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 최다 언더파 우승까지 전인지 골프 인생
▶ 초등때 아빠 권유로 입문, 2013년 프로무대 데뷔

전인지가 태극기를 휘감고 에비앙 우승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별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기 코끼리 ‘덤보’다.
그래서 지난해 전인지가 한 시즌 한ㆍ미ㆍ일 메이저대회를 석권하자 팬들은 ‘덤보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줬다.
‘덤보’라는 별명은 순박해 보이는 큰 눈을 가진 전인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덤보를 닮아 박원 코치가 붙여준 것이다.
18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통틀어 역대 메이저 최다 언더파(21언더)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꽃길’만 걸어온 선수처럼 보이지만 그는 결코 쉽지 않은 골프 인생을 걸어왔다.
전인지는 초등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였다. 승부욕이 강했던 전인지는 어린 나이에도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스윙 연습을 5시간 넘게 했다. 그 때부터 볼을 맞추기 시작했다.
전인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를 처음 밟은 것은 2013년. 하지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슈퍼루키’ 김효주(21ㆍ롯데)의 그늘에 가려있었기 때문이다. 전인지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그 해 한국여자오픈에서였다. 김효주, 백규정(21ㆍCJ대한통운)과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퉜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인지가 짜릿한 역전으로 우승했다. 전인지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알린 계기가 됐다.
전인지는 프로 첫 시즌이던 2013년부터 줄곧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다.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지만 전인지는 골프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어깨 부상이었다. 마음 놓고 치료에 전념하기도 어려웠다. 일찌감치 ‘스타플레이어’반열에 올라, 불러주는 곳이 많아진 것도 부상 재발을 부추기는 요소였다.
전인지는 지난해 한국, 미국, 일본을 오가며 강행군을 치렀다. “힘들지만 즐기겠다”면서 언제나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또 그만큼의 결과물도 만들어냈지만 시즌 막판 다시 어깨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이 탓에 시즌 막판 몇 개 대회를 걸러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로 인한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왔다. 다음 시즌 LPGA투어 진출을 결정했기에 굳이 국내 무대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꾀병’ 논란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그는 의연했다. 경기에선 기권했지만 프로암에 나가 1대1 레슨을 진행하는 등 ‘스타’의 도리도 다했다.
미국무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올해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시즌 초반 준우승을 2차례나 차지하며 연착륙한 전인지는 예상치 못한 부상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이른바 ‘싱가포르 공항 가방 사건’으로 잘 알려진 허리와 꼬리뼈 부상이었다. 발단이 동료 선수인 장하나의 아버지였고 일이 점점 커져 가족 문제로까지 비화돼 전인지는 또 한 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다시 한 번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에는 좀처럼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다시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꿈에 그리던 리우 올림픽 무대에 나서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졌고, 결국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화려한 실력을 뽐내며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순탄한 골프 인생을 보낸 것처럼 보이지만 전인지는 쉽지 않은 길을 헤쳐낸 강인하고 의연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가시밭길을 헤쳐 꽃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덤보’는 이제 더 높이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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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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