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대에 적립 시작 갈수록 비율 높여, 저축금의 77% 주식에 넣어 공격적 투자
▶ 은퇴 직전 연봉 10배 목표 수립
“은퇴 저축 100만 달러”. 서민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평생 회사에 몸 받쳐 충성을 다해도 이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 노인의 60%가 주 수입원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소셜 연금)이 20년이면 25%로 줄어든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요즘, 가능하면 많은 돈을 악착같이 모아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만사 제쳐두고 은퇴 저축에 올인 해야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그들의 장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뉴욕 타임스가 401(k) 여성 백만장자들의 저축 행보를 추적했다.
미국 인구의 44%가 비상금으로 400달러도 못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물며 100만 달러를 모은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 만은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남성들보다 은퇴 저축 환경에 취약하고 또 수명도 남성보다 긴 여성들은 더욱 절실하다.
■여성 401(k) 백만장자
투자 회사 ‘피델러티’가 자사 운영 401(k)에 가입한 고객 1,500만명을 조사해 본 결과, 지난 12년간 100만달러 이상 저축을 한 여성들은 두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9월까지 401(k)에 100만 달러 이상을 모아둔 401(k) 백만장자의 20%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2005년 동기에는 불과 10% 미만에 그쳤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피델러티’의 진 톰슨 수석 부회장은 “더 많은 여성들이 401(k)에 가입한 것도 여성 401(k) 백만장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정의했다. 현재 ‘피델리티’ 관리하에 있는 남녀 401(k) 백만장자 수는 13만3,000명에 달한다.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일하는 재정 전문가들은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결코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면서 특히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당면한 현실이란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수입이 적고 기대수명치가 길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자녀들이나 노부모들을 돌보느라 남성보다 일을 많이 못한 것이다.
‘버킹햄 스트래티직 웰스’(Buckingham Strategic Wealth)에서 여성을 위한 재산 증식 전략 부서를 맡고 있는 매니샤 사코는 “25년전 재정 서비스 분야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남성동료들은 종종 서로가 은퇴 계획과 투자에 관한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요즘은 가정의 주 수입원으로서 여성들 또는 직장 동료 중에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뭔가 정보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저축과 투자
그럼 이런 백만장자 대열의 여성들이 우리 흔히 말하는 고소득자를 들만 있을까.
우리는 보통 여성들은 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이 많다는 정형화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5만 달러 미만 수입의 401(k) 백만장자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정도로 위험을 기피하지 않는다.
피델러티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여성의 77%는 저축금을 주식에 투자해 남성의 76%에 비해 오히려 높은 비율이다.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주식 시장의 덕분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돈 적립
과거에 보였던 성별에 따른 저축액의 차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연소득 15만달러 미만의 401(k) 백만장자 중에서 여성들의 평균 수입은 11만7,000달러다. 남성의 11만8,800달러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낭성과 여성 모두 저축금 투자에 대한 수익률도 거의 비슷했다.
또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50이 넘어야 401(k) 백만장자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오히려 남성보다 더 빨리 꿈을 이루고 있었다. 여성은 백만장자의 꿈을 평균 58.5세에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남성은 그보다 늦은 평균 59.3세다.
이렇게 여성들이 더 빨리 목표치에 도달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더 많은 돈을 저축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15만 달러 미만의 수입을 올리는 여성들 중에서 401(k) 백만장자가 된 여성들은 평균 급료에서 18.1%를 적립했다. 이와 함께 고용주가 종업원 적립금의 평균 6.8%를 적립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합치면 평균 24.9%를 모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남성은 고용주 매칭 펀드까지 합쳐 22.8%를 저축했다.
은퇴 연령이 가까울수록 더 많은 비율로 저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대와 30대의 밀레니얼 세대는 예를 들어 급료의 평균 10.2%를 저축하고 있지만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X세대는 평균 11.7%를 모으고 있었다.
■꾸준히 일한다
여성 백만장자들이 이처럼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연구진은 다소간의 행운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유급으로 일을 했던 기간이 다른 여성들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피델러티’가 여성들의 저축 행위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들이 장기간 직장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여성들이 가사로 인해 회사를 도중에 그만뒀다가 다시 일을 했다면 여성 401(k) 백만장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피델러티가 운영하는 401(k)에 가입했다면 직장에서 제공하는 좋은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건강보험료로 많은 돈을 내지 않는 행운이 겹쳤을 것이다.
■젊어서 시작해야
401(k) 백만장자는 꼭 수입이 많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보통 급여의 직장인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피델러티 계산기를 이용해보면 초봉 4만 달러를 받는 25세 여성 근로자가 매년 1.5%씩 봉급이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10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서는 65세까지(연봉 7만4,000달러) 고용주 매칭 펀드까지 포함해 매년 23%씩 적립하면 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 매년 3%씩 투자 수입으로 얻는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만일 매년 4.5%씩 투자 수익을 올리는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면 매년 고용주 제공 매칭펀드까지 포함해 16%씩 급여에서 떼어 저축하면 된다.
물론 돈을 많이 번다면 백만장자의 꿈은 쉽게 이룬다. 이번 조사에서도 401(k) 백만장자 중에서 여성의 평균 수입은 28만7,700달러이다. 반면 남성은 35만4,600달러였다.
■ 맞춤형 저축플랜
백만달러는 분명 꿈의 수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달성할 수는 없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좋은 재정 상담가가 있다면 고객의 재정 상태와 수입 등을 고려해 알맞은 목표액을 계산해 줄 것이다.
하지만 피델러티는 일반적으로 연 수입 5만~30만달러의 근로자라면 은퇴 직전 수입의 10배를 모아 둬야 하고 최소 절반은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해 놓으라고 조언한다. 다시말해 은퇴 직전 연봉이 10만 달러라면 100만 달러는 모아 두라는 것이다.
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꿈의 숫자일지 모른다.
은퇴후 받는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소셜연금)은 은퇴 직전 수입의 40%에 해당한다. 나머지 60%는 각자 모은 저축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물론 생활 규모가 줄어들어 은퇴전 수입과 동일한 금액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80% 또는 60%로 줄여 잡는 전문가들도 많다.
톰슨 수석 부회장은 “많은 여성들은 일을 계속하지 못한다. 가사를 돌보기 위해 1년 이상 직장을 떠나 있을 수도 있어 같은 나이의 남성들보다 불리하다”면서 “이런 것들이 장기 저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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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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