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운 우리 새끼’로 ‘2016 SBS 연예대상’ 프로듀서상 수상

박수홍 /사진=임성균 기자
"감기가 걸린 건 아닌데.."
마스크를 쓰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박수홍(47)의 목소리는 꽤 쉬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열린 '2016 SBS 연예대상'에서 잔뜩 소리를 지른 탓이라고 했다. 박수홍은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 그룹 트와이스 축하 무대 도중 난입해 깜짝 랩과 디제잉 실력을 뽐냈다.
"미리 일주일 정도 아는 래퍼들에게 가이드를 받고 갔는데, 잘 안 외워지더라고요. 막상 올랐더니 제가 딴소리를 하고 있더군요. 무대는 100% 애드리브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하."
박수홍이 연말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2004년 MBC '방송연예대상'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올 한해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로 큰 사랑을 받은 그는 "요새 정말 물 들어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아주 행복하다"고 흡족한 기분을 전했다.
박수홍은 근래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연예인이다. '2016 SBS 연예대상'에서 PD들이 선정한 프로듀서상까지 받았다. 그만큼 박수홍에게 2016년은 뜻깊은 한 해였다.
박수홍이 올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운 우리 새끼'에서의 활약이 컸다.
'미운 우리 새끼'는 혼기를 놓친 연예인의 일상을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찰 프로그램. 박수홍은 "프로그램이 잘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머니 역할이 컸지, 아들이야 속썩인 것밖에 없다"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공을 돌렸다.
'미운 우리 새끼'는 지난 8월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금요 예능 프로그램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방송 도중 합류한 박수홍은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깨고 클럽을 즐기는 반전 일상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방송 이후 절 욕하는 사람도 많고, 부럽다는 사람도 많아요. 매주 반응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때론 효자였다가 때론 불효자였다가, 외로운 남자였다가, 놀러만 다니는 정신 나간 철부지였다가, 매번 모습이 바뀌니까 시청자 분들이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요?"
박수홍은 2000년 초 SBS '야심만만' MC 시절 인연을 맺은 곽승영PD의 제안으로 '미운 오리 새끼'에 출연하게 됐다. 방송 출연을 꺼리는 그의 어머니도 아들을 위해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
"(어머니가) 쑥스러워 하셔서 절대 방송에 나가실 분이 아닌데, 아들을 위해서라면 구정물도 못 뒤집어 쓰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방송 출연을 '구정물'이라 표현할 정도로 원치 않으셨는데, 지금은 바뀌셨어요. 방송 나가서 수다 떨고 돈도 버시고, 손주들 용돈도 주니까 좋아하세요."
1991년 K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수홍은 그동안 반반하고 훤칠한 이미지가 강했다. 자유분방한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마냥 반듯한 줄로만 알았던 그가 '미운 우리 새끼'에서 클럽을 즐겨가고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 사이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클럽이요? 원래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개그맨 동기들끼리 나이트클럽에 가서 너무 놀고 싶었는데, 많이 못 놀았던 건 있죠. 그땐 성공에 대한 열망도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했었으니까. 이젠 좀 솔직해질 수 있어요. 음악이나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로서 당연한 거잖아요. 다른 사람은 이제 신경 안 쓰려고요."
박수홍은 부담을 내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불현듯 다시 찾아온 인기마저도 한낮 거품에 지나지 않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 "다 쓸데 없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박수홍 /사진=임성균 기자
"사람에게 상처도 받고, 방송국에 상처도 받아봤죠. 저희 일이 비정규직이니까 어느 순간 환호를 받다가도, 관심 밖으로 벗어나면 버려지는 느낌이에요. 인기라는 게 그렇더군요. 이젠 대중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오면 받겠지만, 그걸 굳이 찾으려고 노력하진 않으려고요."
방송 활동을 오래 하면서 인간 관계에서 느낀 회의감도 있어 보였다. "멀쩡하게 인사하던 후배가 내 앞에서 담배를 피면서 '요즘 뭐하세요'라고 건방을 떨 때는 인간적인 비애를 많이 느꼈어요. 걔가 그런 말을 하든 안 하든 무시했으면 됐는데 말이죠."
대개는 자신의 의지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박수홍의 이전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바른 생활을 보여주면서 가까운 사람에겐 투정하고, 전 그렇겐 안 살려고요. 저에게 진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써야지, 무작정 기부를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경험한 연예계 생활은 그래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있죠."
박수홍은 개그맨 윤정수와 절친한 사이다. 한창 왕성히 활동하던 시절 콤비를 이루기도 했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전성기 못지 않은 인기를 되찾았다.
박수홍이 '미운 우리 새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면 윤정수는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개그우먼 김숙과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저와 윤정수씨의 인생 사이클이 비슷한 것 같아요. 좋을 때 좋고, 안 좋을 때 안 좋고요. 예전에 정수에게 '버티면 기회가 온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정수가 다시 잘 되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정수는 물질적인 필요성도 있으니까요. 저도 어느 순간 잘 되기 시작했고요. 누구 한 명만 잘 됐으면 맘이 안 좋았을 텐데, 둘이 잘되니까 너무 좋아요. 내년에 프로그램 같이 하자고 했죠."
박수홍은 2000년대 초 '야심만만', '좋은 친구들', '기분 좋은 날', '느낌표' 등 각종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당시 2주에 4일씩은 외국에 나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그땐 방송 일을 하면서 휘둘리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잠도 잘 못 자고, 그걸 누리지도 못하고, 온전히 실감도 안 났죠. 요새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면서 돈도 벌어야죠. 이 기분도 마음껏 누려야 되고요."
박수홍은 최선을 다해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싶어 했다. 올 한해를 누구보다 뜻깊게 보낸 그의 신년 계획 역시 "즐기는 것"이다.
"세상을 많이 구경하고 싶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작업고 하고,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행복한 느낌이 드는 환경을 만들려고요. 그게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있고, 건축물이 될 수도 있고, 여행지가 될 수도 있고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많이 즐기고 싶습니다."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철없는 노총각 이미지를 톡톡히 각인시킨 박수홍. 마지막으로 신년 목표 중 '결혼'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혼이란 게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당분간은 생각 안 하려고요. 음..결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결혼을 위해서 사람을 만나거나 애를 쓰진 않을 거에요. 사람을 만나서 좋으면 연애하고, 연애의 과정에서 발전하면 자연스레 결혼으로도 이어지겠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전 운명을 믿거든요. 하하."

박수홍 /사진=임성균 기자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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