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그룹 ‘욜훈(Yolhoon)'은 산전수전 다 겪고 공중전에 돌입한 팀이다. 음악성을 인정받는 블루스 모던 록가수 이승열(45)과 일렉트로닉 뮤지션 클래지(41·김성훈)가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을 알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첫 EP ‘욜훈'은 그 분투 속에서 승리의 기치를 번쩍 들어올린 앨범이다. 비상하는 이미지로 가득한 이 앨범은 이승열·클래지의 이름값을 증명한다. 누군가는 이들의 조합을 ‘치트키'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게임의 유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특정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욜훈'은 대중음악 신의 치트키다. 앨범에 실린 총 5곡은 하나의 콘셉트로 꿰어질 수 있다. 보통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거울처럼 반영한 첫 트랙 ‘너덜너덜'을 지나면 “시간은, 네 배터리… 멋진 신세계 이젠 너의 차례"라고 노래하는 ‘보이저'로 항해가 시작된다.
항해처는 바다가 아닌 하늘이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연상되는 ‘라이크 언 에인절(Like An Angel)'의 몽환성은 이승열의 대표곡 ‘비상'의 심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오'(烏·부제 아~)에서 비상과 추락으로 이미지화된다. 한자 까마귀 오(烏)는 탄식하는 ‘아'로 읽힌다는 점을 감안했다. 앞의 한국어 가사는 비상, 뒤의 영어 가사는 추락을 의미한다. 가장 감미로운 ‘인투 유(Into You)'는 공중전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작은 위로로 수용할 수 있다.
‘보이저'와 ‘라이크 언 에인절'을 피처링한 웨일, ‘인투 유'를 함께 부른 호란의 보컬은 항해의 사이렌이 아닌, 하늘 여행의 뮤즈 목소리다.
결국 ‘욜훈'은 여행의 앨범이다. ‘보이저' 노랫말 속 나침반만 보고 하는 단언은 아니다. 이승열은 “에어본(airborne·비행 중인)…"이라며 클래지에게 “땅이고 싶어? 하늘이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비상의 느낌을 중요시한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를 때 영화적인 것을 생각한다. 특이한 시공간들. 그런 이미지가 중력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눈을 빛냈다. 클래지 역시 "공중에 있는 하늘의 느낌을 담고 싶다"며 웃었다.
이승열과 클래지는 플럭서스뮤직에 함께 소속됐다. ‘뮤지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수, 싱어송라이터들을 매니지먼트하는 곳이다. 올해 여름 회사의 협업 제안을 받았다.
선공개곡이었던 ‘너덜너덜'과 ‘오'는 이승열이 작사·작곡·편곡, ‘라이크 언 에인절'과 ‘인투 유'는 클래지가 작사·작곡·편곡을 맡았다. 모든 곡의 목소리는 웅숭깊은 이승열의 그것이지만, 작사·작곡으로 협업한 곡은 ‘보이저' 한곡이다. 이승열이 작사, 클래지가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몽환적인 멜로디 틈마다 이승열의 운율이 돋보이는 가사가 맞아떨어진 명곡이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협업한 곡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승열은 그러나 “욜훈이라는 이름의 우산 아래서 작업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경계선을 만들어주더라"고 했다. “각자 작업을 해도 ‘욜훈'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래지 역시 “그런 경계선이 클래지콰이와 솔로 작업과는 다른 접근도를 만들어줬다. 자연스럽게 욜훈다운 음악으로 수렴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의 음악적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점 하나는 이민 1.5세대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살아가는 뮤지션들과 다른 음악적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 한국의 주류가 아닌 음악을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아울러 영어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좀 더 글로벌한 시각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이승열은 다시 클래지와 작업하게 되면 “곡의 DNA 구조부터 같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클래지는 “승열이 형과 더 친근한 부분이 생겼다"며 “성취감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번 작업이 그랬다"며 흡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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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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