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34)가 프랑스 칸의 청명한 하늘 아래 섰다. 지난 14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있었던 화려했던 레드카펫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녀가 주연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계 무대에 먼저 첫 선을 보였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일본인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았다. 자신을 등쳐먹으려 했던 하녀와 되려 사랑에 빠지는 인물. 순진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아가씨’의 김민희는 신비로운 미모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파격적인 동성 베드신은 지켜보는 이를 숨죽이게 할 정도다. 낭독회 장면의 존재감은 더 압권이다. 한국의 관객들은 칸의 영화관계자보다 그녀의 변신을 더욱 파격적으로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왜 했느냐, 어떻게 결심했느냐가 가장 궁금했다. 김민희는 “하고 싶었다”고, “하나 때문에 다른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그저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그녀의 최선은 빛을 발한다. ‘아가씨’의 히데코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다.
-칸에 와서 영화를 본 소감은?
▶정신이 없다. 처음 보는 거라 제 연기나 그러 것 위주로 보게 되니까. 영화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다. 제 것만 봤다.
-‘아가씨’에는 어떻게 참여했나. 이미 상당한 커리어가 있는 인기 배우로서 동성애 코드와 노출까지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고싶었다. 시나리오를 정말 잘 봤다. 이것 때문에 다른 부분을 그냥 놓친다는 생각도 하고, 그래도 도전해볼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에는 제가 선택한 작품이고 해냈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해냈다.
-원작소설은 읽었나.
▶원작은 안 봤다. 굳이 원작을 봐서 뭔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갇히는 게 싫다고 생각했다. 히데코라는 인물이 즉흥적으로 내놓은 감정들이 사랑으로 변한다고 생각했기에 원작을 보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충실하려고 했다.
-챕터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은 연기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히데코라는 인물이 가진 양면성이라고 생각했다. 시점의 차도 있지만 제가 연기를 할 때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면과 이면을 극대화새서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면도 진짜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또 인물이 이해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이해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작품에서 여러가지 인물처럼 표현되는 것,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시나리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해볼 수 있는 게 많았다. 1부에 틀이 있다면 2부는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들이 쌓여가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사랑이란 감정에 도달한다. 현장에선 더 진지하게도 해 보고, 장난스럽게도 해 보고 했다. 어떻게 나올지는 알아도 어떤 컷이 쓰일 지는 모르겠더라.
-공개도 되기 전부터 김민희의 인생연기를 볼 수 있느냐는 기대가 컸다. 어제 처음 영화를 봤는데 어땠나.
▶그런 부분에서 저는 객관적이지 못하다. 보시는 분들이 평가해 주시면 그대로 잘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에게 100%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 연기를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어렵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최대한 그 인물을 이해하면서 만들어가려고 했다. 히데코는 배우로서 재미있는 캐릭터다. 뭔가 덧붙이고 덧붙여 인형놀이 하듯 가지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재미가 더 컸다.
-낭독회 장면이 압권이다.
▶연기할 때는 재미있었다. 카메라 안에서 1인 다역을 하면서 그 상황을 즐기기까지 한다. 히데코에게는 충분히 연습이 된 일이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즐기면서 재미있게 했다. 감독님이 그걸 보면서 좋아하시더라. 눈을 치껴뜨고 하니까 ‘푹’ 웃으시던 게 생각난다.
-동성애코드가 강력하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언급될 만큼 베드신도 세다.
▶왜인지 모르게 거부감은 없다. 여자들은 어릴 적부터 동성끼리 가깝게 지내고 친밀하게 지낸다. 여자들끼리 손 잡고 팔장 끼고 화장실도 같이 갈 정도이지 않나. 그런 것들이 그냥 이어졌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개봉 당시 봤다. 톤도 그렇고 자체가 너무 다르다. 비슷하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는데 칸에서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가.
▶똑같다. 정말 같은 마음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찬욱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작품을 봤다. 남과 다른 느낌이 있고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다. 함께 해보고 싶었다.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며 앞뒤로 홍상수 감독과 작업했다. 극과 극 감독과 함께 한 셈인데 대조해본다면.
▶제가 어떻게 대조를 하겠나. 너무 다른 스타일이시기는 하다. 연기적 스타일도 경험하며 배운다.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 히데코는 캐릭터 자체도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다. 저는 그 동안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홍상수 감독과 칸에서 또 신작을 찍고 있는데.
▶지금 찍고 있는 중이다. 작품 하시는데 우연히 여기에서 해야 되니 도와달라 하셔서 흔쾌히 하기로 했다. 이자벨 위페르와 한다는 점도 좋았다. 카메오 정도는 아니지만 시나리오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는 끝나 봐야 한다.
-지난 밤 레드카펫에서의 핑크 드레스가 독특하고 예뻤다.
▶스타일리스트 언니 분이 애쓰셔서 드레스를 현지에서 빌렸다. 그 드레스가 칸 레드카펫을 위해 만든 드레스라고 하더라. 저도 이걸 소화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
-변함 없는 미모는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다. 뱀파이어 설도 있을 정도다.
▶하하. 민낯으로 나중에 한 번 만나시죠.(웃음)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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