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귀순 시인, 15년만에 두 번째 시집 발간

권귀순 시인과 시집‘백년 만에 오시는 비’.
권귀순 시인(메릴랜드 락빌 거주)이 최근 시집 ‘백년 만에 오시는 비’를 펴냈다. 첫 시집 ‘오래된 편지’(2002년) 이후 1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작품집은 제목이기도 한 백년 만에 오시는 비를 비롯, 물에서 피다, 나비들의 춤, 처음 냄새, 빗방울 업기, 울음에 들다, 한 잎의 배, 오래 울고 나면, 배롱나무 꽃이 울었다 등 담백하고 서정적인 시 56편이 3부로 나뉘어 가지런히 실려 있다. 그의 시들은 이른 아침 나팔꽃에 맺혀있는 이슬처럼 섬세하고 맑고 투명하다. 공감각적 카타르시스가 전해진다. 권 시인은 “얼음이 풀린 어느 봄날,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인공호수에 쪽배를 타고 들어간 이가 있었다. 내게로 쪽배를 타고 노 저어와 오래 묵어 빛바랜 시들을 실어내준 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 사랑에 실어 병상의 그에게 전한다”고 말했다.
안차애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권 시인의 시편들은 뜨겁고 열정적인 사라사테의 곡들과 서늘하고 리드미컬한 헨델의 수상곡류를 크로스오버로 듣는 듯한 열정의 감흥과 풍성한 위로를 동시에 준다”고 평했다. 워싱턴 문인회 회장과 미주한국시문회회 회장을 역임한 권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2000년 ‘펜과 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했으며 2006년 ‘가산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물에서 피다’ 전문)
꽃차봉지를 열고 말린꽃을 꺼낸다
꽃잎마다 눈을 쓸어 감긴 듯
단단히 걸어 둔 겹겹의 문
적막을 물에 넣는다
환히 반기는 물
적막을 깨우려고 가만가만 쓰다듬는
물의 자애로운 손
잔뜩 오무린 꽃잎을 부드럽게 핥아주는
물의 둥근 입
잠긴 기억의 빗장을 풀어보려고
소곤소곤 이름 불러주는데
방싯대며 나풀거리며
사부작, 사브작 물의 품에서 눈을 뜨는
재스민이 피어난다, 노랗게 피어난다
내 안에도 저런 물이 있다면
사랑도 시들기 전 꽃인 듯 말려두었다
다시 피웠으면 싶은데
생각을 툭, 치며 흩어지는
아, 재스민 향기
<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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