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들, 자신들만 고결하다고 생각”
▶ “미국 정책 반대하면 정신장애 취급”
“다시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부르지 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지켜본 국제정치 전문 하버드대학 교수가 김 위원장을 비이성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그릇된 견해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티븐 M. 왈트(STEPHEN M. WALT) 교수는 14일 미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FP)에 기고한 글을 통해 “김 위원장 가족은 미치거나 비이성적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7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왈트 교수는 “미국은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고결하고, 현명하고, 사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 정책의 동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 취급을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노련한 미국의 관리들이나 학식 높은 학자들조차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갈등을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가치의 충돌로 보지 않고 인격의 결함, 과대망상, 혹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왈트 교수의 FP 기고문 요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진전은 김 위원장의 변신이었다. 이제까지 김 위원장은 은둔 왕국의 지도자였다. 그는 비밀스럽고, 다소 우스꽝스럽고, 다분히 살기등등하고, 비이성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느낌의 김 위원장을 업무에 몰두하는 진지한 지도자로 바꾸어 놓았다.
미국은 적들을 비이성적이고, 제정신이 아니고, 기만적이고, 위험한 일을 도모하거나, 단순한 얼간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 많은 노련한 미국의 관리들이나 학식 높은 학자들조차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갈등을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가치의 충돌로 보지 않고 인격의 결함, 과대망상, 혹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 가족은 미치거나 비이성적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7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왔다.
적을 미치광이 취급하는 미국의 이러한 경향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인들은 러시아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비이성적인 광신자로 여겼다. 에드워드 랜싱 전 미 국무장관은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1960년대 딘 러스크 국무장관은 중국을 “공격적인 오만함과 스스로에 대한 집착의 결합체”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의 행동은 난폭하고, 화를 잘 내고, 고집 세고, 적대적이다”라고 주장했다.
1970~1980년대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소련 지도자들이 인간 생명의 가치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련의 주요 도시를 모두 파괴하고, 소련사람 수천 만 명을 죽이더라도 그들은 핵전쟁을 일으켜 승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미국 전문가들은 사담 후세인이 비이성적이고, 저지하기 어려운 연쇄 침입자라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들은 지금 유사한 논리로 이란과의 전쟁을 옹호하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 때 이란 지도자들을 “대량학살 미치광이”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견문이 넓은 미국인들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만이 유일하게 고결하고, 예외적이고, 현명하고, 사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 정책의 동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이 적들은 원래 비이성적으로 타고 났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첫째, 만일 적들이 정말로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라면 그들은 미국의 우월한 군사력에 겁을 집어먹지 않을 것이다.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억제력 전략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고, 선제적 공격이 보다 매력적인 옵션으로 부상할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바로 정확하게 이런 사례였다. 이는 또한 미국의 매파들이 최근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놓는 것이기도 하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 북한 선제 타격을 선호하는 이들 역시 최근까지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펴왔다.
둘째, 적들의 행동을 비이성적인 행태로 간주하게 되면 그들의 행동 이면에 있는 진짜 이유를 보지 못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종종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이 추구하는 대량 살상무기가 일종의 야만적 일탈이거나 혹은 악의적인 의도 때문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도 모두 합당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억지력을 원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의 경우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었음을 입증했다.
셋째, 만일 어떤 적이 미쳤거나, 비이성적이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를 지니고 있거나 한다면 그들이 당근이나 채찍, 혹은 합리적인 논쟁에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비이성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정상적인 외교는 시간 낭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적들을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 우리 자신들 역시 미친 행동을 적지 않게 해 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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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이익을 위해서 최선과 불가한일도 마다않지만, 윤리적과 논리적으로 더불어살아가는 세상을 같이하자면 서로의이해 타산이 맞아야겠죠. 국가는 어쩔수없다라고 국민에게 설명할수없읍니다.
맞는 얘기다. 김정은은 아주 계산적이고 치밀한 외교를 한거다. 교만함을 없애지 않으면 실패한다
백인의 미국 중심사고로는 세상을 이해할수 없지요. 레드넥들에겐 너무 어려운 세계 정치
맞다 나도적극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