐 2차대전이 막 끝난 후라 학교에선 미술을 소홀히 했다. 그러나 그 것은 나의 정열이었다. 그래서 난 책상 밑에 숨어서 그리다 선생님에게 들켰다. 그런데 내 그림을 본 선생님이 내 재능을 깨닫고 공부에 집중하면 그림도 그리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림을 계속해 그렸고 그 것이 내 생의 전환점이 됐다. 미술은 남과의 교신 수단이다. 나는 감독을 할 때면 그 내용을 먼저 스케치로 그린다.
터커는 늘 말끔한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은행을 터는데 본인의 패션 감각은 어떤지.
난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를 통한 좋은 얘기들이 현 미국의 현실을 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러길 바란다. 미국은 지금 갈 때까지 갔다. 이런 수렁에서 우리를 건져줄 것은 영화의 몫이다. 그러나 영화는 정치와 거리를 둬여 한다. 정치적 영화는 만들 수 있으나 영화 자체가 정치적으로 된다는 것은 좋지 않다.
언제 이 영화가 배우로서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가.
작년에 제인 폰다와 공연한 ‘밤의 우리들의 영혼’은 너무 슬픈 얘기여서 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다음 영화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 나라가 이렇게 정치적 문화적으로 어두운 때 나올 줄은 몰랐다. 정치인들이 양극화 된 지금 패자는 대중이다. 그래서 좀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마지막이 된다고 말하진 않았다. 다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터커는 돈에 별 관심이 없는데 당신은 어떤가.
난 터커완 달리 돈에 관심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나 은행을 터는 일은 어딘가 닮았다. 둘 다 힘들기 때문이다. 둘 다 끊임없이 침체와 행복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일이다. 그런데 난 영화를 만들 때면 늘 행복하다. 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어떤 영화로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가.
난 내 영화들의 대부분을 좋아해 몇개만 집어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고르자면 공연한 폴 뉴만과 친구가 된 내가 선댄스 키드(레드포드가 설립한 선댄스 영화제는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로 나온 ‘내일을 향해 쏴라’와 다시 그와 나온 ‘스팅’이다. 둘 다 조지 로이 힐이 감독했는데 모두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들이다.
터커는 멋진 중절모를 쓰고 은행을 터는데 본인은 모자가 있는지.
너무 어려 모자를 쓰기가 어색했을 때부터 모자를 좋아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어떤 모양이던지 모자를 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자를 쓴다는 생각이 즐거웠다. 그 것을 쓰면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모자는 이탈리아제인 보살리노다.
감독을 보다 일찍 시작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연기를 21세 때 시작했으니 아주 젊었을 때다. 처음의 정열인 그림으로 부터 배우로 변신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따라서 감독이 되는데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도 감독은 계속할 것이다.
요즘 할리웃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둘째는 이 얘기를 표현할 작중 인물들이고 셋째는 감정이다. 그런데 젊은 팬들이 특수효과를 좋아하면서 새 기술이 만들어내는 폭파와 파괴가 이야기를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가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과거의 어떤 부분이 그리운가.
어렸을 때 집에 TV가 없을 때 동네 극장에 가서 영화 보던 일이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이웃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과 달리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광고가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 극장에 들어가면 그런 것들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단순했던 때가 그립다.
과거와 달리 영화계에서 여성의 위치가 많이 향상됐다고 보는가.
여성의 역할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상은 매우 건강하고 좋은 것이라고 본다. 내가 연기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여성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감독과 각본가들이 부쩍 늘었다. 따라서 남성들에 의해 무시되던 시각들로 이야기가 표현되고 있다. 아주 좋은 일이다.
연기를 그만두면 한동안 쉬었던 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떤 영화를 만들 거인가.
마음에 둔 것이 있지만 여기서 밝히진 못하겠다. 앞으로 감독을 하면 뜸을 들이지 않고 계속해 활동할 계획이다.
당신이 어렸을 때 아무도 당신을 보고 미남이라고 안 해 섭섭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인가.
그렇다. 그 때 내 머리는 빨강색인데다가 산지사방으로 뻗쳐 늘 침으로 내리 눌려야 했다. 게다가 주근깨까지 있으니 어찌 미남이라는 말을 들었겠는가. 또 이빨도 너무 컸다. 내가 미남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그 후 한참이 지나서인데 전연 기대치 않아 크게 놀랐다.
과거를 돌아 볼 때 후회하는 것이라도 있는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에 너무 비중을 두면 항상 지고 다녀야 할 짐이 된다. 과거를 돌아 볼 때 우린 다 후회할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에선 후회와 함께 잘 한 일들도 있는 것이니 후회라는 것은 삶의 균형을 갖추어 주는 하나의 요소이다. 너무 후회에 무게를 두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하지 않아 그런 후회는 안 해도 되는 것이 큰 다행이다.
연기를 그만두면 그 것이 그리울 것 같은가.
모르겠다. 두고 봐야지.
여가엔 뭘 하면서 지내는가.
많다. 우선 난 산에 살기 때문에 승마를 하고 등산과 등반을 하며 여러 가지 야외 활동을 즐긴다. 공해 없는 활짝 열린 하늘과 대지에서 산다는 것은 기쁘고 축복 받은 일이다. 난 산을 정말로 사랑한다. 난 산 속에 살면서 산이 주는 위로를 즐긴다. 난 유타 주의 선댄스와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의 산과 대지와 하늘과 함께 공존하면서 산다.
탈선 열차 같은 영화계에 오래 동안 몸담아 오면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었는가.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열어 놓으면 된다. 모든 경험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을 여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모험을 창조하고 그 모험이 또 다른 훌륭한 일로 나를 인도하곤 했다. 그러나 때론 그것은 내가 전연 모르는 세계에로의 여정이어서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정지한 채 자신을 닫는 것보다 훨씬 낫다. 새로운 것에 자신을 연다는 것이야 말로 산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더 흥분되고 멋들어진다고 보는가.
그렇다. 보다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도달할 용의만 있다면 나이 먹을수록 삶은 더 흥분되고 가능성도 더 많아진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해주기를 바라는가.
내가 한 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도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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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YASMA7 대표
김인자 시인·수필가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이상희 UC 리버사이드 교수 인류학
윤민혁 서울경제 실리콘밸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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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언제나 봐도 멋지네요. 로버트 레드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