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핑객 대형 할인점만 몰려… 차라리 닫는 게 나아
▶ 샤핑몰 입주업체 “규정 때문에…” 손님 없어도 벌금 피하려 개점
할러데이 샤핑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점화되는 블랙 프라이데이, 앨버커키에서 남편과 함께 조그만 의류점‘프리 래디컬스’를 운영하는 낸 모닝스타는 가게 문을 닫아건 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점포 문만 닫은 것이 아니라 공식 웹사이트의 샤핑카트 작동을 중지시켜 온라인 판매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의 샤핑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며 “도매금으로 통제 불능의 광기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파격 할인 뒤에는 저임금 노동자” 의식 있는 사람들도 영업 안해
대형 할인 소매점들이 매년 개장시간을 앞당겨가며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에 ‘올인’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프리 래디컬스처럼 특별 할인판매와 영업시간 연장을 거부하거나 아예 점포 문을 닫는 스몰 비즈니스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와 같은 일부 업주들은 할러데이 시즌의 상업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 각국에서 제조한 액세서리와 가정용품을 모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레서누크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장사를 접었다. 레서누크는 연말 샤핑시즌 내내 판촉세일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레서누크의 공동 창업자인 곡벤 야만다그는 터키 공장에서 텍스타일 엔지니어로 수년간 활동한 이례적인 경력을 지니고 있다. 터키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녀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긴 노동시간, 초라한 임금으로 대표되는 현지 청소년들이 참혹한 노동실태를 접한 후 큰 충격에 빠졌다.
당시의 경험 탓인지 대대적인 할인가를 제시해 가며 소비자들의 부문별한 소비를 부추기는 시장의 광기를 접할 때마다 섬뜩한 공포감을 느낀다는 그녀는 “파격적 할인가격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비를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셔츠 2개를 10달러에 세일하면 누군가 정상가격과 할인가격 사이의 차액을 부담해야 하는데 대부분 공장에서 의복을 만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이를 몽땅 뒤집어쓰게 된다.”다른 소매업주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상점 문을 닫는 것이 경영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샌디에고에서 양조 도구와 치즈제조 기구들을 판매하는 ‘커즈앤 와인’의 업주 지셀라 클래센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소형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며 “상점을 오픈한 첫 해에는 나 역시 문을 열었지만, 단 한 명의 고객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열기라 해봤자 일부 대형 할인점에만 적용되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클래센은 추수감사절 주간에는 아예 1주일간 영업을 쉰다. 물론 종업원들도 대만족이다.
대부분의 할러데이 샤핑객들이 소형 업소들을 외면한다는 클래센의 주장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전국소매업협회의 연례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집 근처의 동네 점포에서 연말샤핑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소비자들은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전국소매업협회는 올해 할러데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6,305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새벽에 문을 연 독립 점포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메이시즈와 시어스, 타겟 등 메이저 소매업체들은 추수감사절 날 오후 6시를 기해 블랙 프라이데이 판촉세일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업소들은 자정을 기점으로 ‘대박세일’을 시작했으나 해가 지날수록 개장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문제는 주요 소매업체와 동일한 몰에 입주한 소형 점포들은 건물주와의 계약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형 입점업체들과 같은 시간에 매장을 오픈해야 한다는 점이다.
펜실베니아 시픈빌의 가족 소유 양조장인 디어 크릭 와이너리는 펜실베니아의 샤핑몰 4군데에 매장을 두고 있다. 이 양조장의 공동 소유주 론다 브룩스는 추수감사절에 4개 매장을 모두 닫고 싶었지만 뜻을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
버틀러에 위한 클리어뷰 몰과 허미티지에 자리 잡은 세냔고 밸리 몰의 소유주로부터 수수감사절 오후 6시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입주자에게 벌금을 물리겠다는 공식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디어 크릭은 2년 전에도 클리어뷰 몰의 규정에 따라 목요일 밤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손님은 거의 오지 않았다. 모두들 대형 할인업체로 몰려갈 뿐 영세점에는 거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가족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 채 추수감사절 오후에 일터로 끌려나온 종업원들의 불평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브룩스는 추수감사절 1주일 전부터 “땡스기빙데이에는 점포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인을 매장 앞에 세워두었다. 클리어뷰 몰 관리업소는 디어 크릭에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브룩스는 올해 추사감사절에도 이곳의 매장을 닫았다.
하지만 몇 개월 전 새로 개점한 셰난고밸리 몰의 매장은 소유주의 지시대로 추수감사절 오후 6시에 문을 열었다. 입주하자마자 규정을 따르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였다.
셰난고밸리 몰의 총지배인 폴 비드완은 “거의 모든 입주업체들이 추수감사절 오후에 상점 문을 여는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당한 돈을 들여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판매 선전을 때렸는데 막상 문을 여는 점포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 우리 입장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점 규정위반에 따른 셰난고밸리 몰의 벌금액은 테넌트와 소유주와의 개별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 임대 컨설팅사를 운영하는 셰난고밸리 몰의 전 지배인 데일 원턴은 휴일에 문을 열지 않는데 대한 벌금은 보통 하루 200달러 정도지만 실제로 벌금을 징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대폭 할인과 동의어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소형 업소들은 대형 체인점처럼 파격적인 세일가격을 내놓을 수 없다.
워싱턴에서 애완동물용품 부틱을 운영하는 코트니 스탬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매장을 오픈하긴 했지만 할인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우리 업소 단골 고객들은 할인에 그리 민감한지 않다”며 “몇 차례 할인품목을 선반에 진열해 두었지만 먼지만 쌓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녀는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 날인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에 신경을 썼다.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소형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10달러에서 25달러 사이의 스테이트먼트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소형 점포들을 응원했다.
아메리칸 엑스프레스는 올해 고객들에게 리펀드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소형 비즈니스 지원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토요일 고객을 잡기 위해 스탬은 매년 특별 이벤트를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엣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은 맞춤형 애완견 목걸이와 개줄을 가져와 역대 최고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애완동물 전문 사진사를 초빙, 지역 셸터에 20달러를 도네이션하는 고객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부 온라인 소매 업체들 역시 연말 가격 할인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온라인 매트리스 소매업체 터프트 & 니들은 페이스북에 지난 수주 간 광고를 내고 뷰어들에게 댓글을 남기도록 했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올해는 어느 정도의 디스카운트를 제공할 것이냐”였다. 그의 대답은 “전혀 없다” 딱 한마디였다.
그는 초창기에 시험 삼아 주변이 소개를 받고 온 고객들에게 약간의 할인을 해주었지만 매상을 올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품률이 다른 고객들에 비해 높은 반면 제품 만족도는 훨씬 낮게 나왔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 때 이후 지금까지 회사의 창업주는 단 한 번도 세일을 하지 않았다.
터프트 & 니들의 경영담당 최고책임자(COO)인 에반 마리도는 “소비자들이 연말 샤핑시즌 할인공세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 놀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이후 첫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에 디스카운트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그해 최고의 1일 매출 실적을 올렸다.
앨버커키에서 양품점을 운영하는 모닝스타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점포 문을 닫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샤핑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가족과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수감사절 때 다 먹지 못한 음식물을 나누었다.
그녀는 “마이크로 비즈니스 운용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라며 “내가 보스이니 쉬고 싶으면 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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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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