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 / 사진=김창현 기자
류준열(31)의 2017년은 뜨거웠다. 한해의 문을 연 영화 '더 킹'으로, 뜨거운 여름의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로, 막바지의 '침묵'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는 시상식에서도 그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달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조직위원장 장윤호, 2017 Asia Artist Awards, 이하 '2017 AAA') 시상식. 류준열은 AAA 배우 부문 베스트 스타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소감에 이어 준비한 영어 소감으로 아시아의 팬들과 교감하던 그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지난 11월 AAA 배우 부문 베스트 스타상을 수상했는데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시상식이잖아요. 실제로 아시아 각국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고, 아시아에서 사랑받는 분들을 초청한 시상식이었는데 초대도 받고 상까지 주셔서 의미가 남달라요. 해외 팬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덕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됐고요.
-영어로 수상소감을 남겨서 더 기억이 남았습니다.
▶다 같은 마음이겠지만, 외국 분들이 한국말을 배워서 써주시고 또 이해하려고 해주시는 게 감사하잖아요. 아무래도 영어로 인사를 하면 팬분들이 이해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고, 같이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어요.
-마침 '택시운전사'에서 영어 통역을 맡은 광주 대학생 역할을 했었잖아요. 그 생각이 나던 걸요.
▶그것까지 생각하며 준비한 건 아니었어요. (웃음) '여러분들의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문장을 준비했는데, 현장에 막상 나가니 감사하고 벅차고, 또 많은 분들이 반응해 주시니까 진짜로 표현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걸 본 사촌동생이 '단어로 표현을 못하는 게 진짜로 보였다'면서 그래서 좋더라고 하더라고요. 둘이 한바탕 웃었어요.
-아무래도 연기를 하며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는 것과 시상식 무대에서 만나는 건 많이 다르겠죠.
▶눈앞에 관객들이 계시고 하니 무대에서 직접 팬들을 만나는 게 더 벅차고 떨리는 것 같아요. 가수들은 그런 경험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떨리더라고요. 연극 무대에 서 보긴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달라요. 연극에선 연기를 하면 되는데 거기선 그냥 제 모습으로 있어야 하니까 어떤 '척'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떨림이 무방비로 표현된다 생각하니 더 긴장됐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배우 류준열(31)의 2017년은 숨 가쁠 정도로 바빴다. '더 킹'을 시작으로 '택시운전사', '침묵'을 개봉했으며, 내년 선보일 '돈'과 '독전', '리틀 포레스트'를 촬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봐도 의미있는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족해 하는 그의 얼굴에서 피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지치지 않고 싶다"며 유난한 영화 사랑을 고백했다.
-'올해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이 개봉했는데 내년 선보여야 할 영화도 수 편이 있어요. 늘 차기작, 차차기작이 있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는 이유가 뭔가요.
▶팬 분들이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카메라를 선물해 준 분에게 좋은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처럼 저를 계속 응원해주시는 분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할까. '준열씨 작품 보면서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그저 쉽게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만큼 류준열을 찾는 작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요.
▶시나리오를 주신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에요. 친구들이랑 독립영화를 하면서 저도 글을 써봤거든요.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하물며 큰 자본을 들이는 영화를 제게 주셨다는 게. '영화 만들 건데, 네가 필요해'라며 보내주시는 제안이잖아요. 한 자 한 자 엄청나게 공들여 쓴 작품을 주셔서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이상할 정도예요.
-동시에 주인공을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에 여러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영화가 좋아요. 사랑해요. 평상시에도 영화만 보고 영화 이야기만 하고 그렇거든요. 영화에 잠깐 나오는 분들도 눈에 담으려고 하고. 요새는 안 그렇지만 TV 나오는 분들을 잘 몰랐을 정도예요. 요새는 TV도 찾아보긴 하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저도 찍고 싶어요. 그러다보니까 역할 구분 없이 여러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좋은 영화를 찍고 싶어요.
-'독전', '돈' 등 내년에는 누가 봐도 류준열이 주인공인 영화가 드디어 나오는데요.
▶그렇다 해도 똑같은 마음이에요. 재밌게 읽은 책, 좋은 영화라 생각하는 작품을 하는 건 비슷해요. 일단 제가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쉬지 않고 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겠다 생각은 들어요. 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해나가고 싶어요.
-작품으로는 많이 만났지만, 실제의 류준열은 어때요?
▶제가 실은 진중하고…. (기자가 받아적자) 아, 그렇게 쓰지 마세요!(긁적) 반듯하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팬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는다고도 하시고, 힐링을 하는 것도 같으니까.
-팬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저도 신기하게 듣게 되네요.
▶배우를 시작하면서 저에게 팬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나는 사인은 이렇게 해야지, 팬미팅을 할 거야' 이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분들의 존재가 더 크게 와 닿나 봐요. 잘 모르는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오빠를 보고 힘이 나요' '인생이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 편지들을 보고 스스로 의아해 한 적도 있어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영화를 찍은 것 뿐인데 거기서 힘을 얻고 재미를 얻으신다 생각하면 점점 더 보통 일이 아닌 거예요. 너무 감사하죠. 또 저를 더 담금질하고 채찍질하게 돼요. 그분들 때문에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축구광으로 잘 알려진 류준열(31)은 성공한 덕후, '성덕'으로도 불린다.
한국을 찾았던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마라도나와 직접 만남을 가지기도 했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과는 안부를 챙길 만큼 가까운 사이다.
평소 박지성 팬을 자처하다 현재는 손흥민 팬으로 '덕질'중이라는 류준열은 "박지성 선수도 제 마음을 아실 것"이라며 "뿌듯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성덕'이라 불린다죠. 굉장한 축구 팬이잖아요.
▶뿌듯합니다. 제가 받은 이 에너지를 돌려드리고 싶어요.(웃음)
-내가 진정한 '성덕'이라 실감한 때가 있었나요.
▶마라도나 선수를 직접 만났을 때, 그리고 특히 손흥민 선수를 만났을 때요. 제가 좋아하는 선수였는데 그 선수가 저를 좋아해 주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한 거예요. 말이 통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사사로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된 게 좋으면서도 어리둥절한 거 있잖아요. 우리끼리는 농담도 해요.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났냐'고.
-진짜 '성덕'이 맞으시군요.
▶전에 '침묵' 무대인사를 가느라 KTX를 타고 이동하는데 전화가 와서 제가 '흥민아' 이렇게 받았어요. 다들 깜짝 놀라며 '그 흥민이가 그 흥민이가 맞느냐' '쟤가 어떻게 그 흥민이를 아냐'고.(웃음)
정말 배울 게 많은 친구예요. 영국 생활을 짧게나마 봤는데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나이로는 저보다 어린데 겸손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정말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구나, 거저 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혼자 했어요.
-축구를 직접 하는 건 어때요?
▶하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그분들의 노력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웃음)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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