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복효과의 영향-구성원간 동료의식 강해져 실수 크게 줄어 생산성 향상
▶ 외부에 마케팅 효과까지 서비스업종 영업에 직결돼
정장 입으면 신사가 되고 예비군복 입으면 개차반…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은 본인의 성향에 상관없이 일단‘ 뱃사람’같 은 언행을 삼가려든다.
반면 예비군복을 입고 훈련장에 출석한‘ 아저씨’들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무질서하고 계통없는 사내들처럼 행동한다. 예비군복이라는 제복에 가려 인물과 학력과 집단적 하향평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이처럼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은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R.D. 존슨과 L.L. 다우닝이1979년에 실시한 실험은 어떤 옷차림을 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심각한 영향을받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해 주었다.
존슨과 다우닝은 여학생 60여명에게 쿠 클럭스 클랜(KKK)이라고 불리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복장과 유사한 가운, 그리고 간호사 제복을 각각 입고 실험에 참여하게 했다.
어떤 사람에게 문제를 내어 상대편이 틀린답을 말하면 여학생이 6단계의 버튼 중 하나를골라 전기 쇼크를 주는 실험이었는데, 결과는놀라웠다.
여학생들이 간호사 제복을 입었을 때는 상대편에게 쇼크가 작은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과격한 KKK단과 유사한 가운을 입었을 때는 쇼크가 강한 버튼을 눌렀다.
입고 있는 옷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보인 셈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는 개인의 업무수행 능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조 애덤과 애덤 갈린스키는 2012년 실험사회심리학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주의력을테스트하는 스트룹 테스트(stroop test)를 진행한 결과, 의사의 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가운을 입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실수를절반 정도만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복장 인식’ (enclothed cognition)이라 명명했다. 흔히 말하는‘ 제복효과’다.
인정하기 싫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옷차림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두 번째로 우리 역시 입고 있는 옷에 따라자신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초라하고 열등한느낌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자신감이 한껏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
유타주 팍시티의 재정설계사인 칼 리처즈는최근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섹션에 제복효과와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올려놓았다.
재정설계사로 활동을 시작한 커리어 초반기에 그는 의사인 절친에게 어떤 옷차림을 하는것이 좋을지 물어보았다.
의사 친구의 대답은“ 똑 소리 나게 차려 입으라”는 것이었다. 최소한 재킷을 입고 타이를 매고, 가능하다면 정장 차림을 하라는 권고였다.
그 얘기를 들을 당시 칼은 별로 귀담아 들을만한 충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럴싸하게 옷을 차려 입어야 상담인을 신뢰하는 얄팍한 고객이라면 나도 클라이언트로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앞섰기 때문이다.
그때 의사 친구가 다시 물었다.
“의사인 내가 운동복을 입고 실험실에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세. 사람들은 당연히 운동복을 걸쳐 입은 동네 아저씨가 아니라 흰 가운을입은 전문 의사가 나타나기를 기대했겠지. 격식에 어긋나는 옷차림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은데 방해가 될 또 하나의 걸림돌을 내 스스로놓아둘 이유가 있을까?”절친은 자신의 역할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행색이 추레한 것이 능력의 초라함과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추가로입증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옷차림이 불러온 편견의 벽을 헐어내야 하는 불필요한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에 맞춰 똑 소리 나게 옷을 맞춰 입어야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칼은 재무 설계와 관련한 세미나에 연사로초청됐을 때 전문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정장으로 빼입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나를 개인적으로 보기위해 돈을 지불했습니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들에게 나를 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옷차림을 하는 것이 나를 만나기위해 모인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습니까. 세미나장 분위기와 어울리는 멋진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면 일단 시각적으로 청중의기대치에 값할 수가 있습니다.”그러나 모임의 성격에 맞게 옷을 차려입는것은 단순히 상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만은아니다. 격에 맞는 옷차림은 본인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자신감을 상승시킨다. 몰골이 꾀죄죄한 연사는 잔뜩 주눅이 들어 청중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경우업체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니폼을 입는 것이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에 업주가 잠옷 비슷한 차림을 하고 설치면 그 날 장사는 파이다.
손님인지 종업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옷차림도 식당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
제복효과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동네 약국의 약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지않으면“ 저 사람 정식 약사가 맞나”라는 본능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흰 가운으로 상징되는 전문인의 권위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군인, 경찰관과 소방관, 간호사, 스튜어디스,요리사 등이 제복, 혹은 유니폼을 차려 입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복효과는 실제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에게몇 가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구성원들 간에 동질감을 형성하는 효과다. 같은 제복을 입고 일할수록 구성원들 사이에 동료의식이 더욱 강해진다.
둘째는 생산력 향상 효과다. 하조 애덤과 애덤 갈린스키의 실험을 통해 드러났듯 의사의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가운을 입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주의력 테스트에서 실수를 절반 정도만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세 번째 효과는 제복을 입음으로써직원들이 복장에 대한 스트레스와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복이 마련돼 있으면 직장에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동료 간의 미묘한 복장경쟁심도 해소할 수 있다.
외부에 드러나는 마케팅 효과 역시 빼놓을수 없다. 길을 가다가 정형화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멀리서도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그들에게 부탁을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제복의 인지효과다.
미국의 택배업체인 페덱스는 이런 인지효과를 잘 활용했다.
직원들에게 페덱스 로고가 찍힌 제복을 착용시킨 덕분에 고객들은 사무실에 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자신이 혹시배달 받을 것은 없는지 또 배달을 부탁할 것은없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제복에 자신도모르게 신뢰감을 느낀다.
IBM은 사업 초기 직원들에게 감청색의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 경영진의 결정은 의도된 효과를 냈다.
이 복장은 고객에게 IBM 직원들이 수준 높은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복이 동질감, 신뢰감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올리는데 크게기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나친 표준화와 획일화를 불러일으켜 창의성을 억누르기도 한다.
집단 속의 개인에게서 주체성과 개성이 상실되는 이른바 몰개성화가 발생할 위험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제복효과는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면이 지배적이다.
구글처럼 개인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장은유니폼이 없다. 각기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고,원하는 스케줄에 맞춰 근무를 한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경우는 다르다. 직원의 개성이 아닌 업체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사업의성패를 좌우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객의 눈높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서비스의 출발점”이라며 “업소들은제복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할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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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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