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마일 떨어진 주유소 방문, 식료품점 찾기 어려워 곤욕, 일부선“인종차별주의자” 비난
▶ 수익 블랙 커뮤니티로 환원, 비즈니스 키워야 고용 활기, “정부 개입해야 중산층 육성”

경영학 석사이자 변호사인 매기 앤더슨은 “조직적인 ‘흑인업소 이용’ 운동을 타 인종그룹들과의 현저한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흑인 소유업소 이용하기’ 앤더슨의 캠페인 눈길
불경기가 찾아오면 다민족 커뮤니티는 종종 인종그룹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 양상을 보이곤 한다.
노골적 차별행위라는 반발을 경계해 드러내 놓고 말은 안 해도 일부 인종그룹 사이에서 ‘우리 비즈니스 애용하기 운동’이 암암리에 전개된다.
그러나 변호사인 매기 앤더슨은 아예 공개적으로 전국 차원의 흑인업소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적인 ‘우리업소 돌보기’운동을 타 인종그룹들과의 현저한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가 사상 최대의 경기둔화를 경험했던 지난 2008년, 앤더슨은 남편과 두 딸을 설득, 1년간 모든 상품과 용역을 흑인 소유 비즈니스에서 구입했다.
이때의 경험은 2012년 “Our Black Year”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그녀는 현재 전국을 순회하며 흑인 비즈니스를 키우자는 ‘우리끼리 복음’을 전하고 있다.
흑인은 아시안이나 히스패닉 그룹에 비해 동족업소 이용률이 낮다.
넬슨과 에센스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의 구매력은 향후 수년 내에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흑인 소비자들이 동족업체에 떨어뜨리는 돈은 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앤더슨과 그녀의 추종자들은 흑인 커뮤니티의 부를 축적하지 않으면 타 인종그룹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뿐더러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앤더슨에게도 1년간의 흑인업소 전용은 쉽지 않았다. 흑인업주가 운영하는 시트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오크팍에 있는 집에서 35마일 떨어진 곳까지 자동차를 몰아야 했다.
‘장거리 주유여행’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궁리 끝에 흑인 소유 가게에서 주유카드를 구입한 후 집 주변의 개스스테이션에서 이를 사용했다.
흑인 소유 식료품점은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은행과 다른 사업체들을 발견하는 것도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경영학 석사학위를 지닌 앤더슨 변호사는 “그 해를 돌이켜보니 주유여행은 문젯거리도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웨스트사이드와 사우스사이드에 있던 숱한 흑인 비즈니스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진 것이 마음 아프다며 지금은 그들 중 거의 전부를 아웃사이더들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앤더슨의 책에 비판적인 일부 평자들은 백인과 아시안 소유의 비즈니스와의 거래를 거부하는 것은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흑인 비즈니스만을 이용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모든 인종그룹을 상대하려는 흑인 사업가들의 의지를 꺾어 득보다 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앤더슨은 “모든 인종을 포함한 비즈니스 교류가 최종 목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패션, 유흥과 리커 등 모든 분야의 타인종 업체들이 흑인 고객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을 블랙 커뮤니티로 환원하고 흑인 공급업체들과 거래를 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다양성에 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아직도 인력 부분에서의 다양성만을 떠올리지만 공급분야의 다양성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당신네 비즈니스들과 거래를 하기 원한다면 당신들도 우리 업체들과 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공공집회에서 그녀는 “흑인 업체의 흑인 종업원 고용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 점포 애용하기 캠페인을 통해 커뮤니티 차원의 조직적 지원을 제공할 타인종 그룹과의 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용증대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들로부터 인종주의자로 불리는 것이 못마땅했다”고 털어놓은 앤더슨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건 블랙 커뮤니티 내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흑인 소유 비즈니스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자료는 고소득 흑인 가정이 물품이나 서비스 지불하는 매 10달러당 1달러를 흑인 점포나 업체에 사용할 경우 블랙 커뮤니티 안에서 50만개에서 1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추가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은 블랙 커뮤니티의 부를 쌓는데 있어 부분적인 도전에 불과하다.
통계숫자로만 보면 흑인들의 소득과 학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면과 투자 확대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고른 운동장을 만들기는 벅차다.
뉴욕 뉴스쿨 밀라노 박사 프로그램의 디렉터이자 경제학 및 도시정책 조교수 대릭 해밀턴은 “블랙 비즈니스가 부족한 이유는 대체로 수세대에 걸쳐 축적된 부의 부재와 자본에 대한 제한된 접근 탓”이라고 설명했다.
해밀턴은 “우리는 종종 노예제도를 백인과 흑인 사이의 자산 격차를 만들어낸 유일한 출발점으로 여기지만 1930년대의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여러 정책들도 두 그룹 사이의 경제적 차이를 만든 또 다른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에 기초한 백인 중산층을 탄생시킨 동력은 당시 정부의 정책개입이었다”며 “흑인의 자산을 불려 중산층으로 키우려면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는 흑인 가정의 소득이 증가하긴 했지만 백인 가정과의 부의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순다.
소득 증가율로만 본다면 흑인은 분명 백인에 앞서지만 2011년 흑인 가정의 중간 소득액은 6,446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한 1984년의 가계소득 7,150달러에 비해 거의 10%가 하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백인의 순자산 중간 값은 9만1,405달러로 11%의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차별적인 대출관행과 잘못 처리된 정책들로 인해 흑인들은 백인들과 달리 자산에 토대를 둔 부를 일구지 못했다. 흑인 커뮤니티가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감을 갖게 된 이유다.
해밀턴은 “250년 동안 흑인들은 부를 창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으며 단지 타인을 위해 부를 창조했을 뿐”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흑인 비즈니스 오너들 사이에서 자본 창출은 비범한 창의력과 주도력을 요구한다.
피트니스클럽과 온라인 T-셔츠 제작사이트, 온라인 보트대여 서비스 등 여러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실업가 크리스 브라운은 복수의 벤처를 운영하다보니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투자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이제까지 흑인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거래대상을 타 인종 커뮤니티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병대 출신인 브라운은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서 피트니스센터인 붓캠프 가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사업성공의 비결로 해병대 복무경력과 평화봉사단 중견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처를 돌아다니며 쌓은 폭넓고 다양한 대인관계 경험을 꼽았다.
하지만 비흑인 고객들이 블랙 비즈니스를 멀리하게 만드는 미묘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별은 흑백격리가 상대적으로 심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시카고 소재 시웨이 뱅크의 회장인 베란다 디큰스는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의 경우 흑인이 흑인 소유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이 이들의 생존에 결정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1965년에 창립된 시웨이 뱅크는 현재 미 전체의 흑인 소유 은행 가운데 세 번째 큰 규모를 자랑한다. 1위와 2위 은행은 리버티 뱅크 & 트러스트와 원 유나이티드 뱅크다.
디큰스는 “블랙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우리의 임무는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현재 매기스 리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흑인 소유 점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온라인 가이드다.
그녀는 앞으로 6~8개월 후에는 온라인 사이트가 가동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다.
“1년간 흑인 업체들만 이용한 ‘블랙 이어’(black year)가 힘들었던 이유는 100% 블랙 비즈니스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라 풀이한 앤더슨은 “배타적으로 흑인 업소만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이들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일단 시작하면 점점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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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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