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모 단정하고 웃음 띤 표정은 기본
▶ 잡담 상대해주고 어깨 마시지까지
셴 유에가 베이징 소재 기업인 체인핀닷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남성 동료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프로그래머 도우미로 이 회사에 취업했다. [Giulia Marchi/뉴욕 타임스]
■‘미투’아랑곳 않는 중국 하이텍기업들
하이텍 분야가 중국의 ‘대세 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인력시장의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노동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하이텍 업체들이 치열한 프로그래머 확보전에 나서면서 ‘고급 기술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이처럼 인력확보전이 과열양상을 띄우면서 대부분이 남성인 프로그래머들을 유인하기 위해 ‘미인계’를 동원하는 관련 업체들의 수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셴 유에도 고지식하고 사교성이라곤 전혀 없는 남성 프로그래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신흥 테크놀로지 기업이 채용한 여직원이다. 올해 25세로 베이징 소재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셴의 직책은 “프로그래머 모티베이터”이고 맡겨진 업무는 “아는 것이라곤 컴퓨터 밖에 없는” ‘너드’(nerd)들의 치어리더 겸 심리상담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들은 스트레스를 풀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 더러, 뾰족한 해소책도 알지 못한다. 이처럼 아침에 눈 부비고 일어나 잠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종일 코드와 씨름하는 이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돕는 게 셴과 같은 프로그래머 도우미들에게 맡겨진 임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응모자격도 “용모단정하고 매력적인 젊은 여성”으로 제한된다. 이 정도면 성차별 시비를 불러오기 딱 좋은 조건이다. 실제로 일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삐어져 나오곤 있으나 여성 응모자들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국 여성의 사회진출은 대단히 활발한 축에 속한다. 세계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억만장자들의 수가가장 많은 곳이 비로 중국이다. 신생업체들의 경우 간부직을 꿰찬 여성의 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의 경우 ‘미 투’ 운동이라든지, 성적 불평등에 관한 공개적인 지지와 논의는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여성을 향한 편견은 뽑아내기 힘들 정도로 뿌리가 깊다.
성차별을 단속하는 현행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집행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성 선호. 용모 단정한 여성만이 응모가능” 등의 문구를 담은 구인광고가 판을 친다.
프로그래머 도우미 채용광고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은 영향력과 자산 규모에서 페이스북, 구글과 아마존 등에 필적하는 거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노동문화는 아직도 여러 면에서 남성들이 판치는 실리콘 밸리를 뒤좇아 가고 있다. 먼저 최고위직은 거의 남성일색이다. 중국의 거대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이사 11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이고, 다섯 명으로 구성된 검색엔진 바이두의 이사진은 남성천하다. 게임 및 소셜미디어 재벌인 텐센트 역시 여성 이사가 전무하다.
이에 비해 트위터는 아홉 명의 이사 가운데 세 명이, 페이스북은 아홉 명의 디렉터 가운데 두 명이 여성이다.
게다가 뉴욕에 기반을 둔 인권감시단체 휴먼 라이츠와치에 따르면 알리바바, 바이두와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대형 기술업체들은 “미모의 여성 직원 다수 보유”라는 민망스런 구인광고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는다. ‘근로 조건’ 선전물로 여성을 이용한, 딱 떨어지는 성차별적 광고다.
특히 알리바바는 지난 1월 “28세에서 35세 사이의 용모단정하고 품격 있는 여성 우대”라는 담배 세일즈 매니저 채용공고를 돌렸다. 비난여론이 일자 문제의 광고를 중단한 알리바바는 “우리 회사를 설립한 18명의 공동 창업주 가운데 1/3이 여성이고, 기업 전체 관리직의 1/3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회사의 기존 정책과 지침에 따라 성에 관계없이 모든 응시자에게 평등한 취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역시 성차별 논란에 휘말린 바이두는 회사의 전체 종업원 4만 명 중 45%가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강조하고 임원진의 성비도 이와 비슷하다며 해명을 시도했다. 다만 텐센트는 차별적 광고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일궈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프로그래머 여성 도우미 채용 광고를 내는 기업들의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바이두가 운영하는 일자리 서치 웹사이트인 바이두 바이핀에 따르면 현재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업체의 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총 7개사다. 대형 업체들이 성차별 광고를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후 관련 광고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래머 도우미인 셴은 지난 10월 소비자금융회사인 차이나핀닷컴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월급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셴을 직접 채용한 인사담당자는 월 950달러 정도라고 귀띔해주었다.
긴 머리에 흰 피부를 지닌 셴은 출근할 때마다 붉은 아이셰도우를 바른다. 늘 웃음 띈 표정을 유지해야 하는 그녀의 별명은 기쁨이라는 뜻의 유에유에다. 프론트 데스크에 자리를 배정받은 셴의 주요 업무는 사내 사교모임을 주선하고 티타임에 필요한 간식거리를 주문하며, 프로그래머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이다. 피로한 기색을 보이는 프로그래머를 회의실로 불러 불만을 들어주거나 가벼운 이야기로 기분전환을 해주고, 필요할 경우 어깨와 목 마사지도 해준다.
남성 프로그래머들의 반응은 환영일색이다. 체인핀닷컴의 R&D부에 근무하는 펭 지이(31)은 “인터넷에 뜬 다른 스타트업 회사 광고사진에서 여성 도우미가 프로그래머에게 부채질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못내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우리도 아름다운 도우미가 있다”며 “셴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우미가 꼭 여성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펭은 “같은 남자끼리 어울리는 건 동성애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싫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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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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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왜요? 여자는 남자가 해주면되는데... 잘
이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 인가요?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