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랫말·고사에 언급된 친숙한 반딧불이
▶ 야행성 반딧불이의 빛은 짝 유인 위한‘사랑의 불빛’
2012년 6월 충북 옥천군 석찬리 안터마을의 반딧불이. <김주성 기자>
어릴 적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이라는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하는 무릎과 손뼉을 치는 율동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운 기억도 있을 겁니다. 이 고사에 나오는 중국 진나라의 차윤은 집이 가난해 밤에 불을 밝힐 기름을 살 수 없게 되자 여름철에 수 십 마리의 반딧불이를 명주 주머니에 넣어 그 불빛으로 책을 읽으며 벼슬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딧불이는 누구에게나 어릴 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억 속의 친숙한 곤충입니다. 청정한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환경 지표 곤충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제는 매스컴이나 책, 노랫말, 지역축제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희귀한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도대체 반딧불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 2,000여 종이 분포합니다. 문헌에는 한국에도 6종이 기록돼 있지만 현재 서식이 확인되는 종은 운문산반딧불이(Hotaria unmunsana)와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늦반딧불이(Pyrocoelia rufa) 3종 뿐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반딧불이이고 개똥벌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반디, 반딧불, 반디뿔이, 개똥부리 등으로 불리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그만큼 반딧불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곤충이라는 얘기겠죠. 반딧불이는 성충의 크기가 1~2㎝에 불과한 소형 곤충으로 알에서 애벌레가 됐다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완전 탈바꿈’ 곤충입니다.
야행성 곤충인 반딧불이는 암컷 배의 여섯 번째 마디, 수컷 배의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마디에 있는 발광부를 통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배 부위의 발광세포에는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반딧불이 내의 발광 효소인 루시페라아제에 의해 (호흡작용을 통해) 산소와 결합하면 빛 에너지를 가진 옥시루시페린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화학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빛이 나는 거죠.
반딧불이의 빛은 짝을 유인하기 위한 ‘사랑의 불빛’ 입니다.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다른 개체와 통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반딧불이는 성충으로 살아가는 시기가 짧고 이 기간 대부분 빛을 내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짝짓기를 할 때 더 힘껏 발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슬만 먹는 반딧불이, 달팽이 잡아먹는 유충
한국에 서식하는 3종의 반딧불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늦봄~초여름 사이에 주로 발견됩니다.
제일 먼저 출현하는 반딧불이는 5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보이는 운문산반딧불이고 6월 초에서 7월 중순까지는 애반딧불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늦반딧불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늦은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사이에 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게 애반딧불이인데요. 6월 하순에서 7월 초 사이 성충이 산란을 한 후 약 25일 이후 부화를 합니다. 부화 후 물속으로 이동하면 다섯 번의 탈피과정을 거쳐 약 250일 가량 수중에서 보냅니다.
이듬해 5~6월, 기온이 24도에서 27도 정도가 되면 육상으로 이동해 주변의 흙 등을 이용해 땅 속에 번데기방을 형성합니다. 약 20일이 지나면 성충이 돼서 우리 앞에 나타나죠.
반딧불이 성충 수명은 10~15일 정도이며, 입이 퇴화돼 성충일 때는 이슬만 먹는 아주 깨끗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유충일 때는 강력한 턱을 가지고 다슬기나 달팽이 같은 복족류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육식성 곤충입니다.
■ 한 여름 밤의 크리스마스트리, 반딧불이의 비상
‘도토리 키 재기’일지는 몰라도 크기 별로 살펴보면 운문산반딧불이가 1㎝ 이하로 가장 작고 약 1㎝인 애반딧불이, 1.5~2㎝인 늦반딧불이 순으로 커집니다. 출현시기와 크기가 비슷한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등판의 무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슴 등판에 세로로 검은 무늬가 있으면 애반딧불이이고 무늬가 없으면 운문산반딧불이입니다.
세 반딧불이는 불빛을 내는 방식도 다른데요. 강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내는 것은 운문산반딧불이고 애반딧불이는 은은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냅니다. 늦반딧불이는 깜빡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불빛을 낸다고 하네요.
운문산반딧불이는 계곡이나 하천 주변 산기슭에 삼림이 형성되고 습도가 높은 곳에 주로 서식하며, 해가 진 후부터 새벽까지 출현하는 종입니다. 암컷은 속 날개가 퇴화돼 비행을 할 수 없는데요. 결국 수컷이 암컷을 찾기 위해 날아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상승합니다. 나중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작은 전구가 반짝이는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애반딧불이는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유충이 물속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논, 습지, 작은 농수로 주변 등 항상 물이 흐르고 이끼가 형성된 곳에서 주로 출현합니다. 다른 반딧불이는 물속이 아니라 습한 곳을 좋아하니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부터 벼 농사를 지었던 우리나라는 애반딧불이의 가장 좋은 서식지기도 했죠. 사육기술이 보급돼 대량증식을 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종이며, 포털 검색에서 반딧불이로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의 대부분은 애반딧불이일 정도로 가장 잘 알려진 종입니다.
■ 반딧불이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형설지공의 고사처럼 반딧불이의 빛으로 책을 읽으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반딧불이가 필요할까요.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내는 빛의 밝기는 달빛의 밝기(1룩스)의 세 배 수준인 약 3룩스(lux)로 알려져 있습니다. 1룩스는 1미터 거리에서 촛불 한 개가 내는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니 반딧불이 한 마리는 촛불 세 개 정도의 밝기라고 볼 수 있겠죠.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고사에 나오는 차윤처럼 한 페이지에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도 읽을 수 있는 밝기가 된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반딧불이 발광기관의 특징을 활용한 생체모방 기술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하여 발광효율을 60% 향상 시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정서곤충(추억을 담은 곤충)이며 환경지표곤충의 역할을 넘어 이제 소중한 자연자산의 의미까지 더해지고 있어 그 소중함이 배가되는 듯합니다.
<
박영준 국립생태원 연구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