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6.25 전쟁 발발 60년이 훌쩍 지나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만들어진다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캐스팅한다 했을 때 과연 성사될까 의구심을 품었다. 130억원 짜리 프로젝트의 제작비가 덜 모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촬영에 들어간 전쟁영화를 올 여름에 개봉한다니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다 됐다. 다 해냈다. 2016년의 뜨거운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빅4의 두번째 주자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 이달 말 관객과 만난다.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기어코 성사시킨 건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52) 대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수입해 대박을 터뜨렸으며, ‘가문의 영광’을 대표 흥행 코미디 시리즈로 만들었고,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를 성공시킨 충무로의 대표 흥행사다. 수백 편의 영화를 제작•수입하면서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물러 온 경험도 상당하다. 2010년에는 6.25 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이재한 감독과 ‘포화 속으로’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그 뒤를 잇는 전쟁 블록버스터인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의 전세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작전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었던 이들의 숨겨진 실화가 바탕이다. 북한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17명이 적진에 투입된 일명 ‘X레이 작전’이다. 이정재와 이범수, 그리고 리암 니슨이란 묵직한 중심추가 남북한과 연합군을 대표하는 인물로 놓였다. ‘불가능하다’는 이들 앞에서 낙담하는 대신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되묻는 추진력이, ‘지금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어떻게 기획했나.
▶나는 어려서부터 반공교육을 많이 받고 자란 세대다. 과거엔 불안도 심했다. 어렸을 때만 해도 북한에서 뭘 했다 하면 사재기가 극성이었다. 요새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오히려 클럽에 손님이 많다고 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우리도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0년 ‘포화 속으로’도 그런 의미로 시작했다. 학도병들이 나섰던 포항여중 전투를 다뤘는데, 포항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고향이라고 이른바 ‘MB 영화’로 매도됐다. 월드컵 등 악재에도 34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엔 진짜 군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연합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가렛 히긴스란 미국의 여성 종군기자가 쓴 책도 읽었다. 당시 16개국이 전투병을 파병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도 있지만 태국 필리핀 남아공 콜롬비아 에티오피아도 함께했다. 사실 한국이 인종차별도 심한데, 우리가 어려울 때 외국에서 큰 도움을 받아 오늘이 있다는 걸, 더불어 같이 해야 한다는 걸 또한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왜 그 중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나.
▶이기는 전쟁을 보여주고 싶었다. 낙동강까지 전선이 밀렸을 땐 완전히 우리가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러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대반전됐다. 서울 수복과 평양 탈환이 쭉 이어졌다. 절망에서 희망을 준 거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은 노르망디상륙작전처럼 교전이 있던 전투가 아니다. 북한군 5000명이 있는데 7만5000명이 내린 작전이다. 화력이나 병력 면에서 이미 승부가 나 있었다. 지형적인 까다로움이 있었지만 맥아더가 이미 전력상 질 수 없는 싸움을 한 것이었다. 영화화하자니 교전 없는 싸움이 뭐가 재미가 있나. 막상 영화화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러다 X레이 작전을 찾게 됐다.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켈로(KLO) 부대가 등대를 밝히고 X레이 작전으로 수집한 첩보를 전달했다.
-팔미도 등대 작전이 더 극적이지 않나. 왜 X레이 작전으로 갔나.
▶시간상으로 더 뒤에 등장하니까. 작전의 시작은 정보수집이라고 했다. 당시 맥아더 사령관에게 엄청난 정보가 있긴 했지만 양측에 서로 간첩이 많아 진위 구분이 안 됐다. 그래서 X레이 작전을 펼치고 실제 17명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합참의장과 싸우면서 진행한 인천상륙작전의 전체를 담으면서 왜 맥아더가 인천을 택했는지를 함께 그리고 싶었다.
-처음 기획이 알려졌을 땐 투자도 모두 완료되지 않았고, 리암 니슨의 출연도 소문이었다. 그런데 결국 제작비가 모였고 리암 니슨도 출연했다. 과연 가능할까 했던 순간을 이겨낸 원동력은 뭔가.
