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들 모시고 봄나들이 가기 딱, 좋은 곳
▶ 센터빌서 50분 거리…피크닉 공간에 여러개 트레일 있어
본관 앞의 도그우드 레인.
2월 중순. 이번 겨울, 큰 강추위 없이 따스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3월에도 큰 눈이 있었던 지역이니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봄이 오면 교회나 사찰에서는 여러 어르신을 모시고 나들이를 나가게 된다. 먹고 살기 바쁜 이민사회 가정이다 보니 각 가정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봄가을의 나들이는 이민사회 종교기관의 중요한 행사이다. 봄과 가을은 매년 돌아오니 그 때 마다 ‘이번에는 어디로 모시고 갈거나…’ 하고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어르신 모시고 봄나들이 갈만한 곳 하나를 여기에 소개한다.
산책로와 피크닉 공간도
연장자를 모시는 단체 봄나들이에는 조건이 붙는다. 체력에 맞추어야 하니까 너무 멀어서는 곤란하다. 모처럼 나서는 나들이니까 적절한 구경거리가 있어야한다. 그 구경거리를 산책삼아 볼 수 있게시리 조금쯤은 걸을 수 있어야한다. 입장료 등 제반 비용이 적게 들어야한다.
나들이에서 먹으면서 나누는 친교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므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있어야한다. 그런 조건들을 대략 만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버지니아 주립 수목원(The State Arboretum of Virginia)이 있으니 이번 봄나들이 장소의 하나로 고려해보시길.
봄나들이 장소로 여기를 추천하는 이유? 멀지 않다. I-66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빠지는데, 애난데일에서 62마일(1시간 15분)정도이고 센터빌에서는 47마일(50분) 정도 걸린다.
수목원이므로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피는 꽃과 갖가지 야생화가 계절별로 핀다. 100미터 정도의 짧은 산책길에서 부터 최장 2마일에 이르는 여러 개의 트레일이 있으니 체력에 맞게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료도 받지 않는다.
주차장 옆에 피크닉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는 피크닉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어서 버스 한 대 분의 인원을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정도면 봄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해 뜰 때 개장하고 해 질 때 문을 닫으니 시간도 넉넉하고.
1986년 주립 수목원 지정
수목원 구경에 앞서서 역사 살피기부터. 뉴욕 출신인 그래함 브랜디(Graham Blandy, 1868-1926)씨가 712에이커의 땅과 건물을 1926년에 버지니아 대학(The University of Virginia)기증하여 브랜디 실험농장(Blandy Experimental Farm)이 시작되었다.
수목원은 그 다음해에 브랜디 실험농장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172에이커의 땅으로 시작되었는데 초대 디렉터로 올랜드 화이트 박사(1885-1972)가 취임했고, 후일 그의 이름이 수목원(The Orland E. White Arboretum)에 헌정되었다. 버지니아 주의회는 1986년에 주립 수목원(the State Arboretum)으로 지정했다.
무인정보센터
자동차를 주차한 후 주차장 옆에 있는 무인 정보센터에 가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별도의 방문객 센터가 있는 게 아니고 이 안내판 모음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거기에 안전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 진드기(tick), 모기, 광견병에 걸린 동물, 뱀, 포이즌 아이비(잎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는 게 특징)에 관한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그리고 자주 만나는 글귀들이 있는데 초점은 자연을 그냥 두라는 것이다. 구경만 하고 손대지 마시라는 내용. 여기 말고 돌담 가까이에 가면 뱀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을 또 볼 수 있다.
무인 정보센터를 떠나 본관(Quarters Building)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길과 그 오른쪽 옆에는 회양목(Boxwood)이 가득한데 종류가 162가지나 된다고 한다. 본관으로 가는 길 왼쪽에 한국 회양목(Dwarf Korean Boxwood)이 있어서 반갑다.
한국 산딸나무
편의상 본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이 벽돌건물의 영어 이름은 The Quarters, 즉 숙소이다.
이 건물은 1820-1830년대에 지어진 부분과 1940년대에 증축한 부분이 있는데 원래 있던 부분은 당시 노예들의 숙소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ㄷ자 형태의 이 건물은 동쪽의 벽돌이 나중에 증축된 다른 두 부분의 벽돌보다 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오래된 벽돌건물의 바깥쪽에 나중에 증축된 돌계단은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자생식물 트레일의 목초지대.
이 본관건물에 사무실과 도서관이 있고 매점과 화장실이 있다. 이 건물 도서관 부근에 브랜디씨의 사망 50주기를 맞이해서 기념식수를 한 것이 있는데 그 나무가 한국 산딸나무(Korean Dogwood)이다. 나무에서 Korean이라는 글귀를 두 번씩이나 만나다니 뜻밖이다.
침엽수와 철쭉
본관 뒤편 즉 남쪽에는 침엽수림이 있다. 그냥 구경만하는 것이 아니라 23종류의 침엽수에 관한 설명이 있는 트레일 안내서(A Guide to the Conifer Trail)가 있어서 공부를 하면서 다니게 된다. 총길이 0.3마일. 그리고 그 안내서에는 소나무(Pine), 가문비나무(Spruce), 솔송나무(Hemlock), 전나무(Fir)가 어떻게 다른지 그림으로 구분해놓았다.
