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수요 감소로 남아공·나이지리아 등 경제 급속 악화
▶ 통화가치 폭락으로 차관 상환에 어려움
잠비아의 구리 광산. 잠비아는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나리이다. <뉴욕타임스>
<요한네스버그> 수년간 계속된 사하라 남부지역의 급속한 성장은 새로운 번영의 시대에 대한 희망에 불을 지폈다. 많은 이들에게 이 가난한 이 대륙은 더 이상 변덕스러운 자연자원에 대한 글로벌 수요에 의존하지 않고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이 지역 원자재에 대한 끝없어 보이던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프리카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금년 들어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인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이 그렇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인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이 40%나 폭락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두 나라의 통화가치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요하네스버그의 경제리서치 기관인 브렌트허스트 재단의 디렉터인 그렉 밀스는 “수요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아프리카 경제를 추동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사라진 후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성장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신용등급 기관들은 앙골라, 가나, 모잠비크, 잠비아 등원자재 수출국들에 대한 등급과 전망을 낮췄다. 이들 국가들은 불과 지난 1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던 곳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아프리카애서 가장 선진국이자 다변화된 경제인 남아공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아프리카 최대 철 수출국인 남아공은 제조와 농업문야 뿐 아니라 광산분야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다른 원자재 수출국들처럼 남아공의 통화인 랜드화는 원자재 가격 폭락과 정부 정책의 실패로 지난 수개월 사이 급속하게 하락했다. 통화가치 하락은 주식은 옥수수 수입을 위해 다른 농산물들을 수출해야 하는 남아공의 기록적인 가뭄과 겹치면서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
폭등하는 농산물 가격은 불평등으로 가뜩이나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해 있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에게 더욱 어려운 도전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금년도 실시되는 지방 선거에서 주마 대통령의 정당인 아프리카민족전선은 고전이 예상된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이자 원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도 원유가 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극단 이슬람 세력인 보코 하람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 수입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이다. 이 나라의 원유 생산지인 나이제르 델카의 불안을 다스릴만한 치안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나이지리아 통화인 나이라는 이번 달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보호를 위해 미국 달러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달러 당 나이라의 가치는 암시장에서 1대300으로 폭락했다. 지난달에는 240이었다. 통화가치 하락은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그동안 인프라 구축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빌린 차관을 상환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간 기업들에도 여파는 심각하다. 종이와 타이어 등의 제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비즈니스맨인 해피니스 아워네그바는 달러 거래 제약으로 중국 공급업자들에게 주문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중국 측 생산능력 감소로 주문을 내더라도 종전 30일이면 되던 물품선적이 이제는 50일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여파가 나이지리아에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둔화로 아프리카 경제가 중국의 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아프리카의 성장을 상징하던 ‘아프리카가 떠오르고 있다’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언급도 줄어들고 있다. 늘어나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를 견인했던 소비자 수요와 중산층 확산은 성장의 동력인 원자재 시장의 하락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앙골라와 잠비아처럼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도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상당한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 스탠다드 뱅크의 수석 경제학자인 시몬 프리드맨틀은 “‘아프리카가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반대인 ‘아프리카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말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실은 그 중간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프리드맨틀은 원자재 광물 부족으로 경제를 다양화해야 했던 동아프리카의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조차도 지난 10년 동안 다른 부분에서 성장세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호황기를 장기적 변화를 위한 기회로 삼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속적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장애물들, 가령 대륙 전반의 전기부족 같은 것을 제거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전기부족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남아공의 경우 실업률은 25%를 웃돈다.
구리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잠비아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요 감소와 가격 폭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광산들은 폐쇄됐으며 최근 일자리 수천개가 사라졌다. 비판자들은 잠비아가 호황기에 중국 기업들로부터 기슬 이전이나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이번과 같은 상황에 대비를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잠비아는 수입을 공무원들 임금 인상 등에 사용하고 관광이나 농업 같은 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했다.
지난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아프리카를 방문,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프리카동맹 의장인 로버트 무가비 짐바브위 대통령은 중국을 서방 강대국들에 대항할 파트너로 치켜세웠다. 동맹회의에 참석한 다른 지도자들도 중국은 서방과 달리 아프리카를 동등하게 대해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중국 경제둔화의 영향과 중국-아프리카 교역 불균형은 이런 목소리에 회의론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아프리카에 1,020억달러를 수출한 반면 수입은 670억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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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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