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요동속 ‘아웃사이더 반란-힐러리 8년전 악몽 재연’ 여부가 최대 관심
▶ 투표율 높으면 샌더스·트럼프 유리…‘최초 타이틀’ 경쟁 스타트
미국 대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31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의 대혼전이다.
'시계제로'의 판세도 판세지만 이번 레이스는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지지부진한 워싱턴 기존 정치 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정치 혁명'의 징후를 보여주는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 '아웃사이더'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이를 웅변한다. 꼭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선거의 5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 '아웃사이더' 반란 성공할까…힐러리 8년 전 '악몽' 재연되나 = '정치혁명'을 부르짖으며 젊은층과 서민의 표를 모으고 있는 샌더스 의원과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의 언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층을 자극해온 트럼프의 '반란'이 성공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이들이 첫 관문을 승리로 장식하면 레이스는 예측불허의 대혼전으로 빠져들고 만다.
8일 뒤 열리는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이들 두 후보는 각각 클린턴 전 장관과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대해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우위를 지켜가고 있다. 2연승을 챙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은 전국 지지율에서 샌더스 의원을 12% 포인트(폭스뉴스) 가량 앞서 있다.
하지만 '이메일 스캔들'이 재점화되며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된 이래 최대 지지기반인 흑인표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국적 승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더스 의원이 2연승을 챙겨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면 그 이후 승부는 누구도 예단하기 힘들어진다.
트럼프에게 아이오와 주는 최대 승부처라 할만하다. 유일하게 2위 주자로부터 선두를 위협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오와 승리만 챙기면 '대세론'의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의 전국적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아직 과반을 미치지 못하지만 2연승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오와 주 패배시 8년 전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일격을 당하며 3위로 추락, 결국 당 대선후보를 잃었던 뼈아픈 '악몽'이 재연하는 상황을 맞는다.
◇ 투표율이 승부 가른다…올라가면 샌더스·트럼프에 유리 = 얼마나 많은 아이오와 주민들의 발걸음이 투표장으로 향할지에 승부가 달렸다는게 정설이다.
보수잡지인 '내셔널 리뷰'는 지난 29일 "다음 주 월요일 투표율이 치솟으면 트럼프 지지자가 늘어 그가 승리할 것"이라며 "하지만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아이오와 주 코커스는 투표율이 낮으며, 이것이 그의 선두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올해 아이오와 등록 공화당원은 61만1천112명. 몬마우스대학은 공화당원 17만 명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투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4년 전 코커스 당시의 12만2천명보다 많은 수치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30%의 지지를 얻어 23%에 머무는 크루즈 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4년 전과 비슷한 13만명만 투표한다면 두 후보는 26%로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문제는 얼마나 유권자들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투표율이 높을수록 트럼프와 샌더스 의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30일 아이오와의 한 공항에 내리자마자 격납고 앞에서 400여명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중대상황"이라며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역사적 일을 할 중요한 기회"라고 한 것도 투표 참여의 호소였다.
◇ 여론조사 맞을까…"힐러리 이메일에 1급비밀" 발표가 변수 = '디모인 레지스터-블룸버그'가 30일 발표한 마지막 공동 여론조사(26∼29일·민주-공화당 코커스 참여자 각 602명) 결과 민주당 유력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과 공화당 선두주자인 트럼프가 양당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라 여전히 승부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민주당을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이 45%의 지지율을 기록해 42%를 얻은 샌더스 의원을 3% 포인트 차로 앞섰다.
'디모인 레지스터-블룸버그' 조사는 4년 전에 경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판세를 정확히 읽었는지 불투명하다. 워낙 초접전인데다 D-3에 국무부가 힐러리의 국무장관 재직시절 이메일에서 '1급 비밀'이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한 탓에 여론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차범위 내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아닌 샌더스 의원의 승리를 점친 다른 여론조사도 있다.
CNN/ORC가 지난 15∼2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51%의 지지로 43%의 클린턴 전 장관을 이기는 것으로 예상됐다.
◇ 아이오와 승리시 어떤 후보도 '최초' 타이틀 향한 큰 걸음 =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오와 주 승리시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게 된다.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엄청난 국정경험을 쌓은 후보이자 여성이라는 전례없는 타이틀을 보유한 주자로서 9개월 여의 장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샌더스 의원은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며 "정치혁명"을 부르짖었다. 시장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대선후보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엄청난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 자체가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상위 1%의 권력을 빼앗아 99%에게 돌려주겠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중산층과 맞벌이 가정에서 부의 엄청난 이동이 있었다"며 "중산층은 점점 가난해졌으며 수조 달러가 최상위 1%로 옮겨갔다" 등의 주장으로 서민과 젊은이들의 열광적 인기를 모았다.
보수 유력지인 WP는 지난 28일 '버니 샌더스의 허구로 가득찬 선거운동'이라는 사설에서 '메디케어 포 올'(Medicare-for-all), 즉 '모든 이를 위한 의료보험'이라는 이름의 샌더스 의원의 건강보험개혁안과 월가 개혁 구상 등을 총체적으로 비판했다.
사설은 "월가 문화를 바꾸겠다는 그의 생각이 모호하며, 약간의 세금인상으로 사회주의적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건강보험료를 낮추겠다는 약속은 공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의 인기는 식을줄 모른다.
트럼프도 아이오와 주에서 첫 승리를 챙기면 기업인으로서 첫 대권가도를 향한 발걸음을 성큼 내딛게 된다.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여성을 비하하며 언론과 드잡이하며 여론의 관심을 받는 그의 선거방식도 전에는 볼 수 없는 '최초'라고 미 언론은 평가한다.
크루즈 의원은 쿠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쿠바계 2세다. 2012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캐나다 국적을 포기했던 이중국적자 출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역대 쿠바계 대통령은 전무했다.
◇ 마르코 루비오·젭 부시 살아날까…공화 3위주자 싸움 주목 = 공화당의 기성 주자로 분류되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이오와 대결에서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현재 루비오 의원이 얼마나 2위 주자와 근접할지가 관심이다. 미 언론은 만약 크루즈 의원이 트럼프에 패해 2위에 머물고 루비오 의원이 선전한다면 뉴햄프셔 레이스부터는 루비오 의원이 급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가 공화당 주류들이 미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미치며 하위권으로 쳐졌던 부시 전 주지사도 최근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에서 깜짝 2위를 차지하며 마지막 불씨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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