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전 7년에도 안정 유지한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터키 공격에 전쟁터로
▶ “20만명 ‘대탈출’, 피란 생활”…’쿠르드에 산 말고는 친구가 없다’ 재현

“’올리브의 땅’에서 왔어요”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의 시리아 난민 아이들. 흰색 상의를 입은 소년은 아프린 시골 마을에서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군이 18일(현지시간) 점령한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은 예로부터 '올리브의 땅'으로 알려진 곳이다.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에서 북서쪽으로 60㎞ 떨어진 아프린은 행정구역으로 알레포주(州)에 속한다.
알레포는 '시리아내전 최대 격전지'로 각인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알레포 비누'로 유명했다. 알레포 비누는 이 지역 특산물인 올리브유에 월계수 잎을 원료로 만든 고급비누다.
구릉지대를 따라 신의 축복과도 같은 올리브 군락이 곳곳에 푸르고 쿠르드인들은 이 식물로 기름진 삶을 누렸다.
그래서 올리브는 아프린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아프린 일대는 아랍어로 '자발 알아크라드'라고도 불리는데, '쿠르드의 산'이라는 뜻이다.
파괴가 휩쓸고 피로 물든 근처 알레포와 달리 아프린은 내전 내내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내전 초기 시리아군이 반군과 교전에 집중하느라 철수한 이래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2014년 파죽지세로 확장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도 아프린까지 뻗지는 못했다.

‘올리브 언덕’ 아프린으로 진격하는 터키군 [AP=연합뉴스]

포연이 치솟는 아프린 [AP=연합뉴스]
안전이 유지되는 농업지역 아프린에는 반군 지역 난민과, IS의 학살·착취로부터 도망친 야지디족 등이 모여들었다.
터키군의 공격 전까지 아프린에는 정주민과 수많은 난민을 합쳐 35만∼70만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리브 언덕' 아프린은 그 상징처럼 내전 속에서 평화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아프린은 시리아 쿠르드 반(半)자치기구 3개 주(州, 칸톤) 가운데 하나이지만 나머지 2개 주와 지리적으로 분리된 곳이다.
터키는 2016년 8월 국경을 넘어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작전명, 유프라테스방패)을 펼쳐 아프린과 만비즈 사이에 있는 다비끄, 아자즈, 알밥 등 시리아 북서부 영토를 장악했다. 국경에서 테러조직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쿠르드 세력의 서진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공을 세웠으나, 터키는 이들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간주한다. 자국의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의 장악력이 강화되자 터키는 올해 1월 또다시 국경을 넘어 아프린으로 향했다.
터키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군사작전에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가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리브가 아프린의 상징이기도 하거니와, '테러조직 소탕'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터키군 공습과 포격에 내전 7년간 평화를 누린 올리브 언덕은 화염에 휩싸이고, 수십만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아프린 밖으로 내몰렸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터키의 군사작전 두 달간 아프린 주민 280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군과 수니파 반군으로부터 박해를 피하려는 쿠르드족과 소수민족 등 20만명이 아프린 밖으로 달아났다.
극악무도한 IS와 싸움에 쿠르드족을 앞세운 미국 등 서방은 정작 아프린 쿠르드의 신음에 냉담했다. 말로 '우려'를 표명했을 뿐, 적극적으로 터키를 말리는 나라는 없었다. 쿠르드가 시리아내전에서 반군 편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시리아정부만 소규모 민병대를 보냈다.
'쿠르드한테 산(山)말고는 친구가 없다'는 중동 속담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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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