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전용과 외양 닮아, ‘2호’로 표기 개량형 관측
▶ “북중 관계 과시” 분석도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은 왜 항공기가 아닌 열차를 이용했을까.
김정은은 이번 방중에 백두혈통만 타는 ‘1호 열차’를 이용했다. 아버지 김정일이 생전 방중 당시 애용한 전용열차와 외양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항공기 공포증이 있었던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평소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해왔으나, 이번에 경호상 부담이 더 큰 열차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한 데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이용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보안과 안전 문제를 챙기는 데 열차가 비행기보다 유리하다는 실무적 이유도 있다.
중국에서 목격된 특별열차는 과거 김정일의 전용열차와 닮은 꼴이다. 짙은 녹색 바탕 위에 선팅 처리 된 창문 아래로 노란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다. 김정일은 집권 시절 포함 생전에 8차례 중국 방문은 물론 2001년 한달 가까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이 열차를 이용했다.
다만 이번 특별열차는 김정일이 탔던 전용열차를 개량했거나, 같은 기종의 다른 모델로 보인다. 과거 번호판이 ‘DF-0001’로 표기됐던 것과 달리, 이번 특별열차는 ‘DF-0002’로 적혀 있다.
백두혈통만 이용해온 1호 열차답게 상당한 수준의 보안과 내부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객실창이 방탄처리 돼 있고, 평양과 원활한 연락을 위해 위성전화 등 첨단 통신 장비가 구축돼 있다. 선로 점검 등을 위해 쌍둥이 열차인 선행열차가 나란히 이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정일의 방러 당시 전용열차에 함께 탑승했던 러시아 인사는 “움직이는 완벽한 요새”라고 표현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도 1호 열차 내부가 특급 호텔 수준임을 보여준다. 집무실 객차의 경우 벽지와 천장, 조명 모두 흰색으로 꾸며졌다. 양 옆으로 고급 소파가 배치돼 있고, 벽걸이 TV와 책상, 전화기 등도 설치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지방 시찰 때도 비행기를 즐겨 탔고, 김정은 체제 들어 중국을 방문한 고위급 인사들이 주로 비행기를 이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열차 방중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열차는 경유하는 지역의 철도나 도로를 모두 통제 해야 하는 경호상의 부담이 커, 중국 입장에선 특별 대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열차가 달리는 지역마다 중국 내부 열차 노선도 조정해야 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드러내주는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열차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아쉬워서 가는 게 아니라, 폼을 부리며 방중하는 그림을 국제사회에 선보이기엔 비행기보다 열차가 낫다”고 말했다.
열차가 비행기보다 안전하다는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비행기는 격추 우려가 있고, 선대 때부터 검증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봤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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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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