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 소나타 다 끼에자 이정석 지휘자겸 음악감독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 천지차이
클래식 음악 어렵다는 편견 깨고자
해설이 있는 음악회•고전음악 이야기등 기획
그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즐거움과 열정이 있다. 클래식이 주는 즐거움과 황홀감도 만끽한다. 그런 느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클래식이 어렵지 않은 음악’이라며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다. 그는 청중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좋은 클래식 공연도 청중이 없으면 손님 없는 잔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뮤직’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했다. 클래식으로 풀어가는 인문학 강의인 ‘고전음악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한인사회에 멋진, 색다른 문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클래식 음악과 스토리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실내악 전문 앙상블 ‘소나타 다 끼에자’의 이정석(53) 지휘자겸 음악감독이다.
■만화가를 꿈꾸던 소년
그는 1963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1남1녀의 장남. 아버지는 군청공무원, 어머니는 주부였다. 어려서부터 음악이 좋았고 하고 싶었다.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전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던 학생도 고작 1-2명 정도였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해 화계초등학교를 다녔다. 첫 음악활동(?)으로 학교에서 애국가를 지휘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수많은 연습을 반복했다. 그 후에 나설 수 있었다.
경신중학교에서는 플룻을 취미생활로 배웠다. 당시 선배가 부는 오보에 선율이 너무 아름다웠다. 보성고등학교에서 오보에를 배운 이유다. 부모들이 경제적 이유로 음악공부를 반대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집에서 경제적 지원은 쉽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음대에서 4년 장학생으로 오보에를 전공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음악을 좋아했지만 장래희망은 만화가였다. 고등학교 때는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학교 앞 만화방 이름인 ‘왕거미’가 별명일 정도였다. 좋아하던 만화가는 허영만 작가. 그의 펜에서는 태껸, 권투, 골프, 바둑, 도박, 야구, 관상, 음식, 패션 등 늘 새로운 이아기가 창조됐기 때문이다. 만화가의 꿈은 그림을 못 그려 포기했다. 그 후 시인이 되고 싶었다. 늘 창작활동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방송국 프로듀서 공부도 했다. 음악으로는 미래의 삶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아 1년6개월 정도 PD 준비를 했지만 인연은 아니었다.
결국 전공을 살려 1988년 서울 심포니오케스트라에 오보에 주자로 입단, 2년여 동안 활동했다. 그러다 1990년 깊이 있는 음악공부를 위해 뉴욕 유학길에 나섰다. 1989년도에 비올라를 전공하는 여자 친구를 만나 6개월 정도 연애를 한 뒤 결혼한 아내와 함께.
■좋은 음악을 한인사회에
그는 실력을 쌓고자 유학을 왔다. 자비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었다. 학교 다니며 연주활동과 아이들 레슨을 했다. 교회 지휘, 음악회 무대스텝과 디렉터로도 활동했다. 그런 고생과 노력의 결실로 스토니부룩대학교와 뉴욕시립대학원에서 각각 음악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세월이 무려 10여 년이 흘렀다.
졸업 후 2004년 실내악 전문 앙상블 ‘소나타 다 끼에자’를 창단하고 지휘와 음악감독을 맡았다.(소나타 다 끼에자는 'Sonata of church'라는 의미로 교회에서 악기류 연주되는 음악을 뜻한다. 이는 바로크시대에 전성기 였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장르다). 대부분 교회중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이 성악을 위한 반주에 그치고 악기를 위한 곡이 많지 않아 새로운 ‘교회 실내악’ 전문연주단으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이름에 걸맞게 교회서 주로 연주했다. 그러다 도중에 방향을 바꾸었다.
이유는 교회음악을 들어야 할 사람은 교회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은 연주회라도 교회에 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소를 교회를 넘어서기 시작한 셈이다.