▶그냥 내 성격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이 기획을 4대 배급사가 다 반대했다. 그럼 내가 돈을 모아야되겠다 했다. 운 좋게 인천에 연고가 있는 셀트리온 측에서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 나중에 30억이 되긴 했지만 50억을 투자하겠다니 심정적으로는 이미 50억이 생긴 것 아닌가. 이후 KBS 조대현 사장을 찾아가 이런 영화야말로 공영방송이 투자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후엔 모태펀드를 찾아가 역시 같은 취지로 설득했다. 창투사 네 곳을 연결시켜 주더라. 그 즈음 리암 니슨 출연이 결정됐고 이정재도 합류했다. 그 후엔 자신감이 붙으니 투자에도 가속이 생기더라. CJ E&M도 이후 투자에 참여했다.
사진=’인천상륙작전’ 스틸컷
-왜 리암 니슨이었나.
▶그냥 딱 맥아더 하면 리암 니슨이 떠올랐다. 실제로 가장 닮았고, 키나 나이도 딱이었다. 안 됐다면 해리슨 포드 등 다른 빅스타를 썼을 것이다. 콜린 퍼스를 분장해 캐스팅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안 맞았다. 당시 맥아더가 70세인데 리암 니슨이 63세(1965년생)니 나이가 적당했다. 또 ‘테이큰’ 이후 한국 관객이 리암 니슨을 참 좋아한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사실 맥아더 장군이 잘한 점도 있지만 실수한 점도 있다. 미국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그래서 더더욱 배우의 이미지가 중요했다.
-리암 니슨을 어떻게 캐스팅했나.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하고 약속을 잡고 미국에 갔다. 영문 시나리오도 보내고 리암 니슨을 위해 영상을 따로 만들어서 보냈다. 이런 영화가 될 거란 거지. (정 대표가 보여준 영상은 자신이 만든 ‘포화 속으로’를 비롯해 각종 전쟁영화 속 장면, 리암 니슨의 모습에 ‘더 그레이’, ‘테이큰’ 등에 나온 리암 니슨의 목소리까지 따 와 전쟁물 분위기로 편집한 것이었다.) 사람이 자기 얼굴이 나오면 기분이 좋지 않나. 아마 귀엽게 봤을 거다. 에이전트를 만나 조건을 이야기했는데 바로 오케이를 하더라.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리암 니슨이 원하는 장소에서 찍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리암 니슨이 반대했다. 왜 한국 영화를 세트에서 찍느냐고, 그 나라에 가서 찍겠다는 거다. 저희로선 감사한 부분이다. 중간에 에이전트가 다시 안되겠다는 해서 다시 미국으로 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테이큰3’을 찍다 팔을 다쳐 올해 2월에 촬영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그렇게 성사됐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웃음)
-이정재를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정재도 그간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다가 ‘도둑들’, ‘관상’, ‘암살’이 거푸 터졌다. 하지만 단독 주연작은 아니다.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네 것이 어디있냐, 이건 네 것이다’라고. 리암 니슨이 조연이 되는 셈 아닌가. 시나리오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이정재가 낸 의견 중 일리있는 것도 있었다. 이정재가 이야기한 이런저런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기획의도부터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겠다고 하면 이른바 우익영화나 ‘국뽕’영화 소리 듣기가 십상이다. 맥아더 미화로 보일 소지도 있다. 그런 낙인이 우려될 텐데.
▶그렇게 안 그렸다.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사람이 맥아더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그의 야심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영웅으로 막 미화하지 않았다. 당시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주의가 퍼질 때고, 북한엔 독립운동 하던 사람도 많았다. 누가 좋고 나쁘다 하기 자체가 어렵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데 뭐가 문제냐’는 대사도 나온다. 나는 우익 영화를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 반전 영화를 만든다. ‘포화속으로’ 역시 그랬다. 예술하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도 진보 성향이 짙다. 난 그런 건 아니다. ‘아이리스’를 만들었고, ‘포화속으로’를 만들었다. 나는 재미를 위해서 만든다. 촌스럽다 할지언정 못할 건 없다.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를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무엇인가.
▶현장을 채운 연기다. 계속 불이 나 있어야 하니까, 폐타이어를 태우고 카펫을 태우고 한다. 카펫에 불을 붙이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연결 때문에 그걸 계속 하면 그 유독가스가 말도 못한다. 배우들은 고생이 정말 심했다. 나야 멀리 가 있어도 되지만 배우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이정재와 이범수, 주요 스태프들은 이 영화 찍고 수명이 5년쯤 짧아졌을 거다. 어마어마하게 미세먼지에 일조했다.(웃음)
-촬영지를 구하는 것도 만만찮았을 텐데.
