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 ‘핵 완성’ 선전 동력 경제 총력 선동
▶ 트럼프, 조야 회의적 여론 반영 불가피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한 차례의 진통을 극복하고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예정대로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비핵화'와 '체제안전' 문제를 놓고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의 정치적 입지에 흠집이 나지 않을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번째 평양 방문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역사적인 만남'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고 '만족한 합의'를 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 내 대북 강경 발언이 나오고, 지난 16일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발표하면서부터 난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등을 언급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깎아내리며 "일방적 핵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내 기류가 급변한 배경은 지난달 20일 채택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북한이 발표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은 모두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천명했던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적으로 결속됐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경제 총력 노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이러한 선전의 바탕에는 '비핵화'의 명분을 만들어 핵 포기를 결정한 데 따른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권위를 상실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는 방식의 '리비아식'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단계적 동시 조치' 방식의 비핵화를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 내 만연한 회의적 시각 때문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 조야(朝野)에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70~80%에 달할 정도로 팽배한 실정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가 없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은 모두 북한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CVID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강경 발언을 내자 북한은 지난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 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벼랑 끝 전술로 국면을 전개시켰다. 결국 북한이 곧바로 김 위원장이 '위임'을 받은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북미 양국이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긴 했으나, 근본적인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또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자 논평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주동적이며 대범한 조치들'이라고 강조하며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해 누가 뭐라고 하든, 어디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우리가 정한 궤도를 따라 우리의 시간표대로 나가고 있다"고 선전했다. 또한 경제 총력 노선은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은 (비핵화를) 저들의 제재압박공세 결과로 포장해 내뜨리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내비치는 거부감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상대방의 '언어'에 대한 이해 부족 영향도 없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분류되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오바마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 의제 실무회담 전면에 나서게 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성김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으며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로 분류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김계관 제1부상의 두 번째 담화에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비핵화 로드맵에 있어서 이견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 김 위원장이 '굴복'하지 않았다고 선전할 수 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속지 않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이번 비핵화 담판 성패를 가를 거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과 핵탄두 등을 일부 반출하고,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담보하는 선언에 합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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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을 미북 정상으로 고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