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가족의 손을 잡고 입국장을 빠져나온 추신수는 비교적 밝고 건강한 표정이었다.

올 시즌 추신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08년(94경기) 이후 가장 적은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에 출루율 0.357, 홈런 7개, 17타점에 그쳤다.

추신수는 종아리, 햄스트링, 허리, 손등 부상 등으로 4차례나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며 기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추신수는 귀국 소감을 묻자 "한국에 올 때마다 언제나 좋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성적에 비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차례 부상을 당하면서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친 것 같아서 더 아쉽다"며 "스프링캠프를 어느 때보다 잘 치렀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맏형'인 추신수는 그러나 자신의 부진보다는 다른 한국인 빅리거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는 "우리 팀 담당 기자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이 한국 선수들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며 "그만큼 잘하기 때문에 물어본 것 아니겠냐.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한국 선수들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더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길 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일하게 도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선수가 오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정호, 박병호가 가서 잘하니까 나도 한번 가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추신수는 "뭔가 준비가 돼서 와야지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유계약선수(FA)라고 오면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며 "준비를 하고 온 선수들도 힘들어했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준비된 선수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추신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첫손으로 꼽았다.

그는 "선수와 1대 1로 대화하는 것과 통역이 전달하는 것은 뉘앙스 자체가 다르다. 100%는 아니라도 대화할 정도가 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추신수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 등과 함께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WBC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추신수는 2009년엔 국가대표였지만 2013년 WBC엔 신시내티 레즈 이적으로 인한 적응 문제를 들어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2013년 WBC에는 초청을 받고도 합류 못 했는데 이번에는 강력하게 팀에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런데 구단에서는 아무래도 몸 상태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옆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며 "잘 설명했고, 다 나았기 때문에 자신 있다. 구단과는 아직 이야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며 "또 지금과 같이 한국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스포츠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대표팀은 항상 설렌다. 미국 생활 오래 했기 때문에 한국 선수와의 대화가 배고프다"면서 "한국 선수와 함께 있으면 한 번 웃을 거 3~4번 웃게 된다. 또 유니폼 자체가 다르지 않으냐"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7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노쇠화 징후를 보이는 외야수 추신수가 내년 시즌에는 지명타자 출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신수는 이에 대해 "시즌 때도 나왔던 얘기다. 지명타자 자리가 비어 있어 쉬면서 하라는 개념"이라며 "하지만 지명타자로 아예 굳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일주일에 1번이나 2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1년 만에 귀국한 추신수는 부산, 제주도를 오가며 국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아이들이 작년 제주도에서 보냈던 시간을 많이 그리워해서 제주도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매년 하던 행사 1~2개 하고 그게 끝"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