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비’의 김성균, 고두심(사진 오른쪽)/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고두심(66)이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서 '국민 엄마'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예정이다.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를 통해서다.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고두심. 그녀는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어느덧 연기 인생 45년째다. 중년을 넘은 그녀는 숱한 작품에서 엄마 역할을 맡았고, 이젠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로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국민 엄마' 고두심은 오는 9일(한국시간 기준) 개봉할 '채비'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 엄마'를 연상케 하는 소탈함이 담긴 연기를 했다. 그런데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일곱 살 같은 서른 살 아들 인규(김성균 분)를 쉴 틈 없이 돌봐야 하는 애순 역을 맡았다. 애순은 두 아이를 둔 엄마로,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두 자녀를 키워냈다. 특히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인규를 평생 돌보며, 한시도 아들을 제 곁에서 떼어놓지 못했다. 이런 아들과 홀로 놔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에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나가며 이별을 준비한다.
개봉을 앞둔 고두심은 유독 영화 출연에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인터뷰에 김성균(37)까지 끌어들였다. '채비'에서 아들 역할로 활약한 김성균이 곁에 있으니, 모자 분위기를 한껏 풍겼다.
고두심은 사실 영화 출연에 대해 스스로 "졸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두려워했다. 이번 영화는 2011년 '써니'에 특별출연한 후 6년 만이다. 그녀의 영화 기피 현상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합적인 게 있어요. 전에도 말했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담긴다는 게 공포스러웠어요. 또 옛날에는 영화를 하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우리 때만 해도 지방에 가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 달, 두 달. 그렇게 보따리 싸서 나가는 게 너무 싫었고, 집을 떠나는 게 싫었죠. 그러다보니 자꾸 기피하게 됐죠. 또 다른 이유는 영화적인 무서움이었는데, 공포 장르가 들어오면서 피해지더라고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 때문에 그리고 졸렬한 생각 때문에 영화를 못하게 됐어요."
겁부터 먹게 되는 영화 출연. 그런데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해 하자 시나리오를 받았던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딸로 나왔던 유선이랑 드라마(SBS '우리 갑순이')를 할 때였어요. 그 때 유선이가 시나리오를 줬었죠. 저는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작품의 시나리오를 주면 쉽게 안 읽게 되요. 그래서 시나리오 받으면서 '알았어' 하고 말았죠.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나서 드라마가 끝날 때 즈음 유선이가 '어떻게 됐어요'라고 묻더라고요. 그 뒤로 천천히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제 역할이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들 역할이 누굴까 궁금했는데, 유선이 김성균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았지만, 유선이가 성균이한테는 제가 한다고 그랬데요. 유선이 공이 컸죠."
영화 ‘채비’의 고두심/사진=김휘선 기자
고두심의 '채비' 출연 결심에 유선 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김성균. 그녀는 왜 김성균이었는지 묻자 "시나리오를 보고 김성균의 그림이 그려졌다"고 털어놨다.
"'응답하라 1994' 때 김성균을 보고 정말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었고, '응답하라 1988'에서는 아버지로 연기하는 것을 보고 '연기 내공이 어디에서 나올까' 싶었어요.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죠."
고두심의 김성균을 향한 애정은 생각보다 깊었다. 단순히 후배가 아닌, 연기 잘 하는 배우로 보는 것이다. 그녀는 "김성균을 보면, 애인으로도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면서 "그 정도는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부릴 정도였다.
이에 김성균은 '채비' 속 인규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손뼉치기(쎄쎄쎄) 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이랑 진짜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좋았죠. 이 작품 전에 뵌 적이 없었는데, 딱딱 맞더라고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이라며 쎄쎄쎄 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만났는데, 손이 딱딱 맞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느낌이었죠."
고두심은 김성균의 말에 '가족 같아'라는 표현을 하며 호흡이 남달랐음을 알렸다. 영화 출연이 두려웠다는 그녀에게 김성균의 존재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였다.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김성균에 대한 애정이 생긴 덕이기도 했다.
"성균이랑 촬영하는 것은 정말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처음 봤는데, 이렇게 가족 같을 수 있을까 했죠. 현장이 기다려졌어요. 촬영하는 두 달 반 동안 그랬죠."
