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너는 내운명'을 보면, '지금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할 수 없었던 것을 20대 때 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좀 더 가벼운 멜로였다면 이번에는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배우 전도연(43)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 중 하나는 '멜로의 여왕'이다. 영화 '약속'(1998) '내 마음의 풍금'(1999) '해피 엔드'(1999)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너는 내운명'(2005) '밀양'(2007) 등 숱한 로맨스 작품들에서 연기를 펼쳐왔다.
'남과 여'(감독 이윤기)를 통해 오랜만에 정통 멜로로 돌아온 전도연은 '상민' 역을 맡았다. 각기 다른 사람의 아내와 남편으로 살고 있던 상민과 기홍(공유)은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을 느끼고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전도연은 "상민은 건조하고, 자기 내면 안에 갇혀있는 인물이다. 반면 나는 좀 더 뜨겁고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라 나로 인해서 온전히 표현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다"며 "물론 매번 인물들을 표현할 때마다 '이건 딱 나야' 하면서 연기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끄집어내서 연기를 하고 있다. 매번 연기를 통해서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민은 자폐아를 둔 엄마다. 온전히 자기 삶을 사는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녀의 고단한 일상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일도 자기 일이 아니고, 언니 일을 대신하는 것이고 집에서도 자신보다는 아이에게 집중해있고, 모든 게 아이였다. 아이가 옆에 있어야 현실이고 옆에 없으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남편 역시도 그런 인물이어서 이 여자의 삶은 대단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의 삶과 극중 캐릭터가 다른 것 같다.
"굳이 자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엄마'인 것은 알고 있다. 슈퍼우먼은 아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내 몫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가정이 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현실도피가 아닐까 싶다.
"힘든 현실 속에서 도피를 위해 만난 사랑인지, 둘 만의 사랑으로 인한 것인지 정리가 필요했다. 감독이 처음부터 둘만의 사랑으로 가자고 선을 그어줬다. 그랬기 때문에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느낌적으로 나와 비슷하고 닮은 사람을 만나서 끌렸고, 서서히 사랑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만약 현실이 된다면 나는 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공유(37)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어서 동생의 느낌이 강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겪어보니 남자답더라.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면도 있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온 것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공유'라는 친구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멜로'라는 장르가 예전에 비해 쇠락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영화 장르가 꼭 멜로만은 아니다. 멜로 뿐만 아니라 장르적인 다양성이 없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tvN 새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2005년 SBS TV '프라하의 연인' 이후 첫 드라마 출연인데,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드라마를 비롯해 매체적으로는 항상 오픈돼 있었다. 단지 무겁고 너무 심각한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굿 와이프'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선택했다."
-오랜만에 TV에 복귀하는 소감은.
"무섭고 두렵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사실 드라마는 영화처럼 현장에서 뭔가 집중하기 쉽지 않다. 영화는 대본 안에 시작과 끝이 있는데,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예전에는 내가 어떻게 그 감정을 끝까지 연결시켜서 16부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 등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졌다. 감독과 작가를 한 번 만났는데, 걱정말라고 환경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적응 못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했다. 하하."
-혹시 원작 미드를 봤는지.
"선택할 때는 원작이 미드인지 몰랐다. 리메이크이기는 하지만 좀 다르게 그려질 것 같다. 대본을 받았을 때 서양과 우리나라 정서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등 시대별로 멜로를 해오는 배우는 드문 것 같다.
"예전에 했던 멜로는 나에게 지금 들어오지 않는다. 욕심 낸다고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때 했던 멜로도 좋았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멜로도 좋은 것 같다. 20대, 30대, 40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왔듯이 내가 선택하는 작품들도 성숙되지 않았나 싶다."
-50대, 60대 때의 멜로 연기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상상해본 적은 없다. '멜로'라는 것은 누군가한테 어떤 영감이나 설레임을 줄 수 있는 감정이다. 그게 50이 되도 60이 되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은 것 같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갖고 가고 싶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역할이나 캐릭터를 뭘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막연하기도 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생각대로 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인물과 감정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생각의 폭을 넓혀서 그 인물보다 이야기에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선택을 대폭적으로 바꿀 것은 아니지만, 생각을 넓히면 다르게 보여지는 작품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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