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인 지원단체 ‘믹스드 루트’설립 운영, 홀리 바크먼씨
▶ 1983년 군산 고아원에서 미네소타 백인가정에 입양

입양인 지원 비영리단체 ‘믹스드 루트 파운데이션’ 설립자 겸 대표인 홀리 바크먼씨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입양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인 등 아시아계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은 정말 큽니다. 그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며,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한국인 입양인 출신 언니는 한국 대표로, 백인 동생은 미국 대표로 동반 출전해 전 세계를 매료시킨 감동스토리의 주인공 마리사·해나 브랜트 자매(본보 25일자 A4면 보도)가 지난주 LA를 방문해 수많은 입양인과 그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은 가운데, 이들의 이같은 활동 뒤에는 주류사회에서 입양인 지원 활동을 헌신적으로 펼치고 있는 역시 한인 입양인 출신 여성 활동가가 있다. 바로 비영리단체인 ‘믹스드 루트 파운데이션’(Mixed Roots Foundation)을 설립해 이끌고 있는 홀리 춘향 바크먼(38·)씨가 그 주인공이다. 4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홀리 바크먼씨는 자신과 같은 많은 입양인들을 돕기 위해 지난 2011년 비영리단체를 설립, LA 다저스와 ‘입양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많은 주류사회 기관 및 단체들과 협력해 입양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홀리 바크먼씨와의 일문일답.
-믹스드 루트 파운데이션이란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지난 2011년 설립했고, 5월25일로 7주년을 맞았다.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기금을 모아 입양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입양된 아이들에게 앞서 입양된 사람들을 멘토로 연결해주고, 아이들의 고민상담을 들어주게끔 한다. 청소년 시기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멘토의 조언이 절실하기 때문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그리고 친부모를 찾을 수 있게끔 DNA 테스트도 지원해주고, 모국을 방문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한다.
-마리사·해나 브랜트 자매와 함께 여러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자매는 우리 기관의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LA 다저스 입양인의 날’ 행사에도 참여했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입양인들에게 감명을 준다. 미국으로 입양된 마리사(26·한국명 박윤정)가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평창올림픽에 섰고, 그녀의 여동생 해나는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마리사는 입양인으로서 큰 성공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모국인 한국의 국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미국에 있는 많은 입양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기관은 마리사·해나 브랜트 자매와 협업해 여러 행사들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사·해나 자매도 입양인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며, 긍정적인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언제 입양됐나
▲1983년 미네소타주의 가정으로 입양됐다. 내 나이 4살 때의 일이다. 양부모에게는 이미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딸을 가지기를 소망해 나를 입양했다. 입양 당시 양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양아버지에게 많은 위로가 됐다고 들었다. 여전히 양아버지와 굉장히 친하다. 어릴 적부터 양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미들네임이 춘향이다.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과 같은데.
▲맞다.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친부모에게 받은 이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고아원에서 편의상 전래소설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와 성춘향이라고 지은 것 같다. 한인들을 만날 때 내 이름을 말하면 다들 웃더라.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나
▲총 2번 방문했다. 16세이던 지난 1995년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양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생을 바꾼 경험’ 에세이 경연대회에서 지원자 1만2,000명 중 15명 안에 들어 칠드런 홈 소사이어티의 지원을 받아 모국을 방문했다. 그 이후에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KA) 주최로 열린 ‘2010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한국에 방문한 김에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 DNA 테스트도 받았다. 아직 친부모를 찾지는 못했지만, 늘 친부모를 찾기를 소망하고 있다.
-입양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은
▲미국에서 입양인, 그것도 아시아계 입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특히 백인 가족에게 입양이 되었을 경우 아시아계 입양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극심하다.
가족들 중 나 혼자만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늘 고민했다. 특히 내가 유년기를 보냈던 미네소타는 백인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는 수많은 차별을 견뎌내야 했다. 학교를 가면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나 혼자 피부색이 달랐다. 당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 내 피부색을 보고 더럽다고 표현하는 아이도 있었다. 가족들과 공공장소에 있을 때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가족을 향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외출을 하면 나 혼자 멀리 떨어져서 걸으려고 노력했다. 오빠와 외출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오빠의 여자친구로 오해했고, 아빠와 둘이 외출하면 나와 아빠를 부적절한 관계로 의심하기도 했다. 그 모든 오해와 의심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미국 내 한인 입양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믹스드 루트 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많은 기관이 입양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관계 기관을 찾아 같은 환경에서 자란 여러 입양인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란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음 속에 쌓여있던 서러움, 울분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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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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