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유오피스 파워여성들의 성공 위한 옷차림
▶ 정장보다 업무 성격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로 자신 연출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오피스에서는 자신의 업무를 대변해줄 패션에 신경 쓰는 여성이 많다. <사진 www.wsj.com>
존 몰로이(John T. Molloy)가 쓴 ‘성공을 위한 옷차림’(Dress for Success)이란 책이 나온 지 40년이 지났다. 1975년 나온 이 책은 ‘파워 드레싱’이란 개념을 처음 만들어냈고, 어깨에 심이 잔뜩 들어간 재킷을 입은 사람들을 양산해냈다.
지금은 그의 지침들이 좀 우습게 여겨지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 남들보다 앞서 가려면 옷을 잘 입으라는 이야기는 아직도 기업 정신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있다. 특히 잡 인터뷰를 하려는 새내기 사회인들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패션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정보의 신념은 굉장히 투철하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드레스코드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하다. 그러니 인터뷰를 위한 잘못된 패션과 금기 사항 리스트는 훨씬 더 길고, 실수 여지도 더 많다. 쨍그랑거리는 장신구는 사절, 스틸레토 하이힐도 금물, 미니스커트 노! 향수는 뿌리지 말 것, 등등 리스트는 계속된다. 일단 취업되면 동료들의 분위기에 맞춰서 무난하게 따라가면 되지만, 그렇다고 이제 취직됐으니 대충 옷 입고 다니자는 식의 차림에 안주하게 되면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많은 여성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대 여성들의 직장에서의 옷차림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동사무실을 무대로 여러 형태의 사업 현장에서 패션으로 각자의 비즈니스 성격을 분명히 표현하는 파워여성들의 옷차림을 조명했다.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여성들이 많아짐에 따라 일터에서의 옷차림과 패션에 대한 태도는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전국 여성 비즈니스 학회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들이 창업하는 비즈니스는 하루에 1,100개에 이르고, 연간 1.4조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다. 스스로 기업가가 된 여성들은 직장 패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독창적인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옷차림에 좀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여러 사업체들이 모여있는 ‘위워크’(WeWork) 같은 오피스 공동체다. 뉴욕에 있는 이 공동사무실은 일하는 공간을 대여하고 나눠 쓰는 공유오피스를 말한다. 회의실과 각종 집기, 서비스를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프리랜서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여러 지역에 여러 종류와 형태, 레벨이 있으며 날로 성업 중이다. 위워크는 2010년 애덤 노이만과 미구엘 매켈비가 창업했는데 미국 내에만 63개 빌딩에서 공동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몬트리올, 텔아비브 등에도 사무실이 있고 올해만 80개를 더 오픈할 예정이다.
위워크는 사용하는 회원의 45%가 여성들이며 이들 대다수는 뉴미디어, 테크, 매뉴팩처링, 마케팅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세우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창업의 도구로 브랜딩 하는 일에 익숙하고, 태도 역시 심플하고 단도직입적이다. ‘너의 모습이 너의 비즈니스를 대표하므로 너의 패션은 링키딘(LinkedIn) 프로파일 만큼이나 너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태도다.
“옷차림이 곧 명함”이라고 휴스턴에 있는 Q 소셜미디어의 매니징 파트너 라키슈 라이트(40)는 말한다. 이 회사는 채닝 테이텀과 재크 에프론을 위한 소셜 미디어를 다루고 있는데 할리웃에서 미팅이 있을 때는 할리웃 지역의 위워크 사무실을 렌트하고 있다.
“내가 하는 홍보 일에는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 라이트는 미니멀리스트 드레스를 입고 거기에 눈에 띄는 주얼리를 한다. 적당히 사무적이면서도 확실하게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옷차림이다. 이 패션이 전하는 메시지는 ‘네트워킹에 꼭 필요한 사람이며 나의 비즈니스는 날로 번창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공동으로 일하는 공간에서 네트워킹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복도에서 잠재 고객과 파트너, 투자가들을 스치며 만나게 될 기회가 많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링키딘의 실세계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공유오피스들은 비즈니스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무실과 공간들이 유리벽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때문에 누구에게나 즉각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겨난다.
뉴욕의 위워크에서 일하는 사이프레스 글로벌 마케팅 회사의 창립자 스테파니 랭(44)은 “즉흥적인 소개와 알선을 통해 고객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면서 내 사업의 궤도가 수정됐다”고 말했다.
공동 오피스에서 일하면서 뜻하지 않은 만남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게된 여성들은 특별히 자기 업무에 어울리는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 그가 회사의 창업주이든, 방금 펀드를 따낸 벤처 사업가이든, 혹은 영화 리메이크를 위한 극본을 쓰는 작가든 다 마찬가지다.
여성기업 후원단체 노실링 프로젝트의 CEO인 테리 맥컬러그(47)는 “이 여성들은 투자가나 고객에게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정장 수트는 더 이상 창업 일선의 여성들에게 무난히 여겨지는 패션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과 비즈니스와 패션에서 분명히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지 못하면 고객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창업 패러다임에서는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셔츠나 구두가 그 회사에 대한 사업설명서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좋다. 낸시 A. 셴커(60)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변신시킴과 동시에 뉴욕에서 마케팅 회사 더온스위치(theONswitch)를 창업했다. 시티뱅크의 간부직을 버리고 나왔을 때 그녀는 고리타분한 파워 정장들과 살색 스타킹도 모두 치워버렸다.
“우리 회사는 약간 특이한 마케팅을 제공하기 때문에 나의 스타일도 그런 태도를 반영하여 너무 튀지 않는 범위내에서 모험적인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시카고에서 여성과 엄마 대상의 마케팅 회사 매그놀리아 인사이츠를 경영하는 타냐 헤이(37)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블라우스에 펜슬 스커트를 입고 부츠를 신는다. 젊은 고객들에게 편안하게 접근하기 위해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자신을 꾸미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옷차림에 대해서는 훨씬 관대한 그녀는 회사가 ‘제대로 일하는 문화’를 갖추게 하는 것이 드레스코드라면 드레스코드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복잡한 여성 기업인들의 패션 트렌드에 대해 발끈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자들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나가도 투자가들이 ‘제2의 마크 주커버그가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며 호들갑을 떤다”고 보스턴의 여성 사업가 조 배리(31)는 말한다.
그녀는 환자와 의사와 대형 제약회사들을 연결해주는 앱을 가동하는 회사(ZappRX)를 운영하고 있는데, 테크 분야의 종사자들이 청바지에 운동화를 유니폼처럼 즐겨 입는 분위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실크 블라우스에 제이 크루의 픽시 팬츠, 그리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샘 에델만 디자인의 검은 가죽 부츠가 그것이다. 이런 차림은 권위의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사람들은 내가 파워 부츠를 신고 걸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내가 CEO 임에 토를 달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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