2013년 음악으로 봉사하는 청소년 실내악단인 소나타 다 끼에자 유스도 창단했다. 악기연주를 잘하는 청소년들로 구성해 솔로부터 실내악, 챔버 오케스트라 곡까지 연주하며 무지개집과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위문연주를 하는게 목적이었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한인 청소년들이 지속적인 연주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그동안 무지개집과 아이티 돕기 자선음악회와 크리스마스 무료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
그는 “소나타 다 끼에자 창단 때부터 지녀온 모토가 ‘좋은 음악을 한인사회에 제공하자’였다. 그동안 이 신념으로 클래식 음악을 가장 편안한 시간에 편리한 이웃에서 자유롭게 보는 음악회를 가져왔다. 대중이 우리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전문음악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을 현재까지 지켜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욱 클래식 음악 저변확대에 진력할 계획”이라고 귀띔 한다.
■음악과 함께 하는 새로운 문화
그는 창단초기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테마 있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바로크음악, 클래식 음악, 로맨틱 음악, 포스트모던 음악, 현대 음악 순으로 1년 여 이상 연주회를 진행했다. 봄, 여름 등 계절을 주제로 연주도 했다. 연주회 때마다 곡에 대한 짧은 설명도 곁들였다. 그가 곡에 대해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소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래도 여전히 클래식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관중이 줄고 호응도 낮아졌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그가 클래식 보급을 위해 방향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던 이유다.
그는 대중가요만큼 클래식도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클래식이 어렵지 않은 음악임을 전해주려 애썼다. 그리고 청중과 소통하는 무대를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시키기 위해선 ‘청중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클래식 감상과 해설을 곁들인 ‘고전음악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처음에는 인문학을 재미있는 고전음악이야기로 풀어가는 ‘고전음악 오디세이’를 주1회씩 15회 이어갔다. 클래식을 좋아하던 60대 전후의 한인들의 호응이 높았다. 그를 계기로 매주 1회 강의 및 음악 감상과 함께 콘서트도 가졌다.
그는 고전음악이야기는 음악과 이야기가 접목된 ‘뮤직스토리텔링’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클래식 음악을 어렵지 않게 쉽고 편안한 음악으로 감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곡명과 작곡가의 사상, 작곡의 탄생동기와 시대적 배경과 연주자의 기술적인 면까지도 종합적으로 해설해 주기 때문이다.
고전음악이야기가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클래스’ 등을 모토로 하는 것도 주요인이다. 한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클래식으로 풀어가는 인문학 강의가 이미 100회가 넘게 함께 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그동안 퓨전식당, 골프장에서 연 살롱음악과 바로크 스타일의 음악연주회에 참가한 한인들이 행복했다고 한다. 이민 와서 버리고 살았던 감성이 되살아나 힐링이 되어 마음이 평온하다고도 했다. 강의실과 연주회장에서의 진지한 눈빛을 보면서 이민사회가 조금씩 다른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사회에 조금은 멋스러운, 색다른 문화를 만들고자 클래식 음악과 스토리를 통해 함께 실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클래식 어렵지 않다.
그는 좋아하는 음악과 음악회를 할 수 있고 음악가로 살 수 있는 그 자체를 보람으로 여긴다. 남은 인생도 지금처럼 음악을 하며 음악가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실내악은 어떤 장소에서도 연주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는 그는 들어주는 관중이 있는 음악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악회도 관중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청중을 모으고,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수려한 외모와 쿨한 성격이 맘에 들어 아내와 결혼했다는 그는 같은 음악가로서 음악을 이해해주고, 상황판단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서도 절대 앞에 나서는 법이 없는 아내에게 늘 고마워한다. 그는 학교를 다닐 때 만난 뉴욕 필하모닉 오보에 주자 출신인 로날드 로즈맨 교수를 잊지 못한다. 기초를 중요시 하며 ‘나한테 배워서 고맙다’며 겸손한 지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클래식 감상의 첫 걸음은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비발디 등 자신이 알고 있거나 익숙한 명곡을 듣는 것이라 설명한다. 영화, 드라마, CF 등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을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다. 한인들이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음악을 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연주회를 통해 희망, 보람 등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는 그는 음악감독을 꿈을 가진 사람이라 말한다. 꿈을 가져야 꿈을 줄 수 있다는 의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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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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