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테러와의 전쟁이 10년도 넘게 계속되는데. 테러의 루머와 뉴스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떠도는 피난민들의 고난에 찬 모습을 보고 들으며 폭력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평화와 갈등의 연구 (Peace and Conflict Studies)라는 세미나 과정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참 평화로운 세상을 성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그 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의 학기말 논문을 읽으면서 학생들의 느낌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전쟁의 원인에 대하여, 평화를 성취하는 방법에 대하여, 읽고 쓰고 토론 하고 연구한 결과 가 비관적일 때, 그 묘한 절망감은 말과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맬 때 느끼던 바로 그런 느낌 이었다.
뉴욕 타임즈 기자였던 크리스 헤지 (Chris Hedges)가 쓴 책에 전쟁 (War is A Force That Gives Us Meaning)이라는 책이 있다. 제목과는 달리 전쟁을 격렬하게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책 이다.
그는 전쟁은 마약 보다 훨씬 위험한 중독증상을 동반하는 게임이며, 사회가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대량 살인으로 보고 있다. 전쟁은 여러 모습의 환상과 신화를 창조하고 동반하는데, 그것을 선동 선전하고 조작하는 세력은 부도덕한 권력, 비판 없이 권력에 협조하는 언론, 영화, 군수산업, 급진적인 사회적 이념과 광신적인 종교 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모호한 언어로 보기 좋게 포장된 민족주의, 애국심, 국가를 위한 희생, 영웅에 대한 신화, 순교자에 대한 광신적 신앙, 자신과 다른 것들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비뚤어진 심리를 민족의 우월성으로 포장하고 신화화하는 것들이 다 전쟁을 계속하도록 국민들을 몰아가는 요인이라는 것 이다.
처참한 전쟁의 실상은 조작된 영웅의 신화 속에 쉽게 묻혀버리고, 전쟁의 시작과 더불어 쉽게 무너져 버리는 도덕과 윤리의 기준은 비인도적인 모든 전쟁범죄를 정당화 하고, 언론과 종교도 이런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이다. 값 싼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의 명분은 인권과 민주주의 였고,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신문은 미국에 거의 없었다. 상원의원 100명 중에 전쟁에 반대한 사람은 단 하나뿐 이었다. 이 거대한 전쟁의 세력에 맞설 힘은 아무데에도 없어 보인다.
크리스 헤지는 호머 (Homer)에서 셱스피어(Shakespeare)와 빅토르 프랭클 (Victor Frankl)에 이르는 전쟁문학의 방대한 지식을 통해 인간 심리에 내재한 전쟁의 욕구와 이로 인해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의 공포와 전율을 과감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없는 세상에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비관적인 안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식 연설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극력 반대하던 “악의 세력”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바로 그 것 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전쟁이 없는 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것 이다. 그러면 그 악은 누구인가? 그 악이 우리의 선한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결론은 종교적인 회귀와 비슷하다. “겸손과 궁극적으로 적에 대한 이해와 동정심”만이 인간을 전쟁이라는 자멸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말한 대로 “우리 모두 행동(평화를 위한)하고 그리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는 것과 일치 한다. 한 국가가 적에 대하여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회개 (Repentance)해야 평화가 온다면, 전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나의 소원은 단지 소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와 용서를 구하는 국가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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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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