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BBCN에 합병 제안’관전 포인트
▶ 11개 주 걸친 영업망 시너지 효과 커 BBCN 이사회 지지-반대 싸고 분열 “윌셔, 합병 저지하려 합병제의”해석도
한미은행이 23일 BBCN 은행을 향해 공개적으로 합병을 제안하면서 향후 BBCN의 결정에 은행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간 합병은 주주들의 수익제고, 영업신장 외에 이사회와 경영진, 직원들의 거취 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두 은행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미와 BBCN의 합병 추진과정에서 윌셔은행이 등장해 셈법이 복잡해 짐으로써 더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한미은행의 제안 배경과 BBCN의 전략, 윌셔의 정치적 셈법을 살펴본다.
■11개주 걸친 전국 은행 시동
BBCN이 한미은행과 윌셔은행을 1:1로 놓고 계산할 때 영업과 지점망 등에서 한미은행과의 합병이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BBCN은 지난 23일 한미가 보내 온 합병 제안서를 24일 주주와 일반에 공개했다. 제안서는 통합 은행이 전국 11개 주에 걸쳐 최적의 영업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9개 주에 51개 지점과 7개 대출사무소(LPO)를 보유한 BBCN 입장에서는 텍사스와 버지니아에 진출해 전국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미의 우량한 재무성적표도 BBCN에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가 제시한 근거로 3분기 기준 총자본 대비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비율은 한미가 277%로 BBCN(343%)과 윌셔(329%) 보다 안정적이었다.
기본 자기자본비율(CET1)은 한미가 13.5%, BBCN이 12.3%, 윌셔가 11.7%로 한미가 높았으며 대출 여력을 보여주는 초과유동성은 한미가 4억6,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BBCN이 3,100만달러, 윌셔가 2억9,80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한미가 추정한 BBCN 주주들이 누릴 수 있는 합병 이득은 15.3%의 주가 프리미엄, 20% 이상의 주당 순이익(EPS) 상승, 시가총액 최대 26% 증대 등이다.
■BBCN 이사회의 분열 기류
한미의 전격 합병제안으로 뒤숭숭해진 곳은 BBCN이다. 한미은행이 윌셔은행의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단 한미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합심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신 BBCN은 한미와의 합병건을 놓고 지난 수개월동안 곳곳에서 이사회 내부 균열이 감지됐다. 외형을 받쳐주지 못하는 수익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일부 이사들이 케빈 김 행장의 경영능력을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사회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한미은행에 접근했고 통합은행의 행장과 이사장까지 거론하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같은 합병 시나리오에 대해 한미은행 이사회는 합병에 관한 전권을 경영진에 맡긴 반면 BBCN 이사회는 이 안건을 묵살했고 케빈 김 BBCN 은행장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BBCN의 외국인 이사들을 중심으로 윌셔은행을 파트너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BBCN-한미 합병에 두려움을 느낀 윌셔은행이 특별한 계획없이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BBCN-윌셔 합병 추진설이 흘러나왔다.
이 과정에서 BBCN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해 실적 부진의 책임 소재 공방을 벌이면서 이사회 분열기류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윌셔의 정치적 셈법
일각에서는 윌셔의 정치적 셈법에 BBCN과 한미가 말려든 것이란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여름 BBCN이 한미와 접촉하자 자칫 고립무원에 빠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윌셔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되려 BBCN과 합병을 논의하는 식으로 물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추론의 근거는 윌셔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고석화 이사장이 현재 누리고 있는 기득권과 2세 경영권 승계 등을 포기하면서까지 BBCN과 합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고 이사장은 22년간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주식 7.39% 소유한 최대주주다.
한미와 비슷한 규모의 윌셔은행이 지난 23일 한미은행의 제안한 시나리오대로 BBCN과 합병할 경우 고 이사장의 지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어 이사장직이 보장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피터 고 전무의 경영승계 등 고 이사장이 얻게 될 베니핏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 이사장 입장에서 무엇을 더 바라고 합병에 응할지 의문”이라며 “본인이 건강하고 재산도 있으며 아들도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굳이 지금의 구도를 깰 필요를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BCN과 한미가 합병하게 될 경우 윌셔은행의 위치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수익성 한계에 봉착한 BBCN과 외형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한미가 합병에 욕심을 내는 반면 윌셔는 현재의 3강 체제를 더 선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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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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