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러 샤핑몰 화재 현장 방문 ‘질타’
▶ 경보기·대피방송 ‘먹통’에 비상구 잠겨

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 쇼핑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인형 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 샤핑몰 화재 참사가 인재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전격 방문해 당국자들의 태만을 강하게 질타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64명의 사고 희생자 가운데 40명 이상이 어린이로 밝혀져 분노가 커지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참사 사흘째인 27일 이른 아침(현지시간) 케메로보에 도착해 곧바로 화재 현장으로 갔다.
푸틴은 먼저 희생자들의 사진, 꽃, 장난감 등이 쌓인 추모단에 장미를 바치며 헌화한 뒤 불탄 쇼핑몰 건물 외부를 둘러보고 곧바로 주 정부 청사에서 열린 화재 피해 수습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푸틴은 회의를 시작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전장도 아니고 탄광 가스 폭발 사고도 아니다. 어린이를 포함해 사람들이 쉬러 나온 것이다. 우리가 인구 정책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잃었다”고 지적한 뒤 “범죄적인 태만과 대충대충 일하는 습성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2년 동안이나 해당 쇼핑몰에 대해 안전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 대해 분노를 표시하며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에게 참사를 부른 모든 공무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화재 일주일 전부터 샤핑몰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수리하지 않았으며 쇼핑몰을 지키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은 사고 당일 화재 발생 신고를 접수하고도 방문객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방송 시스템을 꺼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 있었던 쇼핑몰 내 영화관 출입문과 건물 비상탈출구 문 등이 화재 당시 모두 잠겨 있어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희생자 유족 수천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주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확한 사망자 수 등의 진상 공개를 요구하고, 화재 초기 너무 적은 수의 소방관들이 출동해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부패가 사람을 죽인다’, ‘실제 사망자가 몇 명이냐’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진실’,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지에선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제 사망자가 300~500명에 이르며 언론에는 정확한 사망자 수를 보도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케메로부 주정부는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은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현재까지 화재 참사 사망자가 64명, 부상자가 53명이라고 밝힌 상태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사망자 가운데 41명이 어린이라고 전했다.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가 시신 확인을 원하는 유족들에게 정보 유출 금지 각서 서명을 요구한 것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케메로보 주정부는 27~29일을 추모 기간으로 선포하고 관내 모든 문화·오락행사를 중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을 국민 추모의 날로 선포했다.
앞서 지난 25일 낮 케메로보 시내의 4층짜리 쇼핑몰 ‘겨울 체리’에서 불이 나 영화관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있는 4층이 전소하고 3층 일부까지 불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19시간 만인 26일 오전에야 간신히 잡혔다.
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실수에 의한 방화, 전선 합선 등 여러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은 푸틴 주재 대책 회의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화재 원인으로 4층 어린이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전기 합선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외부 방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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