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혹 정리된 시점에 조사가 타당”…일각선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 원칙론 속 조건 내걸어…참고인 신분이라 靑 협조 없이는 수사 불가
검찰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이 15일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을 밝혀 미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앞서 검찰은 '대면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시점을 '16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 "조사에성실히 임하겠다"는 원칙론만 거듭하던 박 대통령 측이 변호인 선임과 함께 몇몇 조건을 내걸어 '빗장'을 걸고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변호인은 "의혹 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협조 원칙론 내세우면서도 조건 제시
애초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변호를 맡고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합리적 일정 조정'을 언급하며 검찰이 주장한 16일에는 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별도로 구체적인 조사 희망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최순실에 대한 수사만 거의 완료돼 기소를 앞두고 있을 뿐,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등은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큰 틀에서는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히면서도 '사실관계 확정 후 조사', '국정 수행에 부담', '원칙적으로 서면조사' 등의 형식논리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협조가 쉽지 않다고까지 해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빗장을 걸어놓은 셈이다. 이는 결국 향후 수사 국면에서 최대한 청와대 쪽이 주도권을 쥐려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 檢 수사진 부담…"진상 규명 협조해야"
통상 일반적인 수사 과정에서는 기초 자료 검토와 참고인 등 관련자 조사를 거쳐 후반부에 의사 결정권자나 책임자급 인물을 조사하는 수순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실관계 대부분 확정 후 조사' 요청도 그런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현재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주변 인물들에게 제기된 '국정농단·비선 실세'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는 큰 거리감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현재 구속된 피의자들의 범죄 사실을 확정하는 데 핵심적인 참고인이며 나아가 이번 사건의 '몸통'이나 '배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강요', 청와대 '문건 유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광고사 강탈 시도'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 대통령 자신이 추후 피의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이 '최후에, 최소한'이라는 조사의 조건을 제시한 것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검찰과 기 싸움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협조 아닌 협조', 더 나아가 '사실상의 비협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참고인을 대상으로는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원활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변호인의 요청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다른 조사가 다 된 다음에 해달라는 것은 사실상 진상 규명 의지가 없는 것, 진실로 협조하지는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어쨌든 검찰로서는 최대한 우리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특검 인식한 포석 분석도
이런 발언이 여야 합의로 도입이 임박한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의식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특검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 만큼 수사본부의 조사는 가급적 한 번에 끝내고 그때까지 조사되지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는 특검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가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번번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의혹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정 수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여러 차례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기류를 암시한다. 다만 그는 '검찰 수사, 특검 수사 둘 중 하나만 받겠단 의미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법이 발의된 상황에서 조사를 한 번으로 끝내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싶다"면서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해 규명되지 않은 부분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서라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변호인의 논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 상황에서 진상 규명을 위해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17일로 연기한다는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이날 유 변호사의 발언 내용 등으로 비춰봤을 때 최씨 기소 전에 박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변론 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다음 주로 넘어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청와대 측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입장을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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