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에 독재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공산주의 실험이 대실패로 끝난 뒤 '역사의 종언'이란 책에서 전망했던 것과 달리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권위주의가 또다시 진군의 북을 울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8일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문을 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되며 절대 권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 도전에 나서 4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4기 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러시아 현대사에서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 선출 절차는 서구 선거의 자유의 개념으로 보면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지만 옛 소련 붕괴 이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자유주의의 환상은 이제 퇴조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독재 지도자의 부활에 동력을 제공한 것은 30여 년 전 일어난 옛 소련의 붕괴였다. 푸틴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설파했다. 그는 "옛 소련 붕괴를 애통해 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라며 "옛 소련식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의 74%는 옛 소련 붕괴를 아쉬워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의 부흥을 약속하며 20여 년 전부터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보다 더 옛 소련 붕괴를 분석하고 고민한 나라도 없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1월 당 총서기직을 이양받은 직후 최고지도부 회의를 소집하고 옛 소련 붕괴의 원인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핵심적인 이유는 이념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역사를 부인하고 레닌과 스탈린을 거부했다. 이념적 단결에 실패하면서 당 조직이 작동을 멈췄고 군부도 당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지난 12일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했던 연설 내용을 다시 게재하고 옛 소련 붕괴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제시했다. 신권위주의의 부활은 한 개인 때문만이 아니라 전체 당의 사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 장기집권의 배후에는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공산당 상무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왕 상무위원은 1980년대부터 신권위주의의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그는 심지어 중국 자유주의 풍조가 최고조를 이뤘던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신권위주의를 외쳤다.
왕후닝은 1980년대 한국과 대만, 홍콩이 경제적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을 분석한 글을 올렸다. 그는 "재미있는 현상은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일수록 정치적 효율성이 높았다"며 "다시 말해 이들 나라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앙집권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효율성과 민주적 정책 결정은 어느 정도 상호모순적이다"라는 점도 인정했다. 왕 상무위원은 서구 자유주의 제도를 추종하면 비참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며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당의 리더십만이 끊임없는 내부 투쟁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고 국가 발전의 힘을 축적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그는 중국은 독재자와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기관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샴보그 교수는 "중국은 정책적 지향이란 측면에서 '엄격한 권위주의'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정치제도는 '네오전체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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