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설렜고 통쾌… 오글거린다는 말 몰랐다”
“첫 방송부터 마지막회까지 시청률, 시청자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좋아서 놀랐다. 행복하고 감사했지만 죄송한 부분도 있다."
김원석(39) 작가는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작가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던 드라마로 남을 것"이라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영화 '짝패'(2006)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의 조감독(조연출) 출신이다.
MBC TV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을 곽경택(50) 감독과 공동연출을 한 뒤 MBC '여왕의 교실'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10대 때 우상은 '모래시계'의 고현정이었다. 20대 우상은 '올인'의 송혜교였는데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연출부 출신이기도 하고, 드라마 ‘친구'에서 총연출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 중에서 연출에 대해서는 가장 이해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은 내 원안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걸 맡았던 감독 역시 대단하다. 이응복·백상훈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이 어려운 일을 끝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태양의 후예'의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다. 실제로도 존재하는 ‘국경없는 의사회'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다. 드라마는 원래 재난 상황에서도 인종·나라를 모두 초월해 의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유시진(송중기) 역시 군인이 아니었고, 의사였다. 김은숙(43) 작가와 극본을 공동집필하면서 로맨스가 가미됐다.
김원석은 “재난 속에서 각자 자신의 맡은 일을 다하는 군인과 의사 이야기를 써보자는 게 처음 콘셉트였다"며 “어떤 장면은 내가 썼고, 또 어떤 장면은 김은숙 작가가 썼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같이 썼다. 공동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의견이 안 맞았으면 지금까지 대본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다수결에 따랐다"고 전했다.
보조작가 3명이 가세해 총 5명의 작가가 함께 했다. “다행히도 5명, 홀수로 떨어졌다. 토의하다가 첨예하게 의견이 부딪히면 투표를 했다. 철저하게 1인 1표였지만, 메인작가 찬스가 있어서 끝까지 우기면 통과하게 해주자고 했다. 방향이 결정되고 나면 아이디어가 더지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났다."
김은숙 작가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공동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분명히 자기입장이 있지만, 서로 타협하고 설득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기계적 민주주의인 다수결에 따라 정하고, 결과에 승복했다. 내용적으로 많이 배웠지만, 김 작가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 작가를 굉장히 존경했고, 김 작가는 나를 많이 존중해줬다."
주연 배우를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시진 대위'로 열연한 송중기(31)에 대해서는 “김은숙 작가 머릿속에 유시진은 그냥 송중기였던 것 같다. 그만큼 굉장히 강렬했고 정말 잘해줬다. 고생을 많이 했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어서 미안했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배우다. 생각도 깊은 친구고, 캐릭터를 진심으로 느낄 줄 아는 배우다. 군인으로서 명예를 보여주는 부분,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유시진의 진심을 느끼게 해줬다. 작가로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잘 생긴 얼굴로 태어난 것도 물론 고맙다. 송중기 부모에게 감사하다. 하하."
‘의사 강모연' 역을 맡은 송혜교(34)에게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사실 강모연이라는 캐릭터가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있고, 굉장히 속물적인 의사의 모습도 갖고 있었다. 어떤 신에서는 눈물을 흘러야 하고 농담도 받아줘야 하는 등 다양한 감정과 개그 신이 있었다. 그 포인트를 잡는 것이 본인은 힘들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마음 속 깊이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서대영 역의 진구(36)와 윤명주 역의 김지원(24)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서대영 같은 경우에는 사실 별 거 안하는 듯하면서 해야 하는 캐릭터다. 존재감으로 많은 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였는데, 굉장히 멋있었던 것 같다. 윤명주 역할 역시 김지원이 잘 해냈다. 연기를 잘하는 선배들과 해서 부담이 많았을텐데, 많은 케미를 만들어준게 윤명주라고 생각한다. 서대영뿐만이 아니라 유시진·강모연과 붙었을 때도 밀리지 않고 앙상블을 잘 만들어줬다. 매력있는 배우다."
-원작을 쓴 입장에서 재난·휴머니즘에서 멜로로 장르가 바뀐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이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로 탄생했다. 단순히 원작자였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태양의 후예' 공동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드라마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같이 해서 좋아진 게 더 많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을 보여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을 느끼게 해주게 느냐인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울림을 준 게 아닌가 싶다."
-호평 못지 않게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다는 반응이 있었다. 유시진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나.
“심지어 대사를 다 알고 있었는데, 나는 볼 때마다 정말 재밌었다. 설레이고 신났고 통쾌했다. 드라마 시작부터 종영까지 오글거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심혈을 안 기울일 수 있는 신이 있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다. 매 신마다 정말 많이 신경썼던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신은.
“2부에서 시진과 모연이 헤어지는 신이다. 김은숙 작가와 작가실에서 회의를 많이 했던 신이다. 두 캐릭터가 초반부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면서 어른스러운 이별을 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했다. 편집본을 보는데, 송중기와 송혜교가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 진심이 느껴지게 연기했다."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대본을 수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뒷 부분에서 유시진이 너무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개연성 지적을 좀 더 살폈을 것이다. 인물들의 감정선도 좀 더 신경썼을 것 같다."
-과도한 간접광고(PPL)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드라마를 기획한 제작사 대표하고도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게 동그란 원이라고 했을 때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 등 각자 차지하는 부분이 있다. 제작사와 해외 스태프들 등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PPL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없으면 드라마라는 동그란 원이 안 만들어지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인 것 같다. 드라마 내용에 해가 되지 않고,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불편했다면 제작환경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된다. PPL이 과도하게 느껴졌다면 그건 대본의 문제다. 작가들이 더 잘 써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시즌2' 제작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지금은 생각이 없다. 정말 토 나오게 열심히 만들어서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다. 유시진이 비상 없는 부대에서 강모연과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탤런트 박해진(33)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JTBC 드라마 '맨투맨'이 차기작이다.
“열심히 준비 중이다. 대본이 잘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박해진의 멋짐을 잘 살려냈으면 좋겠다. 너무 좋은 배우라 내가 잘 해야한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다음 드라마를 준비하는 것도 있는데, 여러가지 장르를 다 해보고 싶다. 특히 사극을 해보고 싶다. 사실 진짜 해보고 싶은건 에로다. 언제쯤 한국에서도 19금 드라마가 나올지 모르겠다. 하하."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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