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 간 대장정 끝에 음악채널 엠넷의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의 최종 데뷔 멤버들이 결정됐다. 1일 마지막회 방송에서 향후 1년 간 '아이오아이'(IOI)라는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 걸그룹 멤버로 활동할 11명이 뽑혔다.
연예 기획사 46곳에서 모인 101명의 연습생들 중 선택 받은 이들이다. 데뷔만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은 소녀들이 경합한 만큼 치열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전소미(15)가 1위로 선정, 데뷔곡에서 눈에 잘 띄는 센터를 맡게 된다. 2위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김세정(20)보다 30만표가 많은 85만8333표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3위 최유정(17·판타지오), 4위 김청하(20·M&H), 5위 김소혜(17·레드라인), 6위 주결경(18·플레디스), 7위 정채연(19·MBK), 8위 김도연(17·판타지오), 9위 강미나(17·젤리피쉬), 10위 임나영(21·플레디스), 유연정(17·스타쉽)도 최종 멤버가 됐다. 평균 나이는 만 18세다.
◇서열화 논란, 헬조선 축약 등 비판
화려한 라인업으로 걸그룹 진용을 꾸리며 화려하게 마무리됐지만 방송 초반에는 여러 시비에 휩싸였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은 초반부터 주목을 받는다는 '금수저' '서열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개성을 중시하기 보다는 똑같은 의상을 입고 같은 안무와 노래를 선보이는 등 단체 생활로 인해 군대식 문화를 소녀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주입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연습생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몰래카메라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의리가 있는지 알아본다며 연습생과 단 둘이 인터뷰를 하던 작가가 ENG 카메라를 망가뜨리는 상황을 연출, 공포와 극한으로 몰아가는 건 최소한의 품격에서도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면 의례적으로 따라 붙는 '공정성 논란' 역시 존재했다. 시청자의 투표로만 진출자, 탈락자를 가려내다 보니 대형 기획사 연습생 시절부터 이름이 났거나 이미 데뷔를 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은 참가자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출연 분량에 대한 시비도 이어졌다. 한 회마다 101명의 연습생들의 모습을 균등하게 보여주기는 당연히 힘들다. 그러나 특정 참가자의 출연 빈도가 빈번하고 그녀의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에서는 불만이 쌓였다. 특히 김소혜는 엠넷의 딸이라는 별명으로 통할 만큼 방송에 자주 노출됐다.
더블킥 소속인 허찬미는 인성 면에서 부박해보이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엠넷과 연습생들이 맺은 계약서가 연습생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연습생이 소속된 기획사가 미등록 업체로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업체가 뒤늦게 등록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대중 공감 사며 프로그램 탄력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승승장구 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올해 1월 22일 1회 시청률은 1%대에 불과했으나 최종회는 평균 4.3%, 최고 4.9%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프로그램의 주요 타킷인 1534 시청층에는 2.8%의 시청률을 기록, 8주 연속 케이블과 종편 채널 중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헬조선 속으로 당당히 뛰어든 소녀들의 모습이 공감을 샀다. 주제곡 '픽미'에서 보듯 경쟁체제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나 이들은 이미 '프로듀스 101' 합류 전부터 지난한 대한민국을 경험했다. 연습생만 10년 넘게 한 소녀, 이미 데뷔했으나 쓴 맛을 본 소녀. 프로그램 밖은 더 지옥이었다. 그런 소녀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어찌 됐든 또 하나의 기회다.
오디션 형식의 모든 프로그램은 성장 드라마다. 시청자는 '프로듀스 101' 속에서 성장하는 연습생에게 감정 이입을 했다. 특히 성장 초기에 노래, 춤 모두 엉망이던 김소혜가 '프로듀스 101'의 드라마 하나를 썼다. 프로그램의 원동력이 될 누군가 있어야 했고 김소혜가 그 주인공이었다.
김청하는 실력으로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었다. 초반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뱅뱅' '핑거팁스' 무대를 통해 빛나는 춤 실력을 뽐내며 순위가 급상승, 3대 천왕으로 통한 전소미·김세정·최유정 바로 아래 순위인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전소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지난해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탈락의 쓴 맛을 이미 맛 봤다. 자신이 소속된 JYP에서 신인 걸그룹 멤버를 뽑는 엠넷 '식스틴'에서 고배를 마시며 '트와이스' 멤버로 발탁되지 못했다. 최근 이 팀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하다. 더구나 '프로듀스 101' 참가 기획사 중 가장 큰 JYP라는 꼬리표가 부담으로 계속 작용했다.
이미 걸그룹 '다이아' 멤버로 데뷔한 정채연, 연습생 기간만 4~5년이 되는 최유정, 임나영, 주결경 역시 그간 쌓은 내공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듀스101'은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가 겹쳐지기도 한다. 게임과 실제 음반 발매 프로젝트와도 연관 이 에니메이션은 가상의 여고생 아이돌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룹 이름 결정, 개별 또는 유닛 활동의 결정에 팬 투표를 적극 반영한다. '프로듀스 101'처럼 유저 참여형 프로그램인 셈이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중견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프로세스는 팀의 모든 멤버에 이야기를 부여하며 대중 각자에게 자신만의 센터를 만들게 한다"며 "심사위원들의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대중이 '프로듀스 101'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짚었다.
◇향후 활동 방향은?
유니크를 콘셉트로 앞으로 1년간 활동하게 된다. 다른 기획사의 동의를 얻어, 가수 에일리·래퍼 제시·힙합듀오 '배치기' 등이 소속된 YMC엔터테인먼트가 위탁 매니지먼트를 맡게 된다.
데뷔는 5월 초로 예정됐다.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이후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채연·김도연·주결경 등 화려한 외모를 뽐내는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광고 러브콜과 예능 프로그램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노래 무대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개별 또는 유닛 활동도 점쳐진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릴 수 있어 활동 보폭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탈락한 멤버들에게도 역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다른 참가자보다 나이가 많아 '황이모'라는 캐릭터를 구축한 쇼웍스 소속 황인선은 솔로 활동에 조만간 돌입한다. 그녀는 앞서 '톱 22' 문턱에서 탈락하면서 "황이모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준 제작진에게 고맙다"며 "많은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을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탈락한 멤버들 역시 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듀스 101'은 기존에 주목 받지 못한 소속사의 멤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앞서 김청하가 속한 M&H, 이해인과 이수현이 속한 SS엔터테인먼트는 이름조차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획사였다.
국민 프로듀서 대표라는 직함을 단 MC 장근석은 "당신의 소녀들에게 투표하세요"라는 말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진행자로서의 숨겨진 면모를 뽐냈다. 이제 팬들이 진짜 정글로 나온 소녀들을 응원할 차례다.
<뉴시스>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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