▶‘연평해전’만 해도 여기저기 헌팅이 가능하지 않나. 우리는 현대를 그린 신이 하나 뿐이다. 찍은 대로 쓸 수 있는 건 바다밖에 없었다. 모든 걸 세트로 감당할 수가 없어서 헌팅을 열심히 했다. 마산 로봇랜드를 찾은 게 큰 행운이었다. 다 파놓고 공사가 중단돼 그저 찍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공사를 재개한다는 거다. 대우건설, 창원시, 경남도청에 로봇랜드 관장까지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동네 주민이 반대한다기에 ‘어떻게 하면 반대를 안하겠습니까’ 했을 정도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그 앞이 양식장이었다. ‘아이고 여기서 무너지는구나’ 했다. 포 쏘고 하면 양식하던 물고기가 다 죽을 게 아닌가. 그런데 살펴보니 다행히 김, 미역 양식장이더라. 하나님이 도우셨다. 군항제 때 배우들과 사인회도 하고, 105mm 포도 하나 남겨 두고 이것저것 기증도 하고 왔다. 우린 창원 무대인사도 갈 거다.
-시대를 고증하는 탱크 등은 세관 통과가 힘들어 보통 만들지 않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만들었더니 3일에 한번씩 고장이 나더라. 속도도 시속 2km 수준이다. 나중엔 안돼서 뒤에서 불도저로 밀며 찍었다.
-위험한 사고는 없었나 났나.
▶다행히 인명사고는 안 났다. 대신 참호에 많이 빠졌다. 깊이가 1.5m쯤 되는데 피곤한 스태프가 헛디뎌 떨어지는 거다. 여름 영화지만 겨울에 찍다보니 다행히 옷이 두꺼워 덜 다치는 게 있었다.
-따져보면 지난해 12월 촬영을 시작해 지난 3월 7일 크랭크업 했다. CG 분량이 상당한 대작인데 7월 개봉이라니 물리적으로 어려운 기한이다.
▶감독도 못 한다고 했다. 12월 개봉도 안된다고 했다. 전쟁영화 대작에다 CG도 천지다. 날씨 변수도 많고, 추울 때 100회 넘는 촬영을 하며 어떻게 하냐고 다들그랬다. ‘내가 해주면 될 것 아니냐’고 믿으라고 했다. 못하는 걸 약속하겠나. 시작부터 이재한 감독 팀과 다른 B유닛을 따로 꾸렸다. 정서적인 건 이재한 감독이 주로 찍고, 액션이나 포격 등 CG 작업이 들어가야 하는 소스는 B유닛이 주로 촬영했다. 물CG와 태풍 장면이 있는 풀 3D 장면은 단 한 신인데 아예 영국 회사에 맡겼다. 그리고 다른 장면은 촬영하는 대로 CG 작업을 병행했다.
-‘포화 속으로’에 이어 ‘인천상륙작전’이 나왔다. 그 후속도 있나.
▶3부작 한국전쟁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지금 서울 수복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고 있다. 이것도 이재한 감독이 연출을 맡을지는 미정이다. 미국 배우들도 섭외 중이다. 리암 니슨은 아마 특별출연을 하게 될 거다. 사령관이니 전투 없이 명령만 하면 되는 탓이다. ‘인천상륙작전’과는 다른 한강도하, 시가전이 있을 거다.
-개봉하면 지난해 ‘연평해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나.
▶할 수없다. ‘변호인’ 만들면 또 반대 쪽에서 야단이 나지 않나. 그건 영화의 운명이다. 반대급부는 항상 있다. 그게 무서우면 영화 못 한다. 영화 하는 사람은 계속 영화를 만들 뿐이다.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안전장치가 있다면.
▶리암 니슨이다. 물론 이정재가 있고 이범수가 있지만 그 둘만 있으면 느낌이 또 다르다. 리암 니슨이 들어오면서 ‘오 이건 뭐지’ 흥미를 자아내면서 기획이 글로벌한 느낌을 낸다. 게다가 리암 니슨이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왔다 가니까. 리암 니슨에게는 이미 영화를 보내줬다. 영화를 보고 모든 스케줄을 결정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자신이 있다.
-다음 작품 계획은.
▶조선왕조실록 중종 대에 괴물이 궁에 담을 넘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물괴’를 만든다. 코미디 ‘귀곡산장’ (가제)도 있다. 또 이미 알려진 대로 NEW와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리메이크한다. 사무엘 잭슨이 호러 코미디 ‘블랍’ 리메이크 출연을 확정해 영국에서 9월부터 촬영 시작이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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