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 대표 린다 강
<사진= 이경하 기자>
복지상담·강좌·건강진료 등 한인노인들에 사랑방 제공
300만달러 들여 센터 짓고 매년 50만달러 운영비 부담
SYK는 ‘영원한 내편’ 아버지 성함 알파벳 약자
사람이 재산...50여 자원봉사자들 한마음으로 도와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는 한인노인들은 즐겁다.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Korean American Community Center)로 가면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을 살리며 정성 깃든 점심상도 받는다. 낯선 이국땅이 아니라 제2의 고향이 된 그 중심에 ‘우리 린다씨’가 있다.
●SYK 한미커뮤니티 센터 설립 3주년
“9월 7일로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가 3주년을 맞았다. 60~70세 노인분들이 우리 센터를 너무 좋아하니 나도 좋고 기쁘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시간동안 모든 강좌가 무료이고 선생들도 자원봉사자들이다. ”
지난 2013년 9월 7일 뉴저지주 에디슨시 올슨 애비뉴에 개관한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는 2에이커, 1만 스퀘어 피트 면적으로 회의실 및 강의실, 예식장, 도서관, 놀이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지역 한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매일 100명의 한인들이 방문하여 복지 프로그램 상담, 한국문화역사 및 영어교실, 컴퓨터 강좌, 타이치, 가라오케, 줌바, ESL 강의를 듣고 월1회 건강진료도 받는다. 놀라운 것은 프로그램은 물론 주중 점심(수요 무료저녁식사)이 무료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마음먹고 있었지만 실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2년 반이 걸렸다. 커뮤니티 센터를 연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물었다. 특히 태권도장을 하는 크리스 유ㆍ토니 유 두 사범이 초창기부터 스포츠 스케줄을 다 짜주고 자원봉사 해준다. 보험 없는 분들을 위해 사무실 하나는 진료실로 만들었다”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 대표 린다 강은 사재 300만달러를 들여 건물을 지은 후 무료진료를 위해 이 지역 50명의 한인 의사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다. 한명외 49명이 흔쾌히 무료봉사를 약속했다.
이렇게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모든 것을 나누다 보니 분위기는 더할 수 없이 좋다. 10여명의 스텝진과 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한인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전기세 및 식품비 등 연간 50만 달러가 들어가는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 운영 경비는 린다 강이 책임진다. 이는 그가 부동산과 병원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업가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성공한 한인은 많지만 린다처럼 통 크게 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조건 내편인 아버지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의 SYK는 아버지 성함 강성용(Sung Yong Kang)의 알파벳 약자이다. 그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지금도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마음이 여리다.
“10년간 병석에 누워계시다 2000년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전의 꿈이 한인회관이었다.
우리는 에디슨 지역에 이민 온 두 번째 한인가정이다. 한국에서 건축에 종사하던 아버지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피스카타웨이에서 살면서 친목을 위주로 노인회를 만들었는데 이 피스카타웨이 노인회는 중부뉴저지 최초의 노인회다. 우리집에서 자주 모였는데 함께 모일 장소가 필요하다며 건립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
린다 강은 1964년 서울 창신동에서 강성용, 권선순 씨의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린다에게 자신감을 길러주었다. 설사 시험을 잘 못보고 와도 ‘아마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 냈을 것’이라며 딸의 기를 살려주었다. ‘미국은 여성들의 천국이란다’며 아내와 막내딸을 위해 아버지는 린다가 10살 때인 1974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린다는 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의대를 졸업하면 수십만 달러 학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포기했다. 럿거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는데 2학년 때부터 병원에서 회계 행정업무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떤 나이든 분이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으는 나를 보고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학 3학년때 그분의 권유로 해밀턴 타운십의 원 베드 콘도를 하나 샀다. 88~89년 당시 부동산 경기가 다운되었을 때라 원래보다 싸게 샀고 2년 뒤 2배 가격으로 팔았다. 다시 두 채를 샀다. 주윗분이 맨하탄 지역으로 눈을 돌리라고 했다. ”
이것이 대박이었다. 린다는 대학 졸업후 병원에 취직하여 회계와 행정분야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재테크로 부동산 투자를 했고 2001년 의료비 청구전문회사(Medical Billing R & C)를 설립했다.
● ‘사람을 믿는다’
또 2006년 에디슨 지역과 2009년 유니온 지역에 수술전문병원을 개원, 두 군데의 병원에서 현재 100명의 의사들이 일하고 있다. 린다는 이 모든 성공을 “운이 좋았고 인복이 많았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왜 이 사람이 내게 그런 말을 하지하고 의심하지 말라. 사람을 우선 믿어야 한다.” 고 한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준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이 딸로 하여금 사람을 믿게 했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게 했다.
린다 강은 마취과 의사인 제임스 버라타와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으며 물리학 박사 출신인 큰오빠는 병원에서, 작은오빠는 회사의 매니지먼트를 해주고 있다. 사촌오빠 티모시 박 이사는 린다의 모든 일을 도와준다.
린다 강에게는 사람이 재산이다.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에 큰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와라”는 그의 한 마디에 사촌, 조카 40여명이 모여 행사 진행을 돕는다. “내일 몇 시에 만두를 빚는데..”하고 친구 한명에게 전화 하면 다음날 친구 30여명이 모인다. 물론 그가 앞치마 두르고 앞장선다.
“조카들이 낡은 차를 끌고 다니면서 어렵게 사는데 내가 이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를 자비운영한다면 남들이 우습게 볼 것이다. 다행히 다들 살만하고 가족들이 내 뜻을 따라주니 할 수 있다. ”
린다는 아침 5시반에 일어나 7시에 출근, 하루종일 미팅을 수없이 하고 외근을 한다. 한번은 병원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그날 오후 줄줄이 있는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아이스크림을 잔뜩 산 그가 달려간 곳은 SYK 한미커뮤니티 센터이다.
“우리 린다씨가 아이스크림을 나눠준대” 하며 기뻐서 줄서는 노인들을 보면서 그의 화는 햇볕에 아이스크림 녹듯 스르르 사라지고 모든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한다. 댕큐 꽃다발 대신 센터로 과일박스를 보내달라고 하고 보석도 사지 않는다. ‘이 돈이면 노인들에게 갈비 파티를 해 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로 등록 않고 기금모금도 안하면서 몇 년이나 하겠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지금 건강하고 형제, 조카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으니 10년, 20년 할 것이고 아니, 5년 후에 나보다 멋진 사람이 나타나서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어머니, 오빠들, 가족들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럽고 우리에게 자존감을 주는 일이다고 말해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영원한 집
10달러, 20달러를 메일 박스에 넣어놓고 가는 노인도 있고 어머니날 오지 못한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여성은 “린다씨가 밥을 주고 즐겁게 센터에서 보냈다”는 어머니의 말에 댕큐 카드와 기부금을 보내기도 한다. 린다 강은 5년 전 헤켄색 병원 이사로 임명되어 지역봉사를 하는가 하면 신분미비 한인학생들의 스폰서도 해주고 있다.
또한 MIT와 메디칼 스쿨을 졸업한 후 현재 레지던시(residency) 2년차인 한인여학생의 멘토이자 후원자이다. 그는 “의사가 된 다음 그 돈을 내게 갚지 말고 대신 2명의 후원자가 될 것”을 권했다. '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를 보면 빛이 난다' 는 그는 젊은이의 미래에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효녀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현대판 심청 린다는 ‘ 아버지의 영원한 집’ SYK 한미 커뮤니티 센터를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한인노인들의 딸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다. 그녀는 “행복하다” 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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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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