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들고 다니는 것은 구시대 습관
▶ 교회 헌금도, 노점상에서도 디지털로
스웨덴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의 노점상들도 현금 대신 카드나 앱으로 물건 값을 받는다.
교인들은 텍스트로 교회에 십일조를 한다. 거리에서 잡지를 파는 노숙자는 모바일 크레딧카드 결제기계를 들고 다닌다. 1970년대 ‘돈, 돈, 돈’ 노래로 유명했던 팝 그룹 아바 박물관에서도 지폐나 동전을 받지 않는다. 현금은 20세기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나라, 스웨덴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현금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교회 한편에 자리 잡은 카드 결제기계. 교인들은 현금이 아니라 카드로 헌금을 한다.
크레딧카드가 등장하면서 현금 사용이 줄기는 했지만 스웨덴처럼 현금이 급속히 사라지는 곳은 없다. 현금이 필요 없는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들고 있다. 현금 보다 앱이나 플래스틱으로 지불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시를 만들어 낸 나라. 이 첨단 테크놀로지의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상거래가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은행들이 더 이상 고객들로부터 현금을 받지도 내주지도 않으니 대단히 실질적인 거래 방식이기도 하다.
“현금이 사라지는 때에 우리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아바 박물관의 비요른 울바우스는 박물관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이유를 말한다. 과거 아바 멤버였던 그는 아바 박물관을 비롯, 그룹의 유산을 사업으로 연계해 비즈니스 왕국을 만들었다.
현금을 점점 구경할 수 없게 되는 추세에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전자 결제가 늘어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터넷 범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소비자 단체 등은 경고한다. 스웨덴 법무부에 의하면 전자 사기 케이스는 지난해 14만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현금을 쓰는 사람은 주로 노년층과 난민들 정도. 젊은 세대는 모든 구매에 앱을 쓰고 셀폰으로 대출을 받는다. 그 결과 빚더미에 올라앉을 위험이 높다. 사회에서 현금이 사라짐으로써 닥칠 위험이 여러가지라고 치안 관계자는 말한다.
하지만 디지털 결제를 지지하는 측은 개인적 안전을 이유로 현금 없는 사회를 선호한다. 아바 박물관의 울바우스는 몇 년 전 아들의 스톡홀름 아파트에 두 번이나 도둑이 든 후 크레딧카드와 전자 결제만을 이용한다. 현금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지폐와 동전이 스웨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는 7.7%, 유로 경제권에서는 10%이다. 올해 스웨덴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면서 현금으로 지불을 한 것은 20%에 불과하다. 세계 나머지 나라들에서 현금 지불 비중은 평균 75%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카드. 2013년 크레딧 카드와 데빗 카드 결제는 24억 건이었다. 15년 전에는 2억1,300만 건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앱이 카드를 넘어설 태세다.
SEB, 스웨드뱅크, 노디아 뱅크 등 스웨덴의 대표적 은행 지점들 중 절반 이상은 현금을 일체 보유하지 않고 있다. 현금 입금도 받지 않는다. 은행 강도들을 불러들일 요인이 없으니 경비 비용이 엄청나게 절약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스웨덴 은행 현금저장고에 보관된 지폐와 동전은 총 36억 크로나였다. 불과 5년전인 2010년 현금보유고는 87억 크로나였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필요 없어진 것은 현금 인출기. 특히 시골을 중심으로 수백대가 폐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나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카드나 전자 결제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한다.
한편 정부는 손해볼 것이 없다. 현금 거래를 안하면 세금 징수가 효율적이 되니 불만이 없다. 전자 결제를 하면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같이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탈세가 큰 문제로 남아있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은행들은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은행 측은 인정한다. 하지만 은행이나 사업체들이나 현금 거래를 하려면 비용이 드니 현금 사용을 줄이는 것은 재정적으로 타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현금이 아직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뱅크는 현금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20년은 유통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릭스뱅크는 최근 새 디자인의 동전과 지폐를 내놓았다.
하지만 점점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현금 사용은 버릇이 아니다. 대학생들은 거의 전적으로 카드와 전자 결제에 의존한다. “아무도 현금을 쓰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현금 없이 살게 될 것 같다”고 한나 에크라는 23세의 여대생은 말한다.
그래서 좋지 않은 점은 생각 없이 돈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500 크로나( 58달러 정도) 짜리 지폐를 가지고 쓴다면 두어번은 생각을 할 거예요. 확실히 씀씀이가 헤퍼졌어요.”현금은 전혀 의외의 구역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스페판 비크버그라는 65세의 남성은 IT 테크니션으로 일하다 실직한 후 4년간 노숙자로 살았다. 지금은 거처를 마련하고, 한 자선기관을 위해 잡지를 팔고 있다. 그런데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카드결제 기계를 마련했다.
“이젠 사람들이 핑계를 댈 수가 없어요. 상대방이 잔돈이 없다고 말하면 나는 카드나 텍스트로 결제할 수 있다고 말해주지요.”그는 비자, 매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받는다는 팻말을 들고 다닌다. 2년 전 카드 결제 시스템을 쓰기 시작한 후 그의 매출은 30%가 늘었다.
교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필라델피아 스톡홀름 교회는 1,000명 교인들 중 현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사실을 알고는 헌금 방식을 바꾸었다. 예배 중 교회 은행 구좌번호가 대형 스크린에 뜨고, 교인들은 셀폰을 꺼내 스위시라는 지불 시스템 앱을 이용해 십일조를 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교인들은 ‘콜렉토마트’라는 카드결제 기계 앞에 줄서서 기다리다가 다양한 교회 사업들에 헌금을 한다. 지난해 십일조 등 헌금 2,000만 크로나 중 85% 이상은 카드나 디지털로 결제되었다.
전자 시스템으로 헌금을 쉽게 할 수 있으니 교인들의 현금이 늘었다고 교회 측은 말한다. 현금을 덜 다루니 경비 비용도 절약된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거래를 디지털로 하다 보면 개인 프라이버시는 당연히 노출된다. 개개인이 뭘 하는 지를 빅브라더가 훤히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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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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