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는…자동운전 차량 채택 시험단계
▶ 지진·산사태 때 생존자 구조, 아군-적군 구분 머신 개발 중
얼굴표정을 읽고 걸음걸이의 특징을 포착하는 등 인간의 사고와 행동과 감정을 해석하는 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UC샌디에고는 듣고-생각하고-행동하는 인공지능 테크놀러지를 이용, 인간의 일상적 욕구를 파악하고 실현해 주는 로봇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달 캠퍼스 단지 내에 연구소를 개설했다.
▶연례 테크놀러지 컨퍼런스에 출품된 로봇이 붓글씨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 웨어러블·가구 등 형태 다양, 인간과 소통·프라이버시 보호…테크놀러지사들 투자 열풍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을 가장 반길 사람은 양로원이나 너싱홈이 아닌 집에서 말년을 지내고 싶은 노인들이다.
엔지니어들은 재난 지역에서 군중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로봇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이 로봇은 지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힌 생존자를 찾아내 구조하는 임무도 맡게 된다. 물론 장소와 상황, 사람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춰야 가능한 작업이다.
지난달 문을 연 UC샌디에고의 ‘컨텍스추얼 로보틱스 인스티튜트’는 이미 퀄컴과 노드롭 그루만과 같은 대형 테크놀러지 업체들의 지원을 확보한 상태다.
로봇 개발 사업체에 참여함으로써 퀄컴은 자사의 컴퓨터 칩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얻을 수 있고, 무인기 제작에 공을 들이는 노드롭의 입장에서도 로봇공학의 향상된 스킬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UC샌디에고 제이콥스 공과대학 학장인 알버트 피사노는 “우리의 계획은 미래의 로봇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연구와 개발을 하는 것”이라며 “안전하고, 유용하며 어떤 환경에서건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피사노 학장은 “로봇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엔지니어들과 사회 과학자들은 로봇과 인간의 상호 소통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공학은 경계가 없는 분야다.
구글은 자동운전 차량을 시험 중이고 MIT는 생체공학 팔을 만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 위치한 사비오크(Savioke)는 호텔 고객들에게 스낵을 배달하는 인조 버틀러를 시험가동 중이다.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 개발은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미국 연방 국부무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해 내는 ‘인텔리전트 머신’을 개발 중이고,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독학 로봇’에 열을 올린다.
독학 로봇은 말 그대로 외부의 정보를 이용해 스스로를 가르치는 로봇이다. 예를 들면 유튜브 먹방 비디오를 보고 조리법을 배워 저녁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식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로봇공학 전문가인 UC샌디에고 총장 프래딥 코스라는 “로봇공학이 삶의 방식과 일, 노화 등 인간사에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라 총장은 새로운 로봇 연구소를 개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UC샌디에고의 과학자 40여명도 주변환경과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인식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작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같은 로봇, 혹은 로봇 시스템은 정보를 합성한 다음 거기에 적합하고 유용한 행동을 취하도록 프로그램화 된다.
하지만 단지 몸을 움직이는 반자동 로봇 개발 현황을 들여다보면 인공지식을 가진 로봇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 난제인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지난 6월 포모나에서 열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는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 팀이 자체 제작한 로봇을 출품해 기량을 겨뤘다.
결과는 초라했다. 걷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로봇이 한둘이 아니었다. 도전적인 환경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한 로봇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로봇 태권V와는 너무도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로봇공학의 진수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근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UC샌디에고는 고령자와 장애자의 건강과 복지상태를 티 나지 않게 체크하는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개발했다. 이들을 로봇공학에 접목하면 고령 환자들은 너싱홈에 입주할 필요 없이 집에서 말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대학 연구팀은 또 기쁨, 슬픔, 놀람, 경멸 등의 감정을 잡아내는 안면인식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상대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소프트웨어도 이미 개발된 상태다.
최근 나온 성과물은 전국의 과학자들이 무선 센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관찰중인 인물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약을 바르게 분간해 복용하는지, 혹은 음식물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문을 열었는지 등을 체크하기 위해 무선 센서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일부 센서는 몸에 걸칠 수 있는 웨어러블이고, 나머지는 가전제품이나 가구, 플로링 등에 내장된다.
과학자들은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관찰대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관련정보를 그의 가족이나 간병인, 의사 등에게 텍스트나 이메일로 전송해 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스라 UC샌디에고 총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양로원이나 너싱홈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생각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고 “바로 이런 면에서 센서와 소프트웨어 및 로봇 테크놀러지의 조합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똑똑한 병간호’로 환자와 가족이 더 많은 독립성과 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소비자 친화적인 로봇공학에 매달리고 있는 과학자들의 앞에는 그러나 아직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 널려 있다.
솔직히 사용자 친화적 테크롤러지라는 측면에서 과학자들은 그리 큰 성과를 일궈내지 못했다. 로봇공학의 경우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게다가 자신이 끊임없이 관찰을 당한다는 사실에 기분 좋아하는 환자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테크롤러지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아직은 오류와 허점투성이다.
상호 접속된 ‘스마트 제품’은 한때 고객을 부르는 주술이었다. 고객들은 가전제품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가 협업하는 것을 보고 열광했다.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간이 되면 집안에 설치한 디스펜서리가 약의 종류와 정량을 체크하고 경보음을 울려 환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정도만 돼도 간병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무선 센서로 환자의 생체 사인을 확인하고 결과를 담당의사에게 자동 이메일로 보내 추가지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니터 테크놀러지 열기는 금방 수그러들었다.
상대를 하루 24시간, 주 7일간 연속으로 관찰하는 것이 조지 오웰의 소설에 묘사된 무시무시한 ‘빅 브라더’의 망령을 떠올리게 만든 탓이었다.
구글이 테스트 중인 자동운전차량이 보급되면 운전자는 주행 중 아무 때나 텍스트 메시지를 할 수 있다.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해준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최신 차량모델은 차내에 수백만 개의 소스 코드가 담겨 있다. 유인 운전이건 무인 운전이건 이미 상당수준의 차량 디지털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컴퓨터 해커가 랩탑으로 간단히 차량의 전산코드를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문제는 부지기수다.
샌디에고 주립대학 건강사회학자인 야웬 리는 “나로서는 프라이버시가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집에서 수집해 의사를 비롯한 용역 제공자에게 전달하는 자료와 정보를 도대체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다.
한편 퀄컴은 점차 복잡해지는 무인기 시스템에서 집에 방치된 애완견을 위한 게임 컨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프로젝트에 재정 및 기술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퀄컴의 테크놀러지 담당 최고책임자(CTO)인 맷 그랍은 “로봇공학 분야는 현재 개혁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UC샌디에고 로봇공학연구소는 다른 여러 분야의 비즈니스와 상호 교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UC샌디에고 캠퍼스에 로봇공학 연구소를 갖게 된 것은 대단히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연구원들이 진행 중인 작업을 통해 로봇 테크놀러지 산업의 선두주자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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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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