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영화 작가노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
▶ 통과 땐 제작 중단으로 관련 일감 줄줄이 사라져 LA 경제적 타격 심각
영화와 TV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작가노조 측은 보수 인상과, 건강보험 혜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 파업은 대본이 필요한 프로그램들의 전면 제작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줄줄이 일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1월 당시 작가 파업 현장. 당시 파업으로 LA는 25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지난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할리웃은 작가들의 장기 파업으로 진통을 겪었다. 할리웃에 다시 파업의 암운이 깃들고 있다.
TV와 영화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 작가노조 소속 회원 1만2,000명은 19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한다. 파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으로서 파업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회원들이 파업을 승인하고, 이후 제작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오는 5월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다음날인 2일부터 작가들은 타이핑을 하는 대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파업의 파장은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 작가들이 거리로 나섰던 10년 전, 작품 제작이 봉쇄되면서 LA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25억 달러로 추산된다. 작품 제작이 막히면 수입이 말라버리는 것은 작가들만이 아니다. 세트 담당자들, 케이터링 업체들, 리무진 운전기사들, 꽃집들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모두 일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시청자들도 기분 좋을 수는 없다. TV 틀면 계속 재방송만 나오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할리웃의 파워 주체들인 에이전트, 제작사 중역들, 노동법 변호사들은 작가 파업 가능성을 대략 51%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작가들의 보수 인상안과 관련, 작가 노조 협상대표들과 영화 TV 제작 연맹이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지난 주에는 분위기가 상당히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이슈가 남아 있다. 건강보험 건이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노조 분위기는 한순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난 7일, 회원들을 격노하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CBS의 레슬리 문베스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이 2016년에 받은 연봉 보너스 패키지가 공개된 것이다. CBS의 경영 실적이 좋지도 않았는데 그가 받은 보수는 총 6,960만 달러로 이전 해 보다 22%나 올랐으니 작가들이 열 받은 것이다.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TV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들은 즉시 재방송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빅 브라더’ 류의 여름 리얼리티 쇼들이 등장할 것이다. 리얼리티 쇼 작가와 제작사는 다른 계약 시스템이다.
대본이 필요한 프로그램들 중 가을에 선보이기로 되어있는 시리즈 물들은 제작이 연기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작가 파업은 특히 낮 시간 드라마에 조종을 울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새 에피소드가 나와야 하는 일일 연속극이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이 노조회원이 아닌 작가들을 섭외하지 않는 한 방영은 불가능하다. 지난 2007년 파업 때는 비 노조 작가들이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TV 방송 시청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한창 뜨고 있는 넥플릭스와 아마존으로 시청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작가 파업은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야심차게 제작한 신작들을 내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넷플릭스의 ‘오렌지는 새 검정(Orange is the New Black)’ 등의 새 시즌 작품들이다. 아울러 온디맨드로 시청 가능한 과거 프로그램들이 엄청나게 많다.
한편 ABC, NBC, CBS 그리고 폭스 TV는 오는 5월 중순 뉴욕에서 다음 시즌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공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이 계속 된다면 그 와중에 어떻게 광고주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TV 광고 성장률이 지지부진한 데, 가을 시즌을 앞두고 어떤 불확실성이 제기된다면 광고주들은 광고비 예산 할당을 기존 TV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폭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바클레이의 애널리스트들은 보도했다.
반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덜하다. 파업 초기에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거대 예산을 투입하는 영화들은 제작에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에 개봉될 영화들은 예정대로 속속 나오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가 이미 완성된 영화들, 혹은 일부 덜 완성된 영화들도 차질 없이 제작에 들어갈 것이다.
지난 2007년 연말에서 2008년 2월까지 계속된 파업 때는 영화사측이 좀 진땀을 흘렸다. 당시가 겨울이어서 할리웃의 최대 마케팅 행사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차질이 생길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파업은 100일간 계속되었다. 1988년에는 155일 파업했다. 두 번 파업 당시, 인기 작가들은 수입을 마냥 놓쳐야하는 데 결국 지쳐서 파업을 그만 접자고 압력을 행사했었다. 한편 어느 해이건 작가 노조 회원들 중 수천명은 실직 상태이다.
대본이 필요한 TV 프로그램들은 단연 노조 소속 작가들 작품이 많다. 지난 시즌 노조 소속 작가가 대본을 쓴 시리즈는 최소한 300개로 2년 전에 비해 40% 가량 늘었다. 그만큼 일이 많아졌는데도 작가들의 불만이 큰 것은 방송국들이 시즌별 주문 분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즌 당 22~24 에피소드를 주문하던 것이 이제는 10~13편으로 줄였다. 시리즈 물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TV 대본 작가들은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없다고 계약조건에 명시되어 있다. 시리즈물을 맡으면 다른 작업은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길게는 1년 간 다른 일을 맡을 수가 없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대형 제작사들이 영화 제작 편수를 줄였기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다.
노조 측 협상자들은 우선 시리즈물 작업 시 다른 일을 함께 할 수 없게 한 조항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보수 인상과 건강보험 플랜의 제작사 부담 분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임금 인상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만 문제는 건강 보험이다. 이미 보험 커버리지가 대단히 좋아서 보험 플랜의 적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할리웃에서 작가들이 받는 대우이다. 고액의 보수를 받고 명성을 날리며 존경받는 감독에 비해 작가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인식이 크다. 한마디로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예술의 표현으로 보는 데 반해 제작사들은 그냥 상거래 정도로 여긴다는 불만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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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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