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도 둘로 쪼개져 설전…유럽도시들서 ‘원하는대로 입는 해변파티’ 시위
무슬림 여성을 위한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금지에 대한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의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인권단체가 거센 논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내각 안에서도 각료들이 둘로 쪼개져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프랑스 밖 유럽 국가들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국사원(콩세이데타)은 26일(현지시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해변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조처가 적법한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부르키니는 신체를 완전히 가리는 무슬림 의상인 부르카와 노출이 심한 비키니의 합성어로, 프랑스에서는 최근 동참한 니스 시를 비롯해 부르키니를 금지한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는 "무슬림 여성도 해변에서 마음대로 입을 자유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르키니 금지는 무슬림 이민자 낙인 찍기라는 주장도 함께 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부르키니 금지 조치를 제소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리그의 변호인 파트리스 스피노시는 25일 진행된 심리에서 "이런 금지는 공포의 산물"이라며 공공질서에 반하는 것은 부르키니 착용이 아닌 금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에 프랑스는 균형감을 잃었으므로 국사원이 폭풍 속에서 나침반이 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부르키니를 금지한 빌뇌브-루베 시를 대변하는 변호사 프랑수아 피나텔은 일부 기본권 제한을 인정하면서도 가까운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등 안보 긴장감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질서를 수호하고자 내린 결정인 만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논쟁의 최전선에 섰다.
그는 25일 밤 브슈뒤론 주 샤토르나르에서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연설을 통해 "프랑스 해변과 수영장에 부르키니가 등장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에 반대한다"며 "프랑스 공화국 영토 전역에서 금지하는 법률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샤토르나르가 있는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우파 공화당뿐 아니라 극우 국민전선(FN)이 강세를 보이는 지방이다.
2010년 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복장인 부르카를 공공장소에서 입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말이 안 되는 이민정책을 수용하면 우리의 정체성은 위협받는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번 엘리제궁 입성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은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나 이민 반대 분위기를 업고 영국 국민투표를 승리로 이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진영처럼 유권자들의 반(反)이민·반세계화 심리를 공략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르키니 앞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 내각 내부도 양분됐다.
무슬림 이민자 집안 출신인 나자트 발로 벨카셈 교육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다. 어떤 의상이 '좋은 매너'에 부합하는지 우리가 얼마만큼 점검할 수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부르키니 금지가 인종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벨카셈 장관의 발언 직후, 부르키니가 '여성 노예화'의 상징이라고 주장해온 마뉘엘 발스 총리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민자 통합 이슈가 뜨거운 유럽 곳곳에서 부르키니 논쟁이 있으며 프랑스의 부르키니 금지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영국 런던에서는 30명가량 시위자가 '원하는 대로 입는 해변 파티'를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벌였으며 독일 베를린에서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들과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함께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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