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알던 상대가 타겟
▶ 피해자 대부분 혼자 감당
■10~20대 여성 노리는 ‘온라인상의 성관련 협박범죄’
섹스토션(sextortion)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섹스토션은 섹스(sex)와 강탈(extortion)이라는 두 단어를 결합시켜 만든 합성어로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성관련 협박범죄를 가리킨다. 상대방에게 성적인 행위를 촬영, 녹화하게 하고 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몸을 빼앗는 범죄다.
17세 소녀의 피해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소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화상 채팅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느닷없이 고양이를 안고 화면에 등장했다. 그리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녀가 보는 앞에서 고양이의 목을 비틀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집어먹은 그녀는 그의 지시대로 상의를 벗고 맨가슴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내의 요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완전누드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이 촬영한 반라 동영상을 당장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17세 소녀의 예에서 보았듯이 섹스토션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적인 정보와 이미지 등을 협박도구로 이용해 그보다 훨씬 노골적인 성적 사진이나 비디오를 손에 넣는다. 이들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일화는 뉴햄프셔대학 아동범죄연구센터가 비영리단체 Thorn과 공동으로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섹스토션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아동범죄연구센터와 Thorn은 18-25세 연령대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겨냥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서베이에 참여할 온라인 성희롱 피해자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
Thorn의 최고경영자 줄리 코르두아는 “원래 150명가량을 목표로 삼았는데 무려 1,600명이 서베이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그들이 어떻게 섹스토션의 표적이 됐으며 가해자들이 얼마나 자주 협박을 행동으로 옮겼는지, 이런 성적 괴롭힘의 여파가 어떤 것인지를 상세히 털어놓았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섹스토션의 주된 표적은 여성이고 피해자의 절반이상은 괴롭힘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가해자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또한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성적학대가 처음 시작됐을 당시 자신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고 밝혔다. 거듭된 협박에 신변에 위협을 느껴 집에서 도망쳤다는 대답도 8명에 1명꼴로 나왔다.
할리웃 스타 애스턴 쿠처가 2010년 하이테크 기업들을 규합해 공동창설한 Thorn은 온라인을 통해 자행되는 아동 성착취에 맞서 싸우기 위한 기술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코르두아는 테크놀로지업계와 치안당국으로부터 이런 유형의 괴롭힘이 종종 자살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섹스토션 근절방법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동범죄연구센터와 Thorn의 공동 서베이에서 피해자의 54%는 소셜네트워크에서 범죄의 타겟이 됐다고 밝혔고 41%는 메시징과 포토 앱, 9%는 데이팅 앱을 통해 가해자와 만났다고 말했다. 한 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섹스토션을 경험했다는 대답도 45%에 달했다.
가장 우려스런 것은 피해자의 상당수가 일을 당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입을 다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베이에 참여한 피해자의 3분의 1은 사건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뻔하다. 괴롭힘의 극히 사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신고하기가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안당국과 접촉한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담당자들이 부정적이거나 모멸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많은 피해자들은 섹스토션에 관한 형법이 미비한 탓에 법집행당국이 아닌 테크놀로지 기업에 범죄사실을 신고했으나 복잡한 문서화 절차에 부딪혀 도중에 흐지부지 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동범죄연구센터의 수석 연구원인 제니스 워랙은 “가해자들이 얼마나 가학적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며 “유야무야 넘어가면 반드시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들 뒷받침하듯 서베이에 응한 피해자들 중 일부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희롱이 오프라인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그들의 사적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가해자들에게 폭행이나 강간을 당했다. 섹스토션이 단순한 협박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섹스토션의 피해자 중에는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가해자는 물론 남자친구거나 남편이다.
아동범죄연구센터와 Thorn의 공동연구는 계속 늘어나는 섹스토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치안당국과 테크놀로지업체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Thorn은 25개 대형 테크놀로지사들과 섹스토션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이런 타입의 문제들과 싸우는데 필요한 기술적 도구를 구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결성했다.
이들이 발족시킨 태스크포스는 지난 11월 아동을 겨냥한 온라인상의 범죄행위를 저지하고 가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연구실을 개설했다.
테크놀로지사들이 섹스토션을 더욱 효율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르디아는 온라인에서의 성적착취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침묵”이라며 “우리 사회는 섹스토션에 관해 듣기를 원치 않을뿐더러 들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는 이런 이슈를 놓고 자녀들과 터놓고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어린 자녀들이 온라인상에서 섹스토션과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주저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코르다의 지론이다.
그녀는 “만약 당신이 피해자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부모라면 자녀들과 대화하라”며 “별 것 아닌 듯싶지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자녀와 대화를 갖는 게 치유와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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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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