영화 ‘채비’의 고두심/사진=김휘선 기자
고두심에게 김성균이 기쁨을 주는 존재였고, 반대로 김성균에게 고두심은 깨우침을 주는 존재였다. 김성균은 인규 캐릭터를 만들어 낼 때 큰 영향을 끼친 존재가 고두심이였다고 알렸다.
"제 캐릭터가 발달장애를 앓잖아요. 처음에는 무겁게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과 복지관에서 첫 촬영을 할 때였어요. 그 때 선생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씀을 하셨어요. '내 뒤에서 움직이면서 정신 사납게 해 보는 건 어떻겠니'라고 하셨는데, 그건 그냥 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해보고, 모니터를 했어요. 그림이 너무 잘 나오는 거에요. 그 날로 캐릭터 분위기를 다 바꿨죠."
선배의 조언도 고깝게 듣지 않은 김성균. 그래서 그의 극중 캐릭터는 더 미워할 수 없던 것 같다. 그는 발달장애라는 상황을 가진 캐릭터 때문에 연기적인 표현에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사실 제안 받았던 캐릭터는 인규가 아닌 다른 역인 줄 알았죠. 아니더라고요. 괜히 밉게 보일까 걱정도 했었고, 이 역할은 아이돌이 어울릴 줄 알았죠. 캐릭터를 잡을 때는 실제 인물이 나왔던 다큐멘터리 영상을 많이 봤어요. 반찬 투정하는 모습이 저희 아이 같더라고요. 때로 막무가내로 떼쓰는 부분은 저희 아이들을 참고 했었죠."
영화 ‘채비’의 김성균/사진=김휘선 기자
김성균은 '채비'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순수한 매력을 뽐낸다. 그리고 고두심은 여전히 친근하고, 힘들 때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엄마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녀의 이런 연기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시어머니 역할은 아니더라도 엄마 역할은 자신이 있다고 했다.
"제가 볼 때 저희 엄마도 그랬어요. 시어머니로는 빵점이었지만, 친정 엄마로는 백점이었어요. 저도 그런 엄마가 있었으니, 엄마 역할은 잘해 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시어머니를 유독 이상하게 그리는 게 없잖아 있어요. 하지만 좋은 시어머니들 많아요. 그래도 시어머니 역할보다는 엄마 역할에 자신이 있어요. 워낙 많이 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영화 ‘채비’의 고두심/사진=김휘선 기자
이런 고두심의 자신감 덕에 '채비'를 통해 엄마의 정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할 엄마의 이야기지만 고두심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제목 자체가 한 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 저도 꼭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꼭 그런 게 아닙니다. 의미가 있어요. 그냥, 발자국 하나 떼는 것도 마음가짐이니까 채비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꼭 죽고 이런 것을 떠나서 한숨 쉬었다가 가는 영화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배우보다 엄마라 부르는 게 더 친숙할지 모를 고두심은 인터뷰를 하면서 아들 같았던 이가 먼저 간 것에 눈물을 글썽였다.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은 엄마였다. 지난달 30일 교통사고 후 세상을 떠난 고 김주혁을 떠올리면서다.
"드라마도 같이 했었고, 제 아들로 나왔었죠. 아들 같은 기분이었어요. 선친도 잘 알고 있었는데. 그 젊은 나이에. 비보를 듣고 너무 놀랐어요. 세상에 나와서 할 일 다 못하고 간 사람이라 마음이 더욱 아파요."
자식들 앞에서 늘 강건한 모습만 보이는 우리들의 엄마처럼, 고두심 또한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감수성을 감추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 나이에도 감수성 가지고 있다"면서 감성 어린 모습을 보여줬다. '채비'에서는 눈물, 콧물 쏙 뺄 연기를 선보일 고두심. 언젠가 중년 여인으로 가슴 뭉클한 멜로 연기를 볼 날을 기다려 본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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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그놈의 국민 엄마, 국민 아빠, 국민 며느리, 국민XX . 제발 기사에서 국민적 빼라. 차라리 흉내를 내려거든 그대로 인민엄마, 공훈엄마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