여기서 반짝 퀴즈. 세상에서 가장 큰 침엽수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가장 오래된 침엽수의 나이는? 가장 아름다운 침엽수는? 트레일 안내서에 그 답이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한 가지 더. 이 트레일에는 침엽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철쭉나무들도 있다.
도그우드 장관
다시 본관 앞으로 나오면 좌우로 뻗은 길을 보게 된다. 도그우드 레인(Dogwood Lane)이다. 오른쪽 왼쪽 각각 50m 넘어 보이는 길 양쪽에 도그우드를 가득 심어놓았다. 도그우드 개화기에는 장관일 것이 확실하다.
도그우드는 그 꽃이 피면 그 모양이 십자가 같아서 기독교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꽃이다. 그리고 이 도그우드는 버지니아주 나무(Virginia State Tree)이기도 하다. 2월 중순인 지금 도그우드 레인 부근에 노란색의 너도바람꽃(Winter Aconite)이 활짝 피어서 벌들이 모여들고 있고, 본관 앞에 있는 향이 강한 스윗 박스(Sweet Box) 꽃에도 벌들이 날아들고 있다.
본관 동쪽에는 벌이나 나비에 의해 수정이 일어나는 수분화단(Pollination Garden)이 있고 수분에 관한 해설판이 설치되어있다. 곤충(벌, 나비, 딱정벌레, 파리, 개미, 나방), 벌새,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를 옮기게 된다는 설명글을 보면서 초등학생 시절에 배운 것임을 생각한다.
전망대와 망원경
이 수분화단 부근에서 시작되는 자생식물 트레일(Native Plant Trail), 만약 이 수목원에서 단 한 곳만 가야한다면 이 트레일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이 트레일은 수목지대(Woodland), 목초지대(Meadow), 습지(Wetland)를 모두 볼 수 있는데 길이는 0.6마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 길에는 전망대가 있고 거기에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붙박이 망원경이 있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밖에 걷기를 위한 트레일이 4개 있다. 0.75마일의 오크 트레일, 1마일의 파인 트레일, 1.5마일의 윌로우 트레일, 2마일 조금 넘는 메이플 트레일이 그것이다. 트레일은 대부분 돌을 잘게 쪼갠 후 그것을 깔아서 길을 단단하게 다져놓은 자갈길이다.
이 트레일들에 관해서 걷기를 위한 설명서(Walk BLANDY)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참고로만 사용하고 이에 구애받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대로 걸어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트레일 자체가 길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레바논 삼목 가로수길(왼쪽). 수목원 본관(오른쪽이 원건물, 중앙과 왼쪽이 증축된 부분)(오른쪽 맨위), 허브가든(오른쪽 위에서 두번째) , 노란색이 강렬한 너도바람꽃(오른쪽 위에서 세번째), 향이 짙은 스윗박스(오른쪽 맨 밑).
2.6마일의 일주도로
그리고 처음 차에서 내려서 보았던 그 안내판 모음의 길 건너편에는 허브 가든이 있다. 이 가든은 모두 8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허브가 심어져 있는데, 아는 것이라고는 라벤더, 세이지, 타임, 민트, 로즈메리 정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이름을 익혀본다.
걷기를 마쳤으면 이제는 자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기. 주차장 앞 도로에서 출발하는 윌킨스 레인(Wilkins Lane)이라는 이름의 2.6마일의 일주도로가 있어서 차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앞에서 메이플 트레일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이 일주도로를 걸어가면 그게 메이플 트레일이 되는 것이다. 이 도로에는 7개의 작은 주차장이 군데군데 있어서 중간에 내려서 주변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도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는 이 일주도로의 설명서(Wilkins Lane Sriving Tour)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설명이 아주 자세하다.
노란 은행나무 숲
이 일주도로를 돌면서 들려야하는 곳이 은행나무숲(Ginko Grove). 일주도로에서 0.2마일을 들어갔다가 나와야하는 곳에 300주의 은행나무가 있다. 은행나무는 2억 7천만년 전의 화석이 있을 정도로 오래 생존해온 나무이어서 별명이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다.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제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었을 때 근처의 다른 동물과 식물은 모두 죽었는데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1km 정도 거리에 있던 은행나무가 그 다음해에 움을 틔웠을 정도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 이 은행나무숲에 반드시 다시 오리라고 다짐하면서 돌아선다. 은행나무숲을 나와 다시 일주도로로 접어들어서는 거의 40주에 달하는 커다란 레바논 삼목(Cedar of Lebanon)의 열병을 받고나면 일주가 끝난다.
수목원은 사시사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연세 드신 분 모시고 나서는 나들이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함께 하기에도 즐거운 곳이다. 이 봄에 한 번 훌쩍 찾아나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문 정보>
●주소 : 400 Blandy Farm Lane, Boyce, VA
●인터넷 : http://blandy.virginia.edu/home/directions
●입장료, 주차료 : 없음
●식당, 자동판매기 : 없음
●화장실 : 본관 건물에 있음
<
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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