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학가 오랜 관행에 변화 조짐
▶ 일반적으로 3~4만달러 수준, 일부서 10만달러 넘어 물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럿거스 대학의 250회 졸업식에 참석, 빌 모이어스와 환담하고 있다.
졸업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대학들은 유명인사에게 졸업식 축사를 맡기려 안간힘을 쓴다. 유명한 연사를 불러오면 학교의 위신을 세우고 홍보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름값이 높은 유명인사에겐 비싼 사례비를 제공해야 한다.
올해 휴스턴대학은 은퇴한 우주인 스캇 켈리를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3만5,000달러를 지급했다. 뉴저지 주립대인 럿거스대학교는 올해 두 명의 유명인을 졸업식 연사로 불러들였다. 이들 중 한명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개 캠퍼스 통합 졸업식에서 무료로 기조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뒤이어 단상에 오른 저명 언론인 빌 모이어스에게는 원래 3만5,000달러의 사례비가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지불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의‘무료 연설’을 의식한 탓인지 졸업식 전에 그가 직접 학교 측에 전화를 걸어 사양을 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뉴저지의 컨 유니버시티는 두 명의 연사에게 각각 4만 달러를 지급했다.
AP통신이 최근 공개한 전국 20개 공립대학의 졸업식 연사 사례비 지급내역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휴스턴대학은 지난 봄 할리웃 스타인 매튜 매커너히에게 축사를 맡기기 위해 9,500 달러의 1등석 항공료를 포함, 총 16만 6,000달러를 지출했다. 매커너히는 텍사스주립대학 오스틴캠퍼스 출신이다.
대다수의 대학들이 빡빡한 예산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졸업식 연사에게 6자리 숫자의 사례비를 제공하는데 대한 반발과 비난여론이 없을 리 없다.
지난 2006년 오클라호마 대학은 여성 언론인 케이티 큐릭에게 11만 달러의 사례비를 제공함으로써 비난여론을 점화시켰다. 오클라호마 대학 졸업식장에서 축사를 한 큐릭 등 두 명의 연사는 각자 사례비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으나 잡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졸업식 연사 예약업무를 대행하는 스피킹닷컴(Speaking.com)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프릭은 “외부인에겐 고작 1시간 축사를 한 연사에게 4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어이없게 보일지 몰라도 자본주의체제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이 바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상당한 액수의 사례비를 지급해가며 유명 인사를 졸업식장 연사로 고집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대학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기부자들과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졸업생들에 대한 보상의 의미라는 대답도 자주 나왔다. 뉴저지에 위치한 컨 대학의 마가렛 맥코리 대변인은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 오래 기억할만한 졸업식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은 최소한 20년 전부터 졸업식 연사에게 사례비를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이보다 훨씬 뒤늦게 대열에 합류한 곳들도 적지 않다.
럿거스 대학은 2011년 처음으로 연사에게 대가를 지불했다. 당시 연사는 한창 잘나가는 작가 토니 모리슨이었고 사례비 액수는 3만 달러였다. 럿거스의 그레그 트레버 대변인은 “다른 많은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존경받는 특등 연사를 모시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사례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 사례비 지급 추세에 반전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예약대행사인 ‘올 아메리칸 엔터테인먼트’의 디렉터인 마고 사리오는 지난 1~2년 동안 유료 연사를 섭외해달라는 요청이 줄어들었다며 일부 대학이 지급한 거액의 사례비가 불러온 여파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AP통신이 자료를 요청한 20개 대학 가운데 16개교는 올해 졸업식 연사에게 사례비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호스트였던 라이언 시크레스트도 지난주 자신의 모교인 조지아대에서 무료로 졸업식 축사를 했다. 페이스북의 운영담당최고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 역시 UC버클리에서 사례비 없이 연설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재정형편이 가장 넉넉한 대학들은 거의 예외 없이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관계자들은 동문을 초청한다든지, 개인적인 인맥을 이용해 졸업식 무료 연사를 불러온다.
AP의 서베이에 응한 10개 사립대학 가운데 7개는 연사 사례비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올해 하버드대학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라이벌인 MIT는 ‘본’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맷 데이먼을 각각 졸업식장에 연사로 불러들였다. 데이먼은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MIT대학의 수위 역을 맡은 바 있다. 명문 사학인 하버드와 MIT는 이들에게 사례비를 지불했는지에 관해 함구했다. 스탠포드는 연사에게 “약간의 성의”를 표시한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그러나 연사들에게 최소한 여행과 숙식 편의를 제공한다.
조지아대학은 ABC 뉴스 앵커인 에이미 로바크를 데려올 비행기를 대절하느라 2만 2,000달러를 썼고 텍사스대학 오스틴캠퍼스는 지난해 포드재단의 대런 워커 사장의 호텔 숙박비로 3,300달러롤 지불했다. 2박 3일의 ‘포시즌’ 호텔요금에는 호펠스파 사용료 450달러가 포함됐다.
위스컨신-메디슨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케이티 코릭의 1등석 항공료로 3,100달러를 사용했다.
일부 대학들은 사례비가 공금이 아닌 사재로 충당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럿거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납세자들의 지원을 받는 공금을 사용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컨 대학이 올해 두 명의 스피커에게 지급한 사례비는 일반기금에서 빼온 4만달러와 학생회가 모금한 4만 달러로 충당됐다.
일리노이주 의회는 지난해 공립대학이 공공자금에서 사례비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끝내 통과시키지 못했다.
일리노이의 브래들리 대학은 올해 졸업식 축사를 폐지하는 방법으로 ‘뜨거운 감자’를 내려 놓았다. 개리 로버츠 총장은 이번 조치는 졸업식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지만 연사에게 지불할 여행경비를 아끼려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돈 많은 연사에게 주고 싶지 않다며 그 돈을 학생들을 위해 가치있게 사용하는 방법이 적어도 수 백 가지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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