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중인격 소재 ‘킬미, 힐미’ 상대 표절 의혹 제기에 ‘황당’ 맞대응
▶ ‘시크릿가든’등도 한때 표절시비... 찔러 보기식... 대부분 해프닝 끝나
MBC ‘킬미, 힐미’
SBS ‘하이드 지킬, 나’
[인기 드라마 끊이지 않는 표절 논란... 왜?]
인기 드라마에 대한 표절 논란이 꾸준히 일고 있다. ‘8마디 이상 유사하면 표절’이라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있는 가요계처럼 드라마계 역시 표절과 관련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표절은 상황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수목극이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MBC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연출 김진민)를 상대로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SBS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연출 조영광)의 원작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이충호 작가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설왕설래가 오갔다.
‘킬미, 힐미’는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로 둘 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다.
발단은 지난달 21일 이충호 작가의 SNS에서 시작됐다. 그는 같은 날 진행된 ‘킬미, 힐미’기자간담회에서 지성이 다중인격 드라마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에 대한 기사를 자신의 SNS에 링크한 뒤 “본인이 도둑질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곧 알려주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작가는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남자의 인격(하이드)과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코미디는 내가 2011년에 그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시작이다”며 “사회현상으로 포장하지 말고 그저 아이디어 도둑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역시 1800년대 후반에 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근간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자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이충호 작가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스페셜 웹툰인 ‘하이드’의 연재 직후 ‘킬미, 힐미’에 의혹을 제기해 노이즈 마케팅의 수법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역으로 받게 됐다.
‘킬미, 힐미’제작사 팬 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이 같은 표절 의혹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킬미, 힐미’는 2014년 1월에 론칭됐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란 사실을 공표한 지도 1년이 넘었는데, 굳이 이 시점에 표절 논란을 제기한 그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
제작사 측은 “작가로서 자신의 웹툰과 ‘킬미, 힐미’의 어느 부분이 유사한지 정확히 제시해야 하지만, 로맨스와 다중인격의 소재가 유사하다고만 말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이 작가는 또 다시 “‘킬미, 힐미’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유사하다고 느낀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여러 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지만 현재 이 작가의 SNS 계정은 삭제된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이슈가 되는 드라마에 표절 시비가 많이 생긴다. 창작자 입장에서 내 작품과 비슷한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이충호 작가가 법적으로 소송을 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화가들의 드라마 표절 의혹 제기는 계속해서 있어 왔다. 웹툰‘보톡스’의 황미나 작가는 지난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두고 “이제 정말 소재 제공을 그만두고 싶다”며 간접적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은숙 작가가 자신의 SNS에 “황작가 님은 조목조목 이 대목 이 대목이 표절이라고 밝혀야 했다. 한번 표절이라고 찔러 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동 화난다”고 반박한 바 있다.
강경옥 작가는 지난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2회 방송 이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설희’와 ‘별에서 온 그대’의 유사성 의혹을 제기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강경옥 작가는 드라마 제작사와 박지은 작가를 상대로 약 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강경옥 작가가 손배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은 마무리됐다.
드라마 표절 논란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측은 드라마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드라마의 특성상 소재나 주제에 따라 내용이 겹치는 작품들이 왕왕 있는 만큼 적절하게 표절 여부를 판단할 만한 기준이 없는 것.
대체적으로 표절 시비가 일어나면 작가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표절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에 사용된 소재와 내용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수법인지 아니면 표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 표절 논란은 애매한 부분이다. 표절과 관련해 논란을 제기하면 어떤 식으로든 화제가 되고,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그런 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측이 명확하게 근거를 들어 설명을 해야 된다. 또한 그런 문제를 지적당한 측에서 정확하고 현명하게 그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 역시 “법적 공방을 펼친다 해도 표절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는 없다. 표절의 기준이 모호하다. 누가 봐도 표절이지만 법적 해석으로 아니라고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사자만 아는 문제다. 때문에 제3자가 잣대를 들이대서 결론을 낸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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