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추모행사장 ‘휘청’ 조기 퇴장
▶ 문제 커지자 ‘며칠전 폐렴’ 해명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911테러 행사장을 빠져 나와 잠시 휴식을 취했던 아파트에서 걸어나오며 기자들에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듯 손을 흘들어 보이고 있다.
11일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휘청거리며 차량에 실련간 것과 관련, 주치의는 클린턴이 지난 9일 폐렴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클린턴 캠프 측은 12일 조만간 건강기록을 추가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9.11 추모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뒤 건강 이상설이 급속히 퍼진데 따른 것이다.
폐렴진단 사실이 공개되자 지지자들은 클린턴 캠프의 비밀주의에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쏟고 있다.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MSNBC 방송에 나와 “며칠 내 클린턴에 관한 추가 의료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폐렴진단 외에 감추는 병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클린턴의 주치의로부터 2012년 국무장관 시절 겪었던 뇌진탕과 폐렴은 무관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클린턴은 지난해 7월 2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는 2012년 12월 장염에 걸려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가 후속검진에서 혈전이 발견돼 한 달여 간 업무를 중단한 것 외에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그녀가 최근 연신 기침을 하는 모습이 잡히면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 물론 클린턴 캠프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팰런은 폐렴진단과 클린턴의 행방 등을 뒤늦게 공개한데 대해 “참모들의 결정이었다”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이 쓰러진 뒤 응급실로 가지 않고 딸 첼시의 아파트로 향한 데 대해서도 “그녀가 정말 괜찮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며 “보좌진들이 주치의에게 연락해 추후 주치의가 왔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은 이번 주 후반부터 선거운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12~13일의 후원행사 참석은 취소됐다.
▲클린턴 비밀주의 화 키워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들이 캠프의 비밀주의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비밀주의가 사태 해결은커녕 오히려 화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전략가 출신으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12일 트위터에서 “폐렴은 항생제로 고칠 수 있다. 그런데 불필요한 문제(의혹)를 계속 야기하는 클린턴의 건강하지 못한 프라이버시 애호는 무엇으로 치료하나?”라고 꼬집었다.
모든 것을 쉬쉬하는 비밀주의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인 셈이다.
익명의 한 지지자는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순전히 (캠프가) 자초한 XXX 악몽”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지지자도 “클린턴과 캠프에서는 보수 진영에 공격의 실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폐렴 진단 사실을 감추고 싶어 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관련 정보를 숨긴 채 클린턴을 그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것이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클린턴 캠프는 꼬리를 내리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클린턴 건강 이상없나
클린턴 후보의 건강에 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먼저 1998년. 퍼스트레이디였던 그녀의 오른 다리에 혈전이 발견됐다. 오른 발이 부어올라 거의 신발을 신을 수 없었다. 진단결과 무릎 뒤에서 큰 혈전을 찾아냈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증상은 사라졌다.
그는 추후 회고록에서 “내가 겪어본 일들 가운데 건강에 관해 가장 우려됐던 상황”이라며 “전 세계를 논스톱 비행한 게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사실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2009년에 그의 다리에서 2번째 혈전이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내과 전문의가 2015년 7월 대선에 뛰어든 클린턴의 건강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는 서한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3년 뒤에는 그의 두개골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당시는 증상이 너무 심각해 숨길 수 없었다.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은 뉴욕 컬럼비아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회복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벵가지 사태 의회증언이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그는 당시 장염에 따른 심각한 탈수로 졸도했다가 뇌진탕에 걸린 뒤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혈전을 찾아냈다.
WP는 68세인 클린턴이 건강기록을 잘 공개하지 않아 그녀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심부 정맥 혈전증’은 수시로 검사가 필요한 혈전 용해제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증상이다.
▲민주당 일각 “클린턴 대안필요”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면서 12일 급기야 내부에서 만일에 대비해 클린턴의 대안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1995∼199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돈 파울러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폐렴에서 완전히 회복하겠지만, 민주당이 ‘긴급사태 대책’ 마련 없이 선거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현행 규칙은 일정 지침과 한도 내에서 ‘대안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DNC에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울러 전 의장은 클린턴에 대해서는 “유세장에 다시 나오기 전에 충분히 회복해야 한다”면서 “너무 빨리 유세장에 복귀하면 (어지럼증세가) 다시 재발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건강한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난주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중 아주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건강검진 결과를 내놓겠다며 건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놓고 클린턴의 건강문제를 공격하진 않았다. 클린턴이 마치 실신한 듯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이후 언론이 일제히 그의 건강 이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상황이어서 굳이 강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 데다, 그랬다간 자칫 역풍에 휘말릴 우려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일단 침묵을 지키고, 그 후로도 상대적으로 ‘로키’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신중한 행보를 두고 힐러리 못지않게 트럼프도 건강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두 살 많은 70세이고, 만약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취임한다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69세 341일)을 제치고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단 4문단으로 구성된 건강진단서 한 장만 공개한 후 언론의 숱한 요구에 침묵으로 버텨온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4문단짜리 건강보고서 외에 언론에 알려진 트럼프의 건강 정보는 그가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며 콜레스테롤 관련 치료제인 리피토를 복용한다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임기중 사망한 미국 대통령들
9대 윌리암 헨리 해리슨(1841-) 임기 시작 1개월 후 폐렴으로 사망
12대 재커리 테일러(1849-1850) 재직중 콜레라사망
16대 아브라함 링컨(1861-1865) 남북전쟁 종전 일주일 만에 암살
20대 제임스 가필드(1881-) 암살
29대 워렌 하-딩(1921-1923) 순회 연설 도중 급서.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1933-1945) 4번 연임 3개월만에 산책중 뇌출혈로 사망
35대 존 케네디(1961-1963)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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