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20주년 맞은 북창동 순두부 이희숙 사장
▶ 조기유학생 엄마로 LA에 첫 발
역경을 딪고 재기한 이희숙 사장은 “덤으로 사는 인생의 후반전에 북창동 순두부가 주류사회 기업으로 서는 것은 물론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기업으로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혁 기자>
“요즘 저는 덤으로 사는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난소암 판정을 받고 1년반여 투병 끝에 지난 3월 LA 한인상공회의소의 2016년 사업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북창동 순두부’ 이희숙(57) 사장의 소회이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해 2월 최저임금, 오버타임 미지급 집단소송까지 겹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그녀가 인생과 사업의 최대 위기를 용케 극복하고 LA 한인사회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순두부의 우수한 맛을 알리는 한식 전도사로 다시 우뚝 섰다.
■ 북창동 순두부 아줌마
지난 1989년 자녀교육 때문에 조기 유학생의 어머니로 LA에 온 이 사장은 이미 한국에서 함경도가 고향인 남편 이태로씨와 함께 영등포에서 함흥냉면집을 운영하면서 음식점 경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서울 법대를 졸업한 남편은 29세의 젊은 나이에 바로 음식점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오장동 냉면 등과 버금가는 유명업소로 성장시켰다. 이 사장은 세 아들이 순두부를 너무 좋아하는 데다 순두부집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순부두집 경영에 뛰어들었다.
시이모님이 순두부집을 경영하던 서민적인 이미지의 ‘북창동’을 상호명으로 정하고 영문명도 BCD로 등록했다. 1996년 4월, 7가와 버몬트에 1,370스퀘어피트 규모의 매장에 1호점을 개점해 1인분씩 돌솥밥, 누룽지, 숭늉 등을 제공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한꺼번에 몰리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돌솥밥을 준비하기 위해 특수 버너를 주문 제작하고 화력을 모아주는 삼발이를 두께까지 고려해서 개발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순두부보다는 돌솥밥이 더 유명해져서 한인타운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점심장소로 떠오르면서 어떤 직장인은 주말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순부두에 곁들여 나오는 돌솥밥, 숭늉, 게장, 겉절이, 어리굴젓을 즐길 정도였다.
■ 정성과 맛으로 승부
1호점을 오픈했을 때 새벽 2시면 다운타운의 야채 도매시장에 들러 싱싱한 식재료들을 골랐다. 야채들을 싣고 새벽시장에서 버몬트 점으로 오면 새벽 5시. 이때부터 순두부 양념도 만들고 갈비, 게장도 만들어보는 등 음식의 맛을 개선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했다.
대장금의 정성으로 요리를 연구하고 공을 들이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음식 맛을 알아본 손님들이 여기저기서 찾기 시작해 밤 10시에 문을 닫을 때 쯤 영업이 늦게 끝나 집에 가는 길에 찾아왔다는 고객의 간청에 못 이겨 다시 부엌문을 열고 맛있는 순두부를 대접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종업원 12명의 자그마한 식당이었지만 과감하게 매니저를 고용하고 본인은 부엌에서 좀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 유기농 식단으로 제2의 창업
1997년 웨스턴에 2호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순두부의 본 고장인 서울 마포에 지점을 열었고 1999년 가든그로브, 2000년 LA 윌셔, 2001년 밸리, 2001년 로렌하이츠, 2002년 토랜스, 2003년 세리토스 지점을 열었으며 2006년 하선정 김치공장을 인수했고 2006년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세계한상대회에서 한국 음식의 세계화 성공사례로 북창동 순두부가 선정되기도 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이 사장은 두부 본연의 맛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두부의 본 고장인 중국의 남경(난징)을 찾아서 두부의 연혁과 제조공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했다.
또한 원가가 비싸지만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유기농 콩으로 만든 유기농 순두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희숙 사장은 “정직과 성실로 갔을 때 고객들이 알아준다는 것을 느꼈고 업그레이드 된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길 잘 했다”고 말했다.
■ 성장 속에 찾아온 고난의 길
2008년 10월 맨해턴에 지점을 설립하면서 뉴욕시대를 연 북창동 순두부의 이희숙 사장은 이 해 11월 남가주 지역 한국, 중국 및 일본계 경제인들의 모임인 ‘아시안 비즈니스 리그’(ABL)에서 한인 기업으로 유일하게 2008년 기업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9년 1월 LA타임스에 ‘한인 이민자 두부요리 제왕군림’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되기도 했으며 뉴욕 ‘Fox TV-Good day America’ 프로그램에서 북창동 순두부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등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하는 한국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2011년 뉴저지 포틀리 지점이 개설되고 2012년 윌셔점을 증축하는 등 모두 13개의 점포를 내면서 전 미주 지역에 직원 50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생은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동안 일에만 너무 몰두했는지 2014년 8월 난소암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1년반 정도 쉬었다.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달갑지 않은 병이 찾아왔을까 하는 원망이 그럼에도 전혀 없었다”고 밝힌 이 사장은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인생을 뒤돌아보고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한창 병마와 싸우던 중 터진 북창동 순부두의 집단소송은 이희숙 사장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결국 보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끝났지만 이때 이희숙 사장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비즈니스를 경영해도 정작 정부에서 도와줄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노동법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교묘하게 법을 악용하는 일부 변호사와 직원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현실에 절망했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 감사하는 마음이 북창동을 살렸다
올해 ‘북창동 순두부’는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희숙 사장에게 ‘북창동 순두부’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투병 중에 북창동 순두부는 더 많이 성장했다.
이희숙 사장은 “시스템을 갖춰 놓긴 했어도 사장 부재 때 업체가 더 성장한 것에 많이 놀랐다”며 “집단소송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긴 했지만 오늘의 성장이 있게 한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숙 사장은 암으로 투병하는 시기에 집단소송까지 겹쳤을 때 절망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이 일이 옳은 방법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기도하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천성인 것 같다”고 미소 짓는 이 사장은 “아픈 것도 결국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것을 회복 후에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 북창동 순두부를 세계인의 식탁에
한 번은 한인타운 대형마켓에 갔는데 20대 미국 청년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가정용 BCD 순두부를 찾아 헤매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마켓 진열대에서 가정용 순두부를 직접 찾아 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그 청년을 보면서 주류시장에 ‘북창동 순부두’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맛의 표준화로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 ‘한국인의 맛 순두부’를 세계인의 식탁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우리시대의 대장금 이희숙 사장의 열망이다.
‘깨끗한 손, 따뜻한 마음, 최고의 맛’을 이념으로 한식 세계화, 웰빙 선도, 복지 환원의 비전을 갖고 ‘한식을 세계로!’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는 이희숙 사장은 2009~2010년 글로벌 어린이재단 회장을 지내기도 했고 화랑 청소년재단의 사랑의 빛 나눔 음악회, 아시안 골수기증협회 후원, 사랑 나누기 마라톤 대회도 후원하는 등 커뮤니티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저에게 한 번 더 삶이 주어졌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덤으로 사는 나머지 인생을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고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북창동 순부두’를 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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