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라엘(Ra.L)이 소니뮤직 코리아를 통해 발매한 새 미니앨범 'A'로 음악인생 2막을 열었다. 발군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그녀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노래를 시작한 지 10년, 2010년 1집 '갓 이스 에이블(God Is Able)'을 발표한 지 5년 만이다. 총 5곡이 실렸는데, 흔한 사랑 노래들이 아니라 눈길을 끈다. 셈여림의 위치가 바뀌는 싱커페이션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테이크 잇 슬로(Take It Slow)'는 부모의 행복한 웃음 속에서 슬픔을 느껴버린 라엘의 감정이 담긴 곡이다.
라엘은 “성격 자체가 솔직한 편이다. 내 이야기가 아닌 것들은 노래로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진짜 내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것이다.
“‘테이크 잇 슬로'는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 못 믿어져 시작된 노래다. 나는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시간이 흘러가고, 그로 인해 더 잘해내야 하고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더라. 또 어느날 부모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언제까지 이 행복함이 계속될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이 천천이 흘러갔으면 했다."자신을 키워주다시피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좋겠다' 역시 그녀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세라 바렐리스(36)의 곡을 어쿠스틱으로 재해석한 ‘브레이브(Brave)‘도 눈길을 끄는데, 바렐리스와 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픈 야심도 묻어난다.
박효신, 휘성, 환희 등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나온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출신인 라엘은 몇년 전, 유튜브에 올린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원 데이 모어‘ 패러디 영상으로 주목받았다. 24명이 부른 이 곡을 혼자서 소화했다.
“3, 4년 전이었는데 음악을 내도 홍보가 잘 안 되더라. 너무 아쉬웠다. 노력을 다해서 만든 곡을 들려줄 수 있는 창구가 없으니. 그래서 유튜브를 생각한 것인데 점차 팬들이 생기더라. 전에는 내것을 내가 올린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는데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호호."이후 이를 발판 삼아 JTBC '히든싱어‘의 '김윤아 편‘, SBS TV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계기도 됐다. 라엘이 가장 존경하는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포스터가 심사위원석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레미제라블' 노래가 아닌, 내 노래를 하고 싶었으니까. 근데 포스터가 앞에 있으니 꿈만 같더라. 좋은 경험이 됐다."음악창작자 오픈플랫폼인 네이버뮤직의 ‘뮤지션리그'는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창구가 됐다. 먼저 발매돼 좋은 반응을 얻은 싱글 ‘잠을 좀 자고 싶어요'도 이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잠을 좀 자고 싶어요'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 전에는 ‘레미제라블' 패러디 영상으로 기억됐는데 내 노래로 알려지니 신기했다. 무엇보다 대중의 인정을 받으니까 용기가 났다. 특히 어떤 분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댓글을 남겼는데, 내가 위로를 더 받게 되더라.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보상 받는 기분이라고 할까.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엘의 강점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는 것이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채수영(1958~2014)과 함께 노래를 불렀으며, 영화 ‘가위손' OST 등 영화음악도 좋아한다. 몇번의 좌절을 맛 봤지만 오히려 이를 돌파구로 삼고, 여러 장르의 노래를 듣고 또 불러왔다.
결국 마음이 편안해진 라엘은 앞으로 “대중이 자기 전에 계속 생각할 수 있는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 “‘A'는 내가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미니앨범이기도 하다. 자작곡으로 내 이야기를 했다. 현재의 내 기록인데, 많은 분들과 공감했으면 한다.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내년 1월23일 오후 3시, 7시30분 서울 압구정 일지아트홀에서 여는 단독콘서트는 그녀의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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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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