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겸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 성악가 윤심덕(1897~1926), 시인 노천명(1912~1957), 시인 모윤숙(1910~1990), 작가 전혜린(1934~1965)살다 간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전후 뼈아픈 시대를 아프게 산 신여성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때는 특히 암울하고 아팠으나 문화적으로는 뜨거웠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1인 음악극 ‘천변살롱'에서 ‘모던 걸' 모단을 연기하는 배우 황성적(44)은 “당시 여자들이 억압을 많이 받았는데, 대단한 여자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났다"면서 “숙연한 마음이 있었고, 이 시대가 궁금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천변살롱'은 그 시대에 대한 찬미다. “이 작품으로 (그 시대 여성들에 대한) 살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상이니, 우리 할머니들 아닌가"라는 마음이다.
모단은 당시 한국 가요사를 재조명한 ‘천변살롱'의 주인공이다.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천변살롱의 마담이 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예술가들을 만나며 영화배우의 꿈을 키운다. 운명의 남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사랑에 배신도 당한다. 모더니스트들이 모이던 낭만과 향수가 깃든 천변살롱의 분위기를 재현한 무대에서 노래한다.
지난해와 올해 tvN 드라마 ‘미생', 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으로 인기 몰이를 한 황석정은 이윤택 연출의 연극 ‘혜경궁 홍씨' 등에 출연한 정극 배우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하기 전 서울대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한만큼 음악적인 ‘끼'는 넘친다.
“처음 ‘천변살롱'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을 때,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정극 배우이고 실험극을 많이 했고, 노래를 한다고 해봤자 연극에서 하는 극적인 노래였다. 대사를 다른 형식으로 한 거지. ‘천변살롱'은 그런데 음악 전체가 정서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아닌가. 한 곡만 해도 힘에 부친데 14곡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대세라는 걸 입증하듯, 바쁜 스케줄에 지쳐있기도 했던 황석정은 같은 역에 더블캐스팅된 퓨전 일렉트로닉 밴드 ‘클래지콰이'의 호란(36·최수진)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책임감이 강한 친구다. 선배로서 미안하다. 내가 애 같아서 호호.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이다."‘천변살롱' 속 모단은 갖은 고생을 한다. 그래도 그녀가 ‘반짝'하는 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부분에 자신을 맡길 줄 알아서다. ‘천변살롱'의 또 다른 매력은 만요(漫謠)다. 일제강점기에 대중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가요다. 민요, 일본의 엔카, 재즈 등이 혼합됐다. ‘천별살롱'에서도 울려퍼지는 ‘오빠는 풍각쟁이' ‘왕서방 연서' ‘엉터리 대학생' 등이 대표적이다.
싱어송라이터 하림이 2009년 초연과 2010년 재연에 이어 이번에도 음악감독 겸 연주자로 참여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월드 뮤직을 작업을 해왔다. '천변살롱' 초연 전 그리스에서 1930년대 유행한 음악 '렘베티카'를 공부했는데 복잡한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뭐가 있었나 찾다가 만요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극본은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방송작가 박현향이 맡았다. 조용필, 박진영, 이승환 등의 콘서트 무대를 담당한 김서룡이